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주 서울아동병원 원장

장출혈성대장균 감염증은 장출혈성대장균(Enterohemorrhagic Escherichia coli) 감염에 의한 출혈성 장염을 일으키는 질병으로, 원인균은 소·돼지·닭 등의 가축의 대변 중에 존재할 수 있는 장출혈성 대장균입니다. 

보통 소가 가장 많은 병원소로, 특히 소고기로 가공된 음식물 중 충분한 온도로 가열하지 않고 조리하는 경우 균이 살아남아 감염원으로 작용하게 됩니다. 장출혈성 감염증은 우리나라에서 2000년 법정 감염병으로 지정됐으며, 날씨가 더워지는 6월에서 8월 사이 발생률이 높으며, 5세 미만의 연령이 연간 발생환자의 절반 이상을 차지합니다.

올해에는 5월 중순부터 6월초에 제주도의 한 어린이집에서 발병한데 이어,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경기도 안산시의 한 유치원에서 지난 18일 장출혈성대장균 감염병 환자가 확인됐으며 현재까지 12명의 환자가 추가로 발생했습니다.

일반적으로 대장균은 사람이나 가축의 장에서 정상 장내 균총으로 작용하나, 대장균 중에 일부 균은 사람의 장벽에 감염원으로 작용해 식중독 등의 병을 일으키며, 이런 대장균을 병원성 대장균이라 합니다. 

장출혈성 대장균은 병원성 대장균 중에서 장의 상피세포에 침범해 대량의 시가(shiga) 독소를 생성해 염증 반응을 일으키는 기전으로 질병을 일으키게 됩니다. 

잠복기는 평균 3일에서 4일이나 10일까지도 잠복기를 가지며, 증상으로는 발열·구토·심한 경련성 복통·설사 등이 있습니다. 설사증상은 경미한 경우부터 심한 혈성설사까지 증상이 다양합니다. 진단방법은 대변검사를 통해 병원균 대장균 독소를 유전자 검사하거나 독소를 보유한 대장균을 분리해 진단합니다. 

장출혈성대장균 감염증은 아주 적은양의 균수로도 감염이 가능하며, 사람간 전파가 되므로 전염성이 높아 주의해야 하는 질병입니다. 균의 전염력은 대부분 증상이 있는 기간 및 증상이 소실된 후 대변에서 균이 검출되지 않을 때까지 있으며, 보통 감염된 성인은 1주일 이내의 전염기간을 가지나, 감염된 소아의 30%는 3주가량 균을 배출하기도 합니다. 따라서 소아의 경우에는 전파력이 성인 보다 높아 더욱 더 전염되지 않게 주의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장출혈성대장균 감염증은 대개 5일에서 10일이면 대증적인 방법으로 회복되지만 설사가 심한 경우는 탈수를 보충하기 위해 적절한 수액치료가 필요할 수 있습니다. 또 전염성이 높아서 주의가 요구되지만, 심각한 합병증이 발생할 경우 사망에 이르는 경우가 있어 감염되지 않게 조심하는 것이 좋습니다. 

전체 감염 환자의 10% 정도에서 합병증으로 '용혈성 요독 증후군'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용혈성 요독 증후군'은 장출혈성대장균 감염증의 심각한 합병증으로 1982년 미국에서 덜 익힌 햄버거를 먹은 후 집단 발병해 '햄버거병'으로도 불립니다. 이 증후군은 장출혈성대장균이 장벽을 통해 감염된 후 장을 통해 분비된 독소가 혈액으로 들어가 빈혈·혈소판 감소증·자반·급성신부전·중추신경계 이상 등의 증상을 나타내는 질병입니다. 혈소판의 감소·미세혈관병증 용혈빈혈·신기능의 저하 등 세 가지 진단기준을 만족하면 진단이 됩니다. 

용혈성 요독 증후군이 합병증으로 발생 시 치명률은 3~5%가량 되며, 고령자에서는 더 높은 사망률을 보입니다. 특히 설사연관형의 경우, 설사가 매우 심하게 진행되면서 소변이 나오지 않게 되면 급성신부전이 올 수 있어 소아에서 특히 주의가 필요합니다. 따라서 발병률이 높은 6월부터 8월까지 예방수칙을 지켜 질병에 걸리지 않게 주의해야 합니다. 살균이 되지 않은 우유·쥬스 등으로 감염될 수 있으므로, 살균이 된 음식을 섭취해야 합니다.

특히 소아의 경우 균에 오염된 손을 통해 감염될 수 있으므로, 화장실 사용 전 후, 음식먹기 전, 바깥외출 후에는 손을 깨끗이 씻어야 합니다. 또한 기저귀를 사용하는 아이들의 부모나 어린이집 종사자들은 기저귀를 간 후에는 손을 잘 씻는 것이 중요합니다. 식품은 되도록이면 74도 이상에서 최소 1분 이상 가열한 뒤 섭취하도록 하고, 오염된 채소로도 감염이 가능하므로, 채소를 날 것으로 먹을 때에는 흐르는 물로 3번 이상 씻거나 소독한 후 먹는 것이 좋으며 가능하면 익혀 먹는 것이 좋겠습니다.

저작권자 © 거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