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진국 거제공증사무소 변호사

코로나 이후의 세상은 그 전과는 판이하게 다를 것이라고 한다. 그래서 BC는 원래 'Before Christ' 즉 '예수 태어나기 이전'이라는 뜻인데 이제는 'Before Corona', 즉 '코로나 이전'으로 바껴야 한다는 우스개도 한다. 중세의 유명한 예언가 노스트라다무스는 1999년에 하늘로부터 공포의 대왕이 내려와 세상이 멸망한다고 하였는데 마침 코로나라는 말이 스페인어로 왕관(영어로는 crown)이라는 뜻이라고 하니(바이러스의 모양이 왕관과 비슷하다) 일맥상통한다. 오래전의 사람이라 1999년이 정확한 해석이 아닐 수도 있어서 20년 후인 2019년일지도 모른다.  

우리나라에도 강증산이 있다. 그 본명이 강일순, 1871년 전북 정읍에서 출생해 1909년에 사망했는데 1895년 동학혁명이 끝난 후 사회적 참상과 혼란을 목격하고 1901년 31세 때 전주 모악산 대원사에서 도통해 사망할 때까지 7년간 그 부근에서 포교를 했다. 

호를 증산(甑山)이라고 했는데 '시루증'이니 마침 떡시루처럼 백성들을 먹이겠다는 뜻이었을까? 당시 배고픈 조선의 민중들에게 떡시루 보다 더 반가운 것은 없었을 것이다. 내가 어릴 때, 1960년대만 하더라도 떡은 최고의 음식이고 아주 특별한 음식이어서 예상 밖에 굉장히 좋은 것이 생기면 '이게 웬 떡이냐'고 했었다.

이미 서로 잘 알고 있던 전봉준(1855∼1895)이 찾아와 거사를 하는데 도움을 청했으나 증산은 "때가 아니니 나서지 말라. 성사도 안되고 애매한 백성만 많이 죽을 것이다"고 했다.

증산은 천지공사와 해원상생을 말했다. 천지공사(天地公事)란 천지인 삼계(三界)를 다 뜯어 고친다는 뜻이다. 지금까지의 세상이 상극으로 인해 원과 한이 쌓여 민중의 고통이 극심한데 상생(相生)의 도수로 바로잡아서 서로 돕고 서로 살려주는 평화롭고 풍요로운 세상을 역설했다. 원래 음양오행설에서 금은 수를, 수는 목을, 목은 화를, 화는 토를, 토는 금을 낳으니 이를 상생이라고 한다.

지금까지는 경쟁·시기·질투·투쟁 등 상극의 속성에 지배돼서 원과 한이 세상에 쌓이다보니 전쟁·기근·괴질·살인·사고·강도·질병 등 끊임없는 재난과 환난이 일었다. 19세기 말  제국주의가 한창일 때도 그러했지만 100여년이 지난 지금은 새로운 형태의 상극 세상이라고 볼 수도 있다. 즉 자본주의가 공산주의를 극복했지만 인간의 탐욕이 부른 끝없는 부의 추구와 생산과 소비의 팽창은 결국 생태계를 파괴해 잠자던 사자 '코로나'를 인간세상으로 불러들였다. 증산은 선천 유불선의 법으로는 이를 해결할 수 없으니 해원상생의 법으로 천지도수를 고쳐 후천선경에 이른다고 했다. 

증산을 상제로 모시는 종교는 많다. 일제시대 최대의 교단으로 조선총독부 기록에 650만명의 신도를 거느린 보천교도 그의 제자 차경석이 시작했고 증산도·증산교·대순진리회 등 수십개가 있다. 대진회에서는 증산을 만물을 지배하는 가장 높은 절대자란 의미로 '구천응원뇌성보화천존강성상제'를 줄여서 '구천상제'라 호칭한다. 진멸에 빠진 천하창생을 살리기 위해 구천에서 내려와 천하를 대순하다가 여기에 이르렀기에 '대순'이라고 한다.

증산으로부터 종통을 물려받았다는 조철제(조정산)는 무극도를 창립했다가 나중에 태극도로 개칭해 1955년 3000세대, 1만여명의 신도들을 부산시 감천동으로 집단 이주시켜 도인촌을 건설했고 지금의 감천문화마을이 됐다. 그로부터 분리해 박한경이 창립한 종파가 바로 대순진리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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