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진국 거제공증사무소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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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용의 '향수'.
△지줄대는 : 낮은 목소리로 자꾸 지껄이는 △해설피 : 해가 설핏 기울 무렵 △함추름 : '함초롬'의 방언. 젖거나 서려 있는 모습이 가지런하고 차분한 모양 △서리 까마귀 : 서리 맞은 까마귀. 곧 힘없고 초라한 까마귀라는 뜻임.

정지용(1902~1950)의 향수는 가수 이동원이 1989년 성악가 박인수 교수와 함께 노래하면서 유명해졌다. 섬세하고 독특한 언어로 대상을 선명히 묘사하였고, 시어(詩語)를 고르고 다듬는 데 세심하게 노력하여 일상에서 흔하게 사용되지 않는 고어(古語)나 방언을 폭넓게 활용하여 한국 현대시의 신경지를 열었다.

소월과 지용은 동갑이지만 시세계는 100년 차이가 난다고도 한다. 1920년대 소월(素月)이 자아표출을 통해 감정을 과다하게 노출한 감상적 낭만주의의 경향을 보였다면, 지용은 대상의 뒤에 자신을 숨기고 대상을 적확하게 묘사하는 명징한 모더니즘·이미지즘의 시 세계를 열었다.

그는 충북 옥천 출신으로 12살에 동갑 송재숙과 결혼했고 휘문고보에 재학 중에 3.1운동에 참여해 무기정학을 받기도 했으며 일본에서 대학을 졸업했다. 1929년부터 모교 영어교사로 재직하며 김영랑과 박용철 등과 교류했고 '문장'지의 시 부문 고선위원이 되면서 1930년대 시단의 중심이 돼 박목월·조지훈·박두진의 청록파, 윤동주·이상 등을 추천해 등단시켰다.

문둥이 시인 한하운이 원고뭉치를 잡지기자에게 건네면서 이름을 물으니 '한가요' 하고 떠났고 지용이 어찌 하(何)자, 구름 운(雲)자를 써서 '어느 곳을 떠돌아다니는 구름이냐'

'보리피리 / 한하운

보리피리 불며
봄 언덕
고향 그리워
피-ㄹ 닐니리,

보리피리 불며
꽃 청산
어린 때 그리워
피-ㄹ 닐리리,

보리피리 불며
인환(人還)의 거리
인간사 그리워
피-ㄹ 닐리리,

보리피리 불며
방랑의 기산하(幾山河)
눈물의 언덕을 지나
피-ㄹ 닐니리.'           

지용은 '한국 현대시의 아버지'로 불리었지만 월북했다는 오해를 사서 학술논문에서조차 '정*용'으로 인용되다가 1988년 해금됐다.

'고향

고향에 고향에 돌아와도
그리던 고향은 아니려뇨
산꽃이 알을 품고
뻐꾸기 제철에 울건만
마음은 제 고향 지나지 않고
머언 항구로 떠도는 구름

오늘도 메 끝에 홀로 오르니
흰점 꽃이 인정스레 웃고
머언 시절에 불던 풀피리 소리 아니냐고
메마른 입술에 쓰디 쓰다

고향에 고향에 돌아와도
그리던 하늘만이 높푸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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