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미광 칼럼위원
김미광 칼럼위원

로렌조 오일이라는 영화가 있다. 그 영화는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것으로 ALD라는 불치병에 걸린 아들을 치료하기 위해 부모가 직접 치료법을 찾아가는 내용이다. 이 영화에서 불치병에 걸린 주인공 로렌조 아버지의 직업은 의학과는 전혀 상관없는 은행원이다. 그러나 그 부모는 죽어가는 아이를 살리기 위해 매일같이 도서관과 연구소를 드나들면서 의학서적과 논문 등을 조사하여 이 병이 포화지방산의 수치와 연관이 있음을 밝혀낸다. 올리브유가 이를 억제하는 데 효과가 있음을 알아내고, 영국의 한 생화학자의 도움으로 순수한 올리브유를 추출하는 데 성공한다.

비록 그들의 아들 로렌조는 치료시기를 놓쳐 완치되지 못하지만 그들의 노력으로 로렌조와 같은 질병을 앓던 수많은 어린 아이들이 완치된다.

사람들은 대부분 자신과 상관없는 일이면 목숨 걸고 무언가를 밝혀내지 않는다. 많은 노력과 시간을 자신과 연관 없는 일에 투자하는 것 자체가 어리석은 일이기 때문이다. 수많은 의사들이 있었지만 그 누구도 ALD라는 질병의 원인을 밝혀내기 위해 많은 시간을 투자하지 않았고 그 질병의 치료제를 개발할 생각을 하지 못했을 때에도 그 병에 걸린 자식을 둔 부모는 절망 가운데서도 포기하지 않고 병의 원인과 치료법을 발견해내었다. 그들은 그냥 평범한 일반인이었음을 기억하자.

죽어가는 자식을 둔 평범한 부모였던 그들은 초인적인 힘과 의지로 의학자들도 하지 못한 일을 해내었고, 3년 밖에 살지 못한다던 그들의 아들은 30세까지 생존했으며 그들의 치료제 발견으로 또 다른 수많은 생명이 빛을 보게 되었다. 부모의 힘은 이처럼 강하고 위대하다.

여기, 장남을 잃은 한 부모가 있다. 그들의 아들 오토 웜비어는 2016년 북한 여행중 ‘체제 선전물’을 절도했다는 죄목으로 억류되었다 풀려난 지 일주 일 만에 사망했다. 유력한 유대인 집안인 웜비어의 부모는 절규했을 것이다. 입장을 바꾸어도 생떼 같은 자식을 잃은 그 피 토하는 심정이 어땠을지 이해가 된다. 웜비어 가족은 북한 정부를 상대로 우리 돈 1조 2,400억에 달하는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매스컴에 의하면 웜비어 가문은 주지사와도 바로 통화를 할 수 있을 정도로 영향력이 있고 유대인의 인맥을 활용하여 전 세계 은행에 숨겨져 있는 북한의 돈 줄을 압박하고 있단다. 그런 웜비어 가문이 단지 돈 때문에 이 험난하고 위험한 일을 시작했다고 매도하지말자. 나라도 그랬을 것 같다. 금쪽같은 내 자식이 젊은 나이에 그렇게 죽어왔다면 나는 청부업자를 고용해서라도 끝까지 추적했을 것 같다. 내 모든 재산과 능력과 힘을 다 쏟아 자식의 복수를 해주고 싶은 것이 부모심정이다. 북한 이야기만 나와도 이가 갈리고 피가 거꾸로 솟지 않았을까. 나는 지금 정치 얘기하는 것이 아니다. 자식에 대한 부모의 사랑을 얘기하고 싶은 것이다.

자식이 죽으면 가슴에 묻는다는 말이 있듯이 웜비어 부모는 가슴에 시퍼런 칼을 품고 북한의 석탄 운반선 '와이즈 어니스트'호가 2018년 4월 대북 제재 위반 혐의로 미국 정부에 압류되자, 해당 선박에 대한 권리를 주장해 매각 대금 일부를 지급받았다. 또 북한 당국이 독일 베를린의 북한 대사관 부지 내에 운영 중이던 호스텔에 대해서도 소송을 제기해 지난 1월 독일 법원에서 영업 중단 판결을 이끌어 냈다. 그리고 미국의 은행에 나눠져 있던 북한의 자금을 찾아내었다. 외교가에서는 북한이 정말 된통 걸렸다는 말까지 나온다고 한다. 그렇다고 사람의 목숨을 파리 목숨보다 하찮게 여기는 인권의 암흑지대 북한이 반성할까마는, 자식을 잃은 어미의 원한이 얼마나 깊고 무서운지 북한은 날이 갈수록 사무치도록 당하면서 알게 될 것이다.

그 원한에 서린 오토 웜비어 어머니의 말을 들어보자. "북한은 아이를 잘못 골랐다. 나는 죽을 때까지 북한 정권을 무너뜨릴 것이다“.

북한은 이제라도 관련자들을 처벌하고 진심어린 사과로 부모의 마음을 달래주는 것이 좀 더 유리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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