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집행위, 금속노조에 '제3자 지위' 부여...심사 변수되나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해양 인수합병과 관련 기업결합심사를 벌이고 있는 유럽연합(EU)의 노동계 의견을 청취하기로 해 변수가 될지 주목된다.

조선업계에 따르면 EU의 행정부격인 EU집행위원회는 지난 15일 공문을 통해 금속노조에 합병 심사 과정에 참여할 수 있는 '제3자 지위'를 부여했다. 금속노조는 앞서 지난 2월 대우조선해양 지회와 함께 EU에 제3자 지위 등록신청을 한 것으로 알려진다.

'3자 지위'는 합병 당사자는 아니지만 당사자에 준하는 지위가 부여되는 것을 말한다. 이에 따라 노조는 심사 관련 자료를 열람할 수 있게 됐으며 관련 청문회 개최 시 이해 당사자로 참여해 의견을 전달하는 것도 가능케 됐다.

EU집행위가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해양 인수에 대한 심사를 재개한지 2주일여 만이다. 앞서 EU집행위는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심사 관련 자료 수집 등에 어려움이 있자 3월31일부터 심사를 유예했다가 이달 3일 재개한 바 있다. 심사 기한은 오는 9월3일까지다.

EU집행위의 이번 결정을 두고 지지부진한 EU의 기업결함심사가 더욱 더뎌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EU는 경쟁법이 발달해 심사 신청 전부터 난항이 예고됐었다. 그러나 심사를 신청할 때만 하더라도 업계에서는 올 상반기쯤에서는 결과가 나올 것으로 전망했었다.

하지만 EU는 지난해 말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1단계 예비 심사를 마치고 심층심사에 돌입했다. EU의 기업결합 심사는 통상 1단계 일반심사로 마무리된다. 그러나 기업결합에 따른 독과점 우려가 크다고 판단할 때 2단계 심층심사에 들어간다.

코로나19로 유예됐던 심사는 재개됐지만 상황은 녹록치 않다. EU집행위가 액화천연가스(LNG)선과 액화석유가스(LPG) 등 가스선 시장 지배력을 걸고 넘어지면서다. 지난 11일 EU집행위는 중간심사보고서를 통해 "탱커·컨테이너선·해양플랜트 등에서는 경쟁제한 우려가 해소됐지만 가스선 분야에선 아직 완전히 풀리지 않았다"고 전했다.

가스선 시장은 사실상 조선 3사가 독주하고 있는 시장이다. 업계에 따르면 가스선의 경우 운송 중 사고로 심각한 피해를 볼 수 있어 전 세계적으로 기술력이 뛰어난 국내 조선사들이 독점하다시피 하고 있다. 실제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합병 후 선박수주잔량 점유율은 20.9%에 불과하지만 LNG 운반선 시장점유율은 61.5%이상으로 점쳐진다. 이에 EU집행위가 가스선 분야에 검토를 집중할 가능성이 높다.

이 같은 상황에서 노조의 의견까지 듣기로 하면서 EU의 기업결함심사가 더 늦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노조가 그간 양사의 기업결합을 반대하는 목소리를 낸 만큼 결합심사에서도 합병에 부정적인 메시지를 전달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금속노조는 지난해 EU에 기업결합을 반대할 것을 요청하며, EU 경쟁총국이 있는 벨기에로 원정 시위를 떠나기도 했다.

또한 최근 금속노조 대우조선해양지회도 노조 소식지를 통해 "유럽연합의 기업결합심사는 심사를 진행하고 있는 중국·일본·싱가포르뿐 아니라 국내 공정위 심사과정에도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며 "국내 공정위 역시 제3자 등록신청 제도가 있는 것이 확인된 만큼, 지회는 세밀히 파악해 할 수 있는 모든 조처를 해나갈 것"이라며 강경한 태도를 예고한 상황이다.

EU 심사결과에 따라 중국·일본 등도 결론을 낼 것으로 예상돼 EU의 심사가 늦어지면 다른 국가에서의 심사도 늦어질 가능성이 높다.

한편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7월부터 카자흐스탄과 유럽연합·한국과 중국·싱가포르·일본 등 6개국에 기업결합심사를 위한 절차를 진행 중이다. 지난해 7월부터 9월에는 카자흐스탄·중국·싱가포르에 각각 기업결합심사 신청서를 제출했다.

지난해 9월에는 일본과도 관련 사전협의에 착수했다. 그러나 현재까지 카자흐스탄 단 한 곳만 기업 결합을 승인한 상황이다. 기업결합심사는 진행 중인 나머지 5개 국가가 모두 찬성해야만 합병이 가능하다. 6곳 중 한 국가라도 결합을 불허하면 매각작업은 무산된다.

저작권자 © 거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