백승태 편집국장
백승태 편집국장

'지금도 기억하고 있어요/시월의 마지막 밤을/뜻 모를 이야기를 남긴채/우리는 헤어졌지요./그날의 쓸쓸했던 표정이/그대의 진실인가요/한마디 변명도 못하고/잊혀져야 하는 건가요./언제나 돌아오는 계절은/나에게 꿈을 주지만/이룰 수 없는 꿈은 슬퍼요/나를 울려요.'

가수 이용의 '잊혀진 계절'은 80년대 학창시절 누구나 흥얼거렸던 노래로 50대들에게 '10월의 마지막 밤'이라는 많은 추억과 낭만을 선사했다. 그런 10월의 마지막날이 신문편집 마감에 쫓기는 시간이 될 줄이야.

코로나19로 집에서 온라인 강의만 듣던 대학생 아들이 10월의 마지막 밤을 앞두고 친구를 만난다며 타도시로 놀러 떠났다. 중간고사도 끝났겠다 '10월의 마지막 밤'을 친구들과 보내고 싶겠거니 생각하며 사회적 거리두기와 방역수칙을 철저히 지켜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러나 '10월의 마지막 밤'이어서 가는 게 아니란다. '할로윈데이'를 맞아 친구들과 게임도 하고 맛집 탐방을 할 거란다.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은 가지 않을 거라며 오히려 다독이는 말투에 그나마 다행이라고 여기면서 괜히 입맛이 쓰다. 과거에 머물러 있던 생각에 머리를 긁적이며, 시대가 많이 변했다고 느끼면서 재차 코로나 조심을 당부했다.

1년에 한 번 오는 10월31일을 두고 '10월의 마지막 밤'과 '가수 이용'이 떠오르면 꼰대세대에 접어드는 나이가 좀 있는 세대다. 반면 '할로윈데이'가 떠오른다면 젊은 세대일 것이다. 꼰대세대로 접어드는 중년에겐 할로윈데이가 큰 의미가 없겠지만 밀레니엄세대들에게는 1년을 기다린 축제의 날일 수 있다는 아들의 귀띔도 이해가 될 듯하다.

지방인 거제는 '할로윈데이'에 아직 둔감한 편이다. 그러나 서울 등 수도권에선 '할로윈데이'가 코로나 재확산의 단초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정부도 장기간의 사회적 거리두기로 억눌려온 젊은층의 활동욕구가 느슨한 경각심을 틈타 폭발적으로 늘어나며 자칫 할로윈 행사가 '제2의 클럽사태'를 초래할 위험이 매우 크다며 자제와 방역수칙 준수를 강조하고 있다.

구인구직 아르바이트 전문 포털 '알바천국'이 10월27일 발표한 1020세대 4717명을 대상으로 '할로윈데이'와 관련한 설문조사 결과 81.3%가 올해 할로윈 이후 코로나19가 재확산 될 것으로 예상했다. 이들 중 77%가 '거리두기를 격상해야 한다'라는 의견을 냈지만 무려 51.5%가 '거리축제 또는 테마파크 등 오프라인 할로인 축제 참여계획이 있다'고 답해 지난해 42.7%보다 무려 8.8%p나 높아지는 등 상반된 모습을 보였다.

그동안 코로나19로 많은 피로감이 누적됐고 참으로 어렵고 힘들게 버텨온 것 또한 사실이다. 그러나 이러한 상황일수록 모두의 자발적 참여와 협조가 필요하다. '할로윈데이'가 코로나19 확산의 불쏘시개가 돼서는 되겠는가.

할로윈데이란 서구권의 어린이 축제로, 국내에서는 젊은 층이 유령이나 괴물 분장을 하고 클럽이나 도심에 몰려 파티를 즐기는 날로 급속히 번지고 있다. 국적불명의 외래행사 때문에 코로나가 확산되는 일이 없길 바란다. 확산세가 다소 진정됐다고는 하나 여전히 코로나 위기상황이다. 다중이 집합할 경우 언제든 집단감염 사태가 재발될 수 있다. 가급적 모임을 자제하고 개인 방역을 철저히 지켜주길 간곡히 당부한다.

친구들과 어울려 즐기고 싶은 마음을 이해 못 하는 것은 아니나 지금은 긴장을 풀 때가 아니다. 잠깐의 방심이 우리 모두의 겨울을 힘들게 할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지역감염은 없지만 지난 한주 동안 사이 거제에서 해외입국자 2명이 코로나19 확진판정을 받았다. 안 그래도 힘든 판에 코로나19가 재유행하면 우리 삶은 회복할 수 없는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 개개인이 모두 방역의 주체임을 자각하고 각자 역할에 충실해야 할 것이다. 아들아, 10월31일은 10월의 마지막 밤이고 할로윈데이지만 현재는 코로나19 시국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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