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일광 칼럼위원

미국 역사상 가장 위대한 인물로 제16대 에이브라햄 링컨 대통령을 꼽는다. 링컨은 9살 때 어머니가 돌아가셨다. 이듬 해 새엄마가 들어왔는데, 이분이 링컨의 인생을 바꾸어 놓은 '사라 존스턴'이다. 링컨은 가난의 상징인 켄터키 주 시골 통나무집에서 살았다. 링컨의 새어머니가 된 사라는 링컨을 따뜻하게 돌봐 줬고, 링컨이 책 읽기를 좋아하는 것을 알고 여기저기서 많은 책들을 빌려다 줬다. 훗날 링컨은 '내가 성공했다면 오직 천사와 같은 어머니의 덕이다'라고 말했다.

아버지가 재혼해 어머니의 자리를 잇는 의붓어머니를 한자로 계모(繼母)라 한다. 요즘은 '새엄마'로 부르고 있고, 북한에서는 '훗어머니'라 한다. 그런데 '계모'라는 이름 속에는 왠지 악녀의 이미지가 풍긴다. 왜 그런가. 이건 순전히 문학작품이 만들어낸 허구 때문이다.

'콩쥐팥쥐'에서 콩쥐를 구박하는 팥쥐 엄마, '장화홍련전'에서 장화를 연못에 빠뜨려 죽이는 계모 허씨, '심청전'에서 모든 재산을 빼돌리는 뺑덕어멈 등은 우리나라 계모 이야기고, 어려서 부모를 잃고 계모와 언니들한테 구박 받고 살지만 유리구두 한 짝 덕분에 왕자와 결혼해 인생역전하는 '신데렐라', 새어머니에게 구박을 받고 쫓겨나 일곱 난쟁이들에게 구제돼 나중에 왕자와 결혼하는 '백설공주' 등의 동화는 서양 계모 이야기다.

소설은 인물의 역할에 따라 주동인물과 반동인물이 있다. 이 반동인물이 플롯의 갈등과 긴장감을 주며 주동인물에 강한 애정과 동정을 느끼게 한다. 반동인물의 전형적인 캐릭터로 계모를 설정하면서 계모에 대한 부정적 선입견을 만들어 놓았다.

9세 의붓아들이 거짓말을 했다는 이유로 여행용 가방에 가둬 숨지게 한 40대 계모가 있다. 이번 일로 이 땅의 많은 새어머니들이 말 못하는 가슴애피를 했을 것이다. 전직 대통령의 전처 아들과 계모 아들 간에 부모 유산상속을 둘러싼 분쟁에도 '계모'가 등장하니 서글픈 일이다.

저작권자 © 거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