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필요하니 공급해 달라 vs 쓰러진 벼가 썩으면 안된다...농민들간 '갑론을박'
용수로 누수가 문제 발단...용수로 정비 등 대책 필요

지난 장마와 태풍 이후 동부면 동부저수지의 물 공급 문제로 벼농사에 차질이 발생하면서 농민들간의 갈등이 발생해 해결책 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사진은 동부·거제면 지역 농지의 물 공급이 제때 이뤄져 잘 익은 벼가 가득한 논과(왼쪽)과 물공급을 받지 못해 말라버린 논 모습.
지난 장마와 태풍 이후 동부면 동부저수지의 물 공급 문제로 벼농사에 차질이 발생하면서 농민들간의 갈등이 발생해 해결책 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사진은 동부·거제면 지역 농지의 물 공급이 제때 이뤄져 잘 익은 벼가 가득한 논과(왼쪽)과 물공급을 받지 못해 말라버린 논 모습.

거제시 동부면 동부저수지 물 사용을 두고 농민들이 갈등을 빚고 있어 해결책 마련이 시급하다. 

장마와 태풍이 연달아 거제에 상륙했지만 태풍 이후에는 가문 게 문제다. 태풍에도 버틴 벼들의 논에는 물이 필요한 반면, 태풍으로 쓰러진 벼에 물이 차면 발아가 되니 물길을 막아야 하는 논도 있다는 것.

오수·산촌·죽림·선창 지역 일부 농민들은 농어촌공사가 동부저수지 수문을 닫아 한 해 농사를 망쳤다고 호소하고, 저수지 아래 동산·유천·산양 농민들 대다수는 도복된 벼에서 싹이 움틀 우려가 있어 논에 물이 흘러들어오면 안되기에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문제는 동부저수지 물이 있고, 용수로도 있지만 용수로 지선에서 누수가 발생해 적재적소에 농업용수를 공급할 수 없다는데 있다. 

용수로는 저수지에서 바로 뻗어 내려오는 간선과 논에 물이 가는 지선으로 구성돼 있는데, 논과 맞닿은 지선에 물이 흐르면 인근 논으로 스며들 수밖에 없어 마찰이 빚어지게 된 것.

이에 농어촌공사는 물길을 막고 일부 논에 직접 양수기를 돌려 물을 대주기도 했지만 역부족이었다.

동부저수지의 물꼬로 인한 불만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3년 전과 지난해에도 유사한 피해를 입어 이를 호소하는 농민들이 많이 있었다. 

농어촌공사는 산촌마을 인근에 양수장을 새로 설치해  피해를 예방하겠다는 설명이지만 농민들은 임시방편에 불과할 것이라며 용수로 재정비 등 근본적인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수년째 유사한 피해 계속

올해는 유독 긴 장마와 두 번의 태풍으로 농작물의 피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동부·거제면의 오수·산촌·죽림·선창 지역은 태풍 이후 비가 오지 않아 장마가 길었음에도 불구하고 물이 없어 작물이 고사했다. 동부저수지의 물은 가득한데 물이 내려오지 않자 농작물 피해를 입은  농민들은 불만을 터뜨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오수에서 논농사를 짓는 A씨는 "인근은 태풍으로 인해 도복된 벼보다 쓰러지지 않은 벼가 더 많아 물이 절실히 필요했던 상황이었다. 그런데도 태풍이 지나간 9월7일 이후 전혀 물을 받지 못했다"며 "물이 마르면 벼가 쭉정이가 돼 상품가치가 떨어진다. 하천물을 펌프로 퍼서 일부 논에는 물을 댔지만 저수지를 통하지 않고는 물을 댈 수 없는 논이 있다. 4만평 가량 농사를 짓고 있는데 그중 1만평 정도가 물이 없어 피해를 입었다"고 호소했다.

주변에 개울이 있어도 쓰지 못하는 경우도 있어 동부저수지 물이 더욱 절실한 주민도 있다. 논 옆에 작은 하천이 있지만 바닷가다보니 짠물이 밀려와 이 하천물을 논에 대기에는 부적합하다.

산촌 쪽에도 동부저수지에서 물이 내려오지 않아 피해가 컸다. 주민 일부는 저수지를 열고 물이 필요하지 않은 논에는 주인이 물이 들어가지 않도록 조치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농어촌공사 "양수장 신설 등 방지대책 마련할 것"

동부저수지 아래 지역 논에서 농사를 짓는 농민들은 물길을 터서 하류로 내리기에는 곤란하다는 입장이다.  

태풍으로 쓰러진 벼가 많아 물을 내리기 시작하면 동부저수지 주변 도복된 벼가 있는 논에 물이 스며들 수 있다는 것이다. 

또 태풍으로 용수로가 토사에 막혀 물을 내리면 논이 물에 잠길 판이었고 복구 후에는 물이 필요한 사람이 많지 않았다는 게 이 지역 농민들의 설명이다.

동부면 관계자는 "농사를 짓는 사람이 물을 필요로 하면 주는 게 맞는 일이고, 일부러 수문을 틀어막은 게 아니다. 태풍으로 인해 용수로가 막혔는데 복구 후에는 이미 물이 필요한 시기를 지난 농가가 많았다"며 "태풍으로 쓰러진 벼가 많은 상황에서 물을 내린다면 용수로를 통해 다른 논으로 흘러갈 수 있는 상황이었기에 어쩔 수 없었던 걸로 알고 있다. 일부 민원의 고충은 이해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다른 모두가 피해를 볼 수는 없다"고 말했다.

저수지 부근 농지 역시 물이 없어 피해를 입은 곳이 있었다. 하지만 날이 가물어 피해를 입은 경작지에 물을 댄답시고 물을 내리면 다른 논도 피해를 보니 어쩔 수 없이 덜 여문 채로 방치하고 있는 실정이다.

일부는 채 여물지 않은 벼를 베고 있지만 혹시 논에 물이 스며들기라도 하면 발아가 돼 그것조차 수확하지 못하게 될까봐 전전긍긍 하고 있다.

농어촌공사는 모든 농가를 만족시키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공사에 따르면 농업용수를 공급받고 있는 718농가 중 70농가 가량이 해갈에 필요한 용수 공급을 호소한 것으로 파악됐다.

농어촌 공사 관계자는 "문제 해결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소수를 위해 다수를 희생하는 건 어려운 현실이다"며 "물이 필요하다고 농어촌공사로 직접 연락을 해온 농민들이 있는데 이들 논에는 명진저수지와 산촌양수장 등의 물을 이용해 필요한 용수를 공급했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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