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미광 칼럼위원
김미광 칼럼위원

언젠가 밧세바 신드롬에 대한 얘기를 한 적이 있다. 미국 톨레도대학 딘 러드윅, 클린턴 롱거네커 교수가 1993년 비즈니스 윤리저널에 논문을 기고한 것으로 '성공했다고 생각되는 리더들에게 왜 자주 윤리적 문제들이 발생하는가?' 하는 내용으로 성경에 나오는 다윗왕과 밧세바의 관계를 통해 성공한 리더의 윤리적 실패를 다루는 내용이다.

다시 되짚어보자면 이렇다. 목동이었던 다윗은 사울과의 오랜 갈등과 전투를 거쳐 이스라엘의 왕이 됐다. 그가 원하면 세상에 어떤 것도 가질 수 있었고 어떤 여자도 아내로 삼을 수 있는 위치에 있게 됐다. 그러다가 우연히 목욕하는 부하 장수의 아내 밧세바를 보고 반해 그녀를 왕궁으로 들여 잠자리를 하게 됐다. 그녀가 임신을 하자 다윗은 상황을 무마하기 위해 참전중이던 밧세바의 남편 우리아를 소환, 아내 밧세바와의 동침을 유도하지만 실패한다. 이에 다윗은 밧세바의 남편을 전투 최전선에 배치해 전사하도록 술수를 쓰기까지 한다.

다윗은 소싯적에 물맷돌 하나로 블레셋의 거인 골리앗을 무너뜨리고 예루살렘이라는 새로운 도시를 건설하고 12지파로 나뉜 이스라엘을 정신적·영적으로 통일시킨 인물이다. 그런 그도 성공하고 열망하던 자리에 올라 영적 오만과 욕정에 항복해 결국 남의 아내와 간통하고 살인교사도 서슴지 않는 폭군으로 변했다.

이런 밧세바 신드롬이 2000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위력을 떨치며 세계의 지도자들을 끌어내리고 있는데 우리나라의 지도자들도 예외는 아닌 것 같다. 안희정 전 경기도지사와 오거돈 전 부산시장·박원순 전 서울시장까지 성범죄로 삶을 마감하거나 바닥을 친 사람들이다.

성공가도를 달리고 만인이 우러러보는 위치에 서면 자기 만족감을 가지게 되니 더이상 무언가를 성취하기 위해 고군분투할 것도 없고, 너나없이 왕처럼 떠받들어 주니 교만이 하늘을 찌를 것이고, 그러다보니 남은 것은 또 다른 욕망을 채우는 것 밖에는 없었을지도 모른다.

미국의 심리학자 A.H. 매즐로가 나눈 인간의 다섯가지 기본 욕구중 자아실현의 욕구를 포함한 네가지 욕구가 다 채워졌으니 마지막 생리적인 욕구를 채우고 싶은 것이 인간의 본능일 터, 참으로 그 본능에 충실하게 임한 지도자들이다.

최근 주변 사람들의 입방아에 가장 많이 오르내린 사람은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었다. 사람은 누구나 실수를 하고 잘못을 저지른다. 다윗왕도 엄청난 죄악을 저질렀고 그 죄는 나단이라는 선지자에 의해 만천하에 드러났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잘못을 지적해준 참모인 나단 선지자의 말을 듣고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회개했다. 만일 나단이 없었다면 어쩌면 다윗은 평범한 왕으로 끝날 수도 있었다. 그가 참모의 말을 듣고 바로 자신의 죄를 밝히고 용서를 빔으로서 그는 구세주 탄생 계보에 이름을 올릴 수 있었다.

실수하지 않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실수를 인정하고, 잘못에 대한 대가를 정당하게 치르는 것이 제대로 된 원숙한 지도자라고 생각한다. 정치인으로서는 끝났을지 몰라도 참 인간으로서는 시작일 수 있기 때문이다. 나만 사라지면 있던 죄가 묻힐 것이라는 문제 회피성 선택은 어디서 배워온 것인지 모르겠다. 말할 수 없는 고난·실수, 혹은 가족으로 인해 끊임없이 생겨나는 고통의 파도가 내 삶을 송두리째 세상으로 나를 내팽개친다 해도 그 고통이 지난 후 투명하게 정화된 나의 영혼을 보는 희열이 있다는 것을 알았더라면…, 아쉬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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