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 역사현장 찾아가는 거제 다크투어리즘 ①]거제 아픈 역사 치욕·영광의 현장을 찾아
비극적 역사 반성·성찰하는 여행…관광거제, 새로운 장 열어야

거제는 선사시대부터 근현대사에 이르기까지 자연·산업·어두운 역사를 동시에 간직한 다크투어리즘의 최적지로 평가된다.
고려 제18대 의종황제의 한과 눈물이 묻혀 있는 전하도와 피왕성의 역사, 임진왜란과 정유재란의 고현성 전투와 옥포대첩·한산대첩·칠천량해전·거제백성들의 의병운동 등 선조들의 피와 한의 역사가 숨 쉬고 있다. 일제의 수탈과 전쟁 요새화 잔재들이 남아 있을 뿐 아니라 6.25전쟁 중 총성 없는 이념전쟁 현장과 포로수용소의 아픈 역사와 피난민들의 애환이 남아 있다.

거제 다크투어리즘(Dark Tourism)은 이러한 전쟁이나 학살·재난 등 비극적 역사를 되돌아보며 반성과 성찰을 하는 여행이다.
거제신문은 지난해 '거제섬&섬길을 걷다'라는 거제여행 가이드북을 제작하며 천혜의 자연경관 뒤에 묻혀 있는 슬픔의 역사현장을 발견했다. 이에 올해는 아픔의 역사를 평화로 승화시킨 구국의 섬 거제를 자연과 역사가 함께하는 '역사교훈의 여행지로 재조명하고자 거제다크투어리즘을 조심스레 시작했다. 서툴고 모자란 부분이 있을 수 있지만 역사를 고증하거나 연구하는 차원보다 거제의 자연풍광과 잊어서는 안될 역사를 함께 기억하는 다크투어리즘이 되길 기대한다. 또 미래세대를 위한 교육효과와 함께 거제의 역사적 사실과 자연경관을 홍보하는 효과도 바란다.

이를 위해 거제신문은 시민들이 미처 알지 못했던 역사적 사실들을 재조명하고 스토리텔링한 다크투어리즘을 기획보도해 시민들의 자긍심을 고취시키는 한편 공감대 형성을 통한 공동체의식을 함양한다는 목적이다. 특히 국내 여러 지자체 등의 다양한 다크투어리즘 선진 사례를 접목시켜 거제도만의 다크투어리즘 개발에 대해 알아볼 계획이다.

먼저 거제에 남아 있는 아픈 역사를 둘러본 후 전남 군산시 근현대사박물관과 일제의 수탈현장을 둘러보고 군산시의 다크투어리즘에 대한 노력과 효과를 취재해 거제에 접목할 수 있는 방안과 문제점 등을 찾아볼 예정이다. 이어 서울의 서대문형무소와 제주의 알뜨르비행장 등의 비극적 역사현장을 탐방·취재해 선진사례도 소개할 계획이다. 당초 계획은 독일을 방문해 독일 다크투어리즘의 시작과 배경·시스템을 알아볼 예정이었으나 코로나19 여파로 해외취재가 아쉽게 취소됐다.

하지만 거제신문은 국내 지자체의 다크투어리즘 현장을 둘러보고 해외 다크투어리즘 정보도 습득해 거제 다크투어리즘의 방향을 제시하면서 거제시와 함께 관광자원화 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현실에 접목하는 노력을 기울일 예정이다.   - 편집자 주


6.25·태평양전쟁사·임진왜란·정유재란·일제강점기 흔적 등 거제지역 곳곳에 아픈 역사가 천혜의 자연경관과 함께 공존하고 있다. 사진은 위에서부터 6.25전쟁의 아픈 역사를 간직한 거제도포로수용소 유적공원.
6.25·태평양전쟁사·임진왜란·정유재란·일제강점기 흔적 등 거제지역 곳곳에 아픈 역사가 천혜의 자연경관과 함께 공존하고 있다. 사진은 위에서부터 6.25전쟁의 아픈 역사를 간직한 거제도포로수용소 유적공원.

한반도 최남단이나 다름없는 거제는 지정학적으로 사면이 바다인 섬인데다 일본과 최단거리에 위치해 역사적으로 왜구의 노략질과 침략에 시달려왔다. 대한해협을 사이에 두고 왜적과  맞서 싸우며 갖은 아픔과 승리의 영광도 간직하고 있다.

특히 거제는 동족상잔의 비극인 6.25전쟁 상황에서는 거제도포로수용소를 설치해 이데올로기의 반목과 냉전의 갈등을 포용으로 감싸 안은 포용의 땅이다. 전쟁 당시 흥남에서 피난민 10만명을 메러디스 빅토리호에 태워 안전하게 거제도 등으로 피난시킨 '크리스마스의 기적(Miracle of Christmas)'이라 불리는 흥남철수작전의 주요 현장이다.

