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귀식 밀양교회 목사
민귀식 밀양교회 목사

문재인 정부는 광화문 촛불혁명에 의해 국민들의 전폭적인 지지와 무지개빛 희망을 안고 태어난 정부입니다. 박근혜 정부의 그 무능과 부패·수구 꼴통의 모습을 더이상 묵과할 수 없었던 성난 민심이 폭발해 새로운 정부, 변화된 정부의 모습을 기대하며 문제인 정부의 출발에 뜨거운 박수와 환호성을 보낸지 3년이 지나 4년 차에 접어들고 있습니다.

많은 기대를 가졌습니다. 성공적인 정부가 되기를 소원했습니다. 처참하게 무너진 박근혜 정부를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삼고 확연히 차별화 된 정부를 세워 갈 것으로 기대했고, 매일 새벽마다 두 손을 모아 기도하고 있습니다.

특정 세력의 국정농단이 완전히 사라지는 상식적인 국가 운영이 이뤄질 수 있도록, 공직사회에 이제 더 이상 직권남용과 직무유기가 통하지 않는 건강하고 책임감 있는 정부가 될 수 있도록, 경찰과 검찰을 비롯해 청와대 민정수석실까지 중립적 위치에서 감찰기능을 활성화함으로 썩어가는 정부의 치부를 과감하게 도려낼 수 있는 용기있는 정부가 되도록, 온 국민을 감동시킬 수 있는 정부, 온 국민이 박수칠 수 있는 정부가 되게 해 달라고 지금도 계속 기도하는 사람입니다.

대통령의 취임사에서 이미 밝힌 것과 같이 모든 국민에게 기회가 균등하게 주어질 것으로 생각했고, 모든 일을 추진함에 있어서 그 과정이 공명정대할 것으로 기대했고 그 결과는 누구나 인정할 수 있는 정의로운 결과를 소망했습니다. 그래서 지금까지 이 나라 이 민족이 한 번도 가보지 않은 새로운 길을 가게 되기를 소원했습니다.

그런데 3년이 지난 지금, 오늘날 펼쳐지고 있는 각종 사회현안을 처리하는 정부와 여당의 모습을 바라보는 필자의 마음은 왠지 편하지 않습니다. 자꾸만 서글퍼지기만 합니다. 이래서는 안되는데 하는 마음입니다. 우리나라 속담에 ‘믿는 도끼 발등 찍는다’는 말과 ‘그 놈이 그 놈’이라는 말이 제 마음 중심에 찾아오는 이유는 왜일까요? 저만 이렇게 생각한다고 하면 제 의식세계에 문제가 있는 것이겠지요? 저만 이렇게 평가했으면 좋겠습니다.

이 나라 이 민족이 이 지구촌에서 선진국으로 민주화 된 성숙한 시민으로 이념과 진영논리를 초월해 옳고 그름에 관한 문제에 대해 모든 국민이 인정할 수 있는 공정한 잣대로 평가하는 문명시민사회를 기대하는 한 사람의 목사로서 문재인 정부와 여당이 국정현안을 처리하는 모습 가운데 아쉬운 면이 없잖아 있었습니다.

적폐청산과 검찰개혁을 그 누구보다도 앞장서서 주장한 서울대 조국교수를 권력의 핵심 자리인 청와대 민정수석으로 등용한 이후, 자신의 딸 진학문제가 온 나라를 뒤흔들고 있을 때 먼저 자신과 자신의 가족의 잘못임을 시인하고 수신제가(修身齊家)의 책임을 지는 모습을 취했다면 온 국민의 영웅이 되지 않았을까요?

당시 청와대를 비롯해서 정부와 여당이 앞장서서 문제를 제기하며 사건을 지혜롭게 처리했다면 진보와 보수를 떠나 모든 국민으로부터 박수와 갈채를 받지 않을까요? 모든 기회의 균등과 공정한 경쟁을 통해 정의로운 결과를 약속했던 촛불혁명으로 세워진 현 정부가 우리 사회의 초미에 관심사가 되는 자녀 입시 문제에 심각한 문제를 지니고 있는 인사를 법과 정의를 이 사회에 실현해야 하는 법무부장관으로 등용한 것이 과연 옳은 일이었을까요? 임명권자인 대통령의 임명을 보고 함구하는 것이 건전한 여당의 모습일까요?

문재인 대통령이 최고의 검사로 인정하고 파격적으로 승진시켜 임명한 현 검찰총장, 사람에게 충성하는 검찰총장이 아니라 조직과 나라에 충성하는 검사로 주어진 사명을 다할 것으로 믿고 임명한 검찰총장을 두고 가장 가까이에서 도와주고 협력하며 법과 정의을 실현해야 할 법무부장관을 비롯해 여권인사들이 보여주고 있는 각종 언행은 한 마디로 목불인견(目不忍見)을 연출하고 있습니다.

결코 보이지 말아야 하는 그릇된 모습입니다. 현 검찰총장을 임명하면서 살아있는 권력까지도 성역없이 수사할 것을 지시한 대통령의 지시사항은 국민들에게 보여준 인기 발언이요 미사여구(美辭麗句)였다는 말입니까? 도리어 진영논리에 갇히지 않고 법대로 수사하고 있는 검찰을 여권의 인사들이 격려하고 지원한다면 온 국민들의 환호와 박수를 받지 않을까요?

박원순 서울시장의 갑작스러운 비보와 전 비서의 위력에 의한 성추행 고소사건을 비롯해 송철호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사건과 윤미향 전 정의연 대표의 후원금과 관련된 논란과 고발사건에 대해 현 여권과 청와대의 책임있는 자리에 있는 분들이 선제적 문제 제기와 공명정대한 법적 조치와 분명한 해결책을 만천하에 제시했다면 ‘그 나물에 그 밥’이라는 세간의 소리는 듣지 않았을 것입니다.

맹신과 지지는 결코 같다고 할 수 없습니다. 옳고 그름을 따지지 않고 내가 지지하는 진영, 내가 속한 그룹이라면 무조건 맞다는 논리는 아주 위험한 발상입니다. 누가 봐도 보편타당한 쪽을 지지하며 상대를 설득하는 게 올바른 자세입니다. 흑백논리와 진영논리에 매몰되지 않고 잘 극복하는 자세야 말로 국가운영의 왕도일 것입니다.

우리나라가 민주화를 이루고 난 이후, 그동안 여러 정권이 국민 다수로부터 신뢰의 위기를 경험한 바 있습니다. 그 결과 절대적인 지지자들을 제외한 다수의 중도 민심이 이탈되면서 국민의 단죄를 받은 정권이 앞서 있었던 정권들입니다. 권력의 지나친 오만함이 가져온 결과입니다.

신약성경 고린도전서10:12에 보면 “그런즉 선 줄로 생각하는 자는 넘어질까 조심하라”고 말씀하고 있습니다. 지금 정상의 자리에 올라가 있는 사람들, 나라의 정권을 쥐게 된 사람들, 자기 전공 분야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는 사람들은 결코 교만해서는 안됩니다. 겸손함으로 늘 자신을 살펴야 합니다. 왜냐하면 교만은 패망의 선봉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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