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승태 편집국장
백승태 편집국장

거제가 뜨겁다. 연일 계속되는 찜통더위 탓도 있지만 다소 잠잠했던 코로나19가 다시 기세를 부려 뜨거운 불에 데인 것처럼 불안과 공포에 휩싸였다. 그동안 확진자 대부분이 해외 입국자이거나 관련자 또는 외지에서 유입된데 반해 20일과 21일 양성판정 받은 확진자 3명은 모두 거제에 거주하는 시민이며, 감염경로조차 제대로 파악되지 않고 있어 깜깜이 확산에 대한 우려가 시민들을 더욱 두려움에 떨게 한다.

게다가 이들 3명은 거제시내에서 불특정 다수의 시민들이 이용하는 분식집과 커피숍에서 일하고 왕성한 사회활동을 해온 것으로 알려져 접촉에 의한 지역감염 우려에 촉각을 곤두세운다. 또 최초 증상 이후 확진판정을 받기 전까지 종합병원에 세 차례나 방문해 해당 병원의 의료진 수십명이 자가격리 돼 병원 업무에 차질을 빚기도 했다.

앞서 18일에는 프랑스 국적, 19일에는 카자흐스탄 국적 입국자가 거제에서 양성판정을 받았다. 22번 확진자를 비롯해 지난 일주일 동안 거제시에서 4명의 확진자가 발생한 셈이다. 여기다 다수의 거제시민이 광복절 서울 집회에 참여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방역당국이 비상에 걸렸다. 정확한 인원 파악을 할 수 없는 상태지만 23일 현재까지 파악된 집회 참여자 94명 중 93명이 진단검사를 받아 음성판정을 받았다. 천만다행이다. 그러나 94명 중 1명은 행정의 긴급행정명령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검사를 거부한 채 고집을 부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유는 잘 알 수 없지만 그도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이유가 어찌됐던 집회 참여로 전국에서 확진자가 나오는 마당에 검사를 받지 않는 행태는 지탄받아 마땅하다.

그동안 국민 모두가 목숨을 걸고 코로나19와 싸워 왔고, 재확산을 누그러뜨리기 위해 또다시 눈물겨운 사투를 벌여야 하는 시점에 방역수칙을 어기는 사례는 막아야 한다. 나를 위해서라기보다 나 때문에 시민 모두가 피해를 봐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나 하나쯤이야 하는 가벼움은 대범함이나 용감함이 아니라, 무식하고 무책임한 일이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흔히들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한다. 혹자에 따르면 이때 무식이 앞선다면 그 용감함은 무모함에 가깝다. 앞뒤 따지지 않고 본인이 이루고자하는 목표를 향해 달려든다는 것인데, 결과는 주변이 다치고 피해가 발생한다. 목표를 향해 돌진하는 용기는 가상하지만, 모든 사람들에게 지탄을 받게 될뿐더러 본인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반면 '용감'은 무식과 마찬가지로 앞뒤 보지 않고 목표를 향해 돌진한다는 점에서는 비슷하지만, 목숨을 걸고 달리기 전 그 머릿속에는 이미 명확한 명분과 판단이 서 있다는 점이 다르다. 그 '용감'은 결과 후 만인으로부터 박수를 받게 된다. 본인을 포함해 주변인들의 희생이 다소 있을 수도 있겠으나, 전체를 놓고 보면 대의를 위한 소수의 희생으로 마무리 된다. 함께 희생한 사람들도 모두 감사의 박수를 받고 후대까지도 칭찬을 받게 된다.

옳은 말이고 공감이 간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격리된 사람이 도망을 갔다 붙잡혔고, 어떤 사람은 마스크를 착용하라는 택시기사를 폭행하고, 어떤 사람은 감염 사실을 숨기며 시내를 활보하고, 어떤 사람은 검사를 요구하는 보건소 직원을 끌어안고 침을 뱉었다. '무식'이 넘쳐 범죄까지 저지른 꼴이다. 정치권은 서로 네 탓만 하며 이전투구다.

2월23일 거제에서 첫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온 이후 180일만에 22번째 확진자가 나왔다. 전염성이 강한 코로나19는 만만찮은 상대다. 전세계를 강타하며 소중한 생명들을 앗아가고, 삶의 근간이 되는 경제를 뒤흔들고 있지만 아직 끝이 보이지 않는다. 무형의 적이 더 무서운 적이지만 개인의 이해타산은 잠시 미뤄 두고 우리 모두를 위해 스스로 떳떳하고 용감하게 코로나에 맞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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