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의 어느 왕국에서 있었던 일이다. 왕은 왕비를 사랑했다. 왕은 젊었고 왕비는 아름다웠다. 두 사람의 사랑을 시샘한 질투의 신이 그들을 갈라놨다. 왕비가 시름시름 앓더니 그만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왕의 슬픔은 컸다. 세상을 다 잃은 것만 같은 심정이었다. 왕은 왕비를 위해 무엇인가 해주고 싶었다. 그래서 평소 단아하고 검소했던 왕비의 성격을 닮은 작지만 품격 있는 무덤을 만들어줬다. 

이듬해 왕은 왕비의 무덤을 찾았다. 왕의 눈에 비친 왕비의 무덤은 쓸쓸하기 그지없었다. 왕은 나라 안의 유명한 조각가에게 명령해 자신의 모습을 닮은 웅장한 미남자의 석상을 무덤가에 세우게 했다. 자주 올 수 없는 자신을 대신해 왕비를 지켜주리라 믿었다.

다시 1년 후 무덤을 찾았다. 그런데 뭔가 아쉬웠다. 외로운 왕비의 무덤을 좀더 화려하게 꾸며주고 싶었다. 왕은 나라 안에 있는 최고의 정원사들을 동원해 무덤 주변을 멋지게 꾸미라고 명령했다. 길에는 대리석이 깔렸고, 잘 손질된 나무와 맑은 물이 넘치는 연못이 만들어졌다. 사철 꽃이 피었고 새가 와서 지저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것도 부족해 왕비의 영혼이 쉴 수 있는 호화로운 정자를 무덤 곁에 짓게 했다. 이렇게 몇년이 지나자 이제 왕비의 무덤은 이 세상 그 어디에도 비길 데 없는 아름답고 근사한 곳이 됐다.

왕은 이 모든 것이 왕비에 대한 자신의 지극한 사랑이라고 여겼다. 정말 처음에는 그런 마음에서 시작된 역사였다. 그러나 무덤이 가꿔지는 동안 정원사들에게는 죽은 왕비의 무덤보다는 살아 있는 왕의 조각상이 더 중요했다. 이제 이곳의 중심은 왕비의 무덤이 아니라 조각상이었다. 소문을 듣고 찾아온 사람들마다 너무 멋진 곳이라고 칭찬했다. 왕은 흡족했다. 그러나 잘 다듬어진 주변과 다르게 상대적으로 초라해진 무덤이 자꾸 눈에 거슬렸다. 왕은 명령했다.

"저 가운데 있는 무덤을 치워 버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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