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타 스님 / 칼럼위원

▲ 법타 합장 / 거제불교 거사림 지도법사
봄은 참으로 신묘(神妙)한 계절이다.

지난 여름부터 봄을 준비한 동백과 목련이 있는가 하면, 단단한 가지에서 꽃망울 터뜨리는 매화 살구 복숭아 앵두 벚꽃도 있고수선화 난초 원추리 등은 메마른 대지에 다투어 푸른 잎을 내밀고 봄이 왔다고 알리니 참으로 묘(妙)하지 않을 수 없으며 각기 다른 모습으로 어울려 향기를 나누며 고운 모습으로 시방법계에 드러난 두두물물(頭頭物物)은 봄의 화신이 아닐 수 없다 .

봄을 맞으려 시장에 나갔더니 이름 모를 꽃들이 작은 분에 앉아서 침묵으로 반긴다. 감사한 마음으로 부처님께 공양을 올렸다.

대 자연의 변화에 나와 하나되어 어우러지고 그 흐름과 하나되어 신심이 건강하고 평온하게 살찌워지기를 바랄 뿐이다.

봄은 마음 따라 다니며 변화한다. 군부대 법당 앞에도, 교도소 높은 담장 안에도, 병원의 중환자실에도, 청보리밭에도 연두색 물감으로 대지는 봄의 물결을 이룬다.

그러나 물처럼 흐르는 봄을 보노라면 꽃가지에 날아야 할 벌 나비의 행열이 현저히 줄어든 것 같다. 서운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우매한 중생들의 자연파괴와 탐·진·치로 얼룩진 무지의 흔적들이 혼합되어 생태계에 화학적 반응을 일으켜 곤충들이 서서히 멸종되어 간다는 학계의 보고가 있었다.

아인슈타인은 “꿀벌들이 전멸하면 인류는 4년안에 멸망한다”고 경고하였다. 하늘의 몸부림, 땅의 몸부림, 물과 불의 몸부림, 이것을 재앙이라 하는데 가만히 보면 이것도 우리들이 주고받는 인과 법칙이라 생각된다.

지난 수요일 불교대학 학생들과 ‘발우공양’ 시간을 가졌다. 발우란 스님(수행자)들의 밥그릇이며 공양이란 청정(淸淨)과 적정(寂靜)과 위의(威儀)가 곁들인 식사법이다.

그 속엔 평등과 청결과 절약과 공동 공양이란 정신이 들어있어 많은 분들이 동참하여 복전을 다진다. 죽비 3성(聲)에 합장(合掌)저두(低頭)하고 발우를 펴고 공양을 나누고 ‘오관게’를 올렸다.

“이 공양에 깃든 이웃들의 공덕 생각할 때 저희 덕행은 부끄럽습니다. 욕심 내지 않으며 약으로 알고 도업을 이루고자 이 공양 받습니다. 마하반야 바라밀” 하고 조심스레 공양을 마쳤다.

죽비 1성에 발우를 씻고, 씻은 물을 비워야 하는데 여기에서 문제가 생겼다. 발우공양 올리기 전에 습의를 통하여 불심을 다독거렸지만 막상 세 그릇에 모여진 혼합음식물을 몸속에 담는 다는 게 상식 밖의 식사법이라 생각 되었던 것 같다. 손으로 입을 막고 급히 밖으로 나가는 보살, 가슴을 치는 보살, 얼굴을 찡그리는 보살 등….

눈으로 보고 입으로 맛을 보아 열심히 씹어서 삼키는데 모이는 곳은 한통속 이곳에 담긴다. 거부감 없이 받은 음식물을 열심히 일하여 소화시키는 대보살을 위장보살이라 스님은 이름하였다.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 모든 것은 마음으로 작용한다는 화엄경의 말씀처럼 반찬과 밥알과 물이 혼합되어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 습관 되어진 몸은 반응을 일으켜 변화를 보인 것이니, 어찌 고통이라 하지 않겠는가? 비우고 내리고 집착하지 않으면 다 이루어지는 것을….

지난해부터 절집에서는 ‘빈그릇 비우기 운동’을 전개하여 좋은 반응을 보이고 있다. 절집에 스님들의 공양물은 시주의 공덕에 의해 이루어지는데 발우공양은 널리 권선해야 될 식사법이라 생각된다.

댐에 담긴 물과 우리 집 수도꼭지가 둘이 아닌 하나로 연결되어 있고 내가 버린 더러운 물이 구름되고 비가 되어 다시 내 입으로 들어온다.

‘채우면 비우고 비우면 채운다’는 보편적 진리속에 맑고 깨끗한 채움과 비움이 되었으면 한다. 현재 물질문명의 거미줄에 꽁꽁 묶여 사는 우리들은 찾아오는 이봄을 어떻게 대접해야 할 것인가 걱정이다.

4월은 잔인한 달이라 했지만 금년은 더욱 그렇다. 당선과 낙선의 희비가 우리를 더욱 힘들게 한다. 그러나 이것은 근본법이다. 어쩔 수 없이 한사람만은 선택되어야 한다.

낙선의 고배를 드신 분들은 뽑은 이로 하여금 역시 가슴 아프게 한다. 당선과 낙선은 우리의 책임이다. 그리고 모두가 우리의 형제이다. 사랑과 자비로 함께 걸어야 할 시대적 고통이다. 이것이 방편법이다.

신록의 계절 오월이 오면 어버이날, 부처님 오신 날, 어린이날, 스승의 날, 그리고 가정의 달, 청소년의 달, 행사도 많고 다닐 곳도 많다. 그러나 힘들어도 다녀야 한다.

365일이 부처님 오신 날, 365일 어버이날, 스승의 날, 어린이날, 일년 열두 달이 가정의 달이며 청소년의 달이다. 이것이 근본법이며 맑음으로 밝음이 더욱 빛나길 바랄뿐이다.

4월은 꽃소식과 함께 거제불교대학 3기생 입학식을 봉행한다. 마음의 빗장을 열고 불심을 일구어서 찬란한 5월의 연등을 안으며, 내 인생 내가 책임지며 살아가는 대자유인이 되었으면 한다. 이제 모두 가야할 길를 열심히 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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