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수진 변호사

지금 칼럼을 읽고 계신 여러분들도 '피의자, 피고인, 피고'라는 단어를 TV에서도, 신문에서도 종종 접한 적이 있을 겁니다. 

아무래도 같은 글자로 시작하고 被(피)라는 한자가 '(무엇인가를) 당하다'는 다소 부정적인 의미이다 보니, 비슷하게도 느껴지고 어떤 의미인지 헷갈릴 거라고 생각되네요. 

이에 이 세 단어가 언제, 어떻게 사용되는 것인지 확실히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일단 이 세 단어 중 성격이 가장 다른 단어 한 개를 뽑으라고 한다면, 정답은 '피고' 입니다. 어떤 차이인지 알고 있다면 상당한 법률지식을 가진 분이라고 생각이 되네요. 

'피의자, 피고인'은 형사절차(형사소송)에서 사용되는 단어이고, '피고'는 민사절차(민사소송)에서 사용되는 단어입니다. 

'피고'는 민사소송에서 소송을 당한 상대방을 의미합니다. '피고'의 반대말은 소송을 제기한 사람, '원고'가 됩니다. 

사실 원고가 되어 민사소송을 제기하는 것에는 특별한 제한이 없고, 원고의 청구가 언제나 받아들여지는 것(법률 용어로는 '인용'이라고 합니다)도 아니므로 '피고'가 됐다는 것은 단순히 소송 당사자가 됐다는 것일 뿐 선·악의 문제와는 전혀 관계가 없습니다. 

간혹 상담을 진행하다 보면 민사소송의 피고가 됐다는 사실만으로 엄청난 충격을 받는 분들을 보기도 하나, 피고가 됐다는 것은 그저 겪지 않았으면 좋았을 일이지만 그 자체로 악인으로 판단되거나 소송에서 지는 것은 전혀 아니라는 것을 꼭 알고 계셨으면 좋겠습니다.   

반면에 '피의자, 피고인'은 형사절차에서 사용되는 용어로 선·악의 가치판단(?)을 다소 포함하고 있는 단어입니다. 

'피의자'는 수사기관(경찰·검찰)이 범죄의 혐의가 있는 것으로 의심하고 수사 중에 있는 사람을 의미합니다. 피의자가 경찰 조사 후 검찰로 송치(사건을 넘기는 것을 의미)되고 최종적으로 검사가 유죄의 의심이 된다는 이유로 기소돼 법원에서 재판을 받게 되면, 피의자는 그때로부터 '피고인'의 지위에 있게 됩니다. 

결국 피의자, 피고인은 형사절차에서 수사단계에 있느냐, 재판단계에 있느냐에 따라 달리 호칭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피의자의 지위에 있던 사람도 범죄혐의가 충분하지 않다는 이유로 기소가 되지 않기도 하고, 피고인의 지위에서 재판을 받던 사람도 법원으로부터 무죄가 선고되는 경우도 있으므로 피의자나 피고인이 됐다고 해서 무조건 '범죄자'라고 단정 지을 수는 없습니다.  

조금이나마 궁금증을 해결할 수 있는 칼럼이 됐기를 바라며, 일교차 심한 날씨에 건강 유의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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