흥남에서 거제까지 내려오는 동안 매러디스 빅토리호에서 태어난 5명의 아기에게 이름 붙여진 '김치파이브' 일화가 전해지고 김치파이브 중 막내인 김치5는 아직 거제에서 생활하며 역사를 생생히 전하고 있다. 또한 문재인 대통령 부모도 흥남철수작전으로 거제로 내려와 거제면 명진리에서 현재의 문재인 대통령을 낳았다.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 태평양전쟁 때는 거제 곳곳이 전장이나 다름없었다. 아직까지 전쟁의 상흔과 역사적 흔적들이 존재하고 있으나 치욕의 역사 또는 일본과 관련된 오욕의 역사라는 이유 등으로 방치되거나 훼손되는 등 관리가 부실한 상태다.  

일제강점기 당시 포진지 사용을 위해 파다 중단돼 창고 등으로 사용된 남부면 근포마을 땅굴.
일제강점기 당시 포진지 사용을 위해 파다 중단돼 창고 등으로 사용된 남부면 근포마을 땅굴.

6.25·태평양전쟁사·임진왜란·정유재란·일제강점기 흔적 등 아픈 역사 곳곳에

거제에는 러일전쟁 당시 러시아 발틱함대를 침몰시킨 일본 제독 도고헤이아치로의 승전비에서부터 다수의 함포 진지·함포사격을 위한 훈련장·당시 비행장·군수물자를 보관했던 것으로 추정되는 땅굴·곡물 수탈을 위한 농장·어획물 수탈을 위한 어장·일본장교 관사·식당 등이 현존 또는 존재했었다.

또 2014년 건립된 국내 최초의 '서 있는 소녀상'은 일본을 바라보며 우뚝 서 일제의 만행들을 직시하며 사죄 없는 일본의 역사왜곡을 더 이상 앉아서 지켜볼 수 없다는 강한 의지를 담고 있다.   

조선시대 임진왜란과 정유재란 때는 격전지로 유명하다. 임진왜란 첫 승전지인 옥포대첩은 물론 한산대첩도 거제 앞바다에서 거둔 승리다.

조선 수군 최대의 패전인 칠천량해전은 정유재란 당시 원균 장군 휘하 조선 수군 1만여명이 숨져 한이 서려 있는  '통곡의 바다'로 거제시가 인근에 칠천량해전공원을 조성해 왜적과 싸우다 전사한 애국지사의 얼을 기리고 있다.

왜구의 노략질이 심해 거제도민들이 조정의 방침에 따라 고향을 떠나 거창 등 타지로 이민을 가야만했던 애환도 서려 있는 거제다.

거제는 유구한 역사의 중심에 서 있었다. 특히 전쟁사의 중심이었던 만큼 역사적 유적이나  상흔들이 늘려 있고 백성들의 애환도 남아 있다. 이같은 역사적 유물·유적과 자료 등을 체계화해  보존·관리하고 스토리텔링 해 테마형 관광자원으로 발전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꾸준히 일고 있다.

포로수용소 등 일부를 제외한 나머지는 비록 일본과 관련된 역사적 유물·유적일지라도, 오욕의 역사라도 이를 후세에 전하는 것이 현시대의 역사적 소명이라는 목소리가 높다.

지심도 포진지 모습.
지심도 포진지 모습.

볼거리·즐길거리·이야기깃거리 더해…관광거제 새로운 장 열어가야

어둡고 아픈 치욕의 역사라도 이를 바로 알고 계승시켜 미래세대를 위한 역사교육의 장을 마련하고, 다크투어리즘으로 개발해 테마형 관광자원으로 삼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역사현장을 소재로 볼거리·즐길거리·이야기거리를 가미해 관광거제의 새로운 장을 열어가야 한다는 것. 

거제는 역사적·학술적 가치가 높은 문화유산들이 산재해 있다. 그중에서도 아픔의 역사인  전쟁사에 대한 문화유적들이 많고, 특히 일본과 관련된 전쟁사와 유적들이 상당수다.

그러나 그동안 일본 관련 역사와 유적들은 반일감정 등으로 제대로 관리되지 못하고 방치되거나 훼손되는 사례가 많은 것이 현실이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는 미래가 없다'는 전제하에 오욕의 역사도 역사의 한 부분이라는 관점에서 그동안 터부시돼 왔던 거제와 연관된 일본 관련 전쟁사와 유물·유적들을 발굴·재조립하고 스토리텔링 해 이를 하나의 테마로 묶어 관광코스로 개발하는 다크투어리즘을 추구할 시점이다.

이와 관련 지역 내에서 찬반논란마저 일고 있고, 이로 인해 지역민간 갈등마저 양산되는 사례도 있었다.

이를 해소한다는 차원에서라도 다크투어리즘은 현재 거제가 안고 있는 현안이기도 하다. 특히 거제는 조선산업 침체로 고용위기지역으로 지정돼 있고 새로운 먹거리 창출을 위해 관광산업 개발에 중점을 두면서 1000만 관광객 유치를 시정의 목표로 삼고 있다.

거제다크투어리즘은 거제관광의 새로운 장을 여는 역사와 평화의 상징이 될 수 있고, 아픈 상처를 치유하고 과거를 기억하면서 미래를 향해가는 시발점이 될 수 있다.  또 국내·외 관광객 유치로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일조할 수 있다.

하청면 칠천도에 있는 칠천량해전공원과 내부에 전시돼 있는 칠천량해전 모습이다.
하청면 칠천도에 있는 칠천량해전공원과 내부에 전시돼 있는 칠천량해전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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