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공중화장실에 남자 청소부나 관리인이 불쑥 들어온다면 이해가 될까. 이같은 일이 거제에서 수시로 발생해 여성들에게 혐오감과 수치심을 주고 있다. 

지난 4일 오전 7시 장목면 매미성 여자화장실에 들어가려던 A씨.

남자 청소부가 화장실 입구에 대기하고 있는 것을 보고 망설이다가 여자화장실로 들어갔다. 얼마 지나지 않아 바로 옆 칸을 청소하는 소리에 깜짝 놀라 볼일도 다보지 못하고 허둥지둥 달려 나오고 말았다. 안에 사람이 있는 것을 알면서 남자 청소부가 어떻게 여자화장실에 들어와 청소를 하는지, 어이가 없었다.

지난 6일 남부면 해금강선착장휴게소 여자화장실에 들렀던 관광객 B씨.

남자 청소부가 화장실 바닥을 밀대로 밀고 있는 것을 보고 깜짝 놀라 도망쳐 나오고 말았다.

코로나로 경영이 어려워 남자관리인이 화장실 청소를 한다며 양해를 구했지만, 각종 성범죄 등이 끊이지 않는 세상에 남자가 어떻게 여자화장실 청소를 할 수 있는지 따져 물었다.   

지난달 19일 늦은 시간에 고현터미널 내 여자 공용화장실에 들러 거울을 보고 있던 C씨.

코로나로 방역과 소독을 한다며 남자가 장비를 들고 불쑥 들어오는 바람에 깜짝 놀랐다. 양해를 구했지만 함께 있던 여성분들 모두가 난감해하며 어쩔 줄 몰라 했다.

여성 인력이 없어 어쩔 수 없이 남성이 이 일을 해야만 한다면 미리 방송을 하고 안내판을 부착해 아무도 없는 상태에서 하는 게 맞는 것 아니냐고 물었더니 입구에 팻말을 설치했다며 대꾸 없이 본인 일만 하고 사라졌다.       

2017년 광주의 한 구청은 여자화장실 청소를 1년째 남자가 했다. 이 구청은 청소하기 전 다른 여자화장실을 이용하라는 안내문과 함께 '청소중'이라는 입간판을 세우는 등 대책을 세웠지만 그래도 여성들은 화장실 이용을 꺼리며 민망함을 느꼈다고 했다. 

2018년 7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남자 공용화장실에 여성 청소부가 청소하는 문제를 해결해 달라는 의견이 올라왔다. 사유는 '남성들은 입식 소변기에서 용변을 보는 입장에서 너무 민망하고 수치심이 느껴진다', '여자 청소부가 서슴없이 들어오는데 상당히 불쾌감을 느낀다' 등이었다 

2007년 문화관광부 조사에 따르면 '남자화장실 청소 사전 예고제'(여성청소부가 들어갔을 때 화장실 문 앞에 '여성청소부가 청소중이니 양해바란다'는 안내문 부착)가 도입됐지만 남성들의 불만은 여전하다고 했다. 

거제시 자원순환과는 공중화장실 194개소에 근무하는 청소인력이 '청소중' 또는 '소독중 양해 바랍니다'라는 입간판을 세우고 청소하도록 하고 있지만 남·여 공중화장실에 동성 청소부가 배치되지는 못한다. 또 화장실 이용자들이 없는 상태에서 청소하기도 어려운 실정이라고 했다.    

화장실은 남녀를 불문하고 지극히 사적인 공간이다. 남자 화장실은 남자가, 여자 화장실은 여자가 청소나 관리를 하는 것이 당연한게 아닐까. 화장실 청소시 충분한 안내와 인력배치가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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