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개민들의 삶 엿볼 수 있는 국내 유일 공문서

거제시가 찾은 흥남철수작전 피난민 정착과정과 포로수용소 강제징발 피해보상 관련 문서인 '난민정착관계서류철'.
거제시가 찾은 흥남철수작전 피난민 정착과정과 포로수용소 강제징발 피해보상 관련 문서인 '난민정착관계서류철'.

거제시가 흥남철수작전 피난민 정착 과정과 포로수용소 강제 징발 피해보상 관련 문서인 '난민정착관계서류철(難民定着關係書類綴)'을 찾았다.

거제시 기록관에 보관중이던 이 문서는 시가 기록물들을 국사편찬위원회의 거제시사료조사 연구팀에게 보내 조사하는 과정에서 발견됐다. 10건의 서류철로 구성된 '난민정착관계서류철'은 1957년 연초면에서 만들어졌으며, 전쟁 때 흥남 등지에서 피난 온 북한 피난민과 수용소 설치에 따른 수월지역 소개민(疏開民)들의 주택 건축 사업 과정을 담고 있다.

거제시는 2016∼2017년 뉴욕 소재 유엔기록관리부에서 거제도포로수용소 포로묘지 등록부와 배치도를 수집했는데, 이번 문서발굴을 통해 추가로 정확한 위치의 지번과 규모까지 확인할 수 있는 자료까지 확보했다. 

거제시는 이 문서를 지난 2018년 11월20일 발굴한 '징발관계서류철·피징발자 피해 조서(1955.12.20)'를 보충하는 귀중한 자료로써 국가지정기록물로 지정하고 문화재로 등록한다는 방침이다. 나아가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 시 발견된 서류철을 거제시 생산기록물로 제공하고 거제의 고유성을 대표하는 문화관광자원으로 개발할 계획이다. 

전갑생 서울대 사회발전연구소 연구원은 "이번 문서철은 두 가지 면에서 중요한 의미를 담고 있다. 첫째 2차 거제도포로수용소 건설 과정에서 연초면 일대의 수용소 부지와 포로묘지 현황 등을 파악할 수 있는 행정문서라는 점이며, 둘째 한국전쟁기 북한피난민과 수월지역 소개민들의 정착 주택과 벽돌공장 건립·간척사업 등을 통해 전후 주민들의 생활사를 알 수 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또 "이 문서는 한국현대사에서 중요한 포로수용소 설치와 폐쇄뿐만 아니라 소개민들의 삶을 엿볼 수 있는 국내 유일의 공문서로 사료적인 가치뿐만 아니라 세계기록유산 등재 목록에 추가될 수 있는 자료"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에 발견된 문서철은 2차 거제도포로수용소의 재배치 건설 공사 과정에서 연초면 연사와 송정리 일대 전답·건축물들이 징발된 것을 증명한다.

당시 연초면장 직무대리 부면장 옥두석이 작성한 징발확인서에 따르면 1951년 5월25일 국제연합군 포로수용소(연합군 제1 거제도전쟁포로수용소)는 연초면 연사리 토지(전답) 9만9568평과 건물 122동(건평 1575평·대지 5802평), 송정리 전답 6874평을 강제 수용했다. 

수용소 폐지 이후 건축물 및 토지는 1954년 11월22일 원주민들에게 반환됐는데, 연초면은 이를 근거로 자체조사를 거쳐 거제군에 징발 건물 및 토지를 보상해 달라고 신청서를 제출했다.

징발 토지일람표에는 87명의 소유자·소재지·지번·지목·지적 등이 있고 징발건물일람표에는 47명의 소재지와 지번·가옥수·건평·구조·대지평수·소유자 등이 상세히 기록돼 있다.

거제도포로수용소에 징발된 연사리 일대 건물과 토지는 임전과 연사리를 잇는 'MP다리(지금의 연초교)'의 검문초소, 해명·연사 일대의 병참 시설, 피난민 수용소 등으로 이용됐다. 송정리 177~204번지 논은 거제도포로수용소 포로묘지로 징발됐는데 지금의 연초면 송정리 송정덕산맨션 앞 도로와 공터 일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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