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깃 여미고 엄숙해야 vs 볼거리 제공·관람객 유치해야
해양관광개발공사, 논란 일자 공연장소 조정 등 계획 수정

거제해양관광개발공사가 거제도포로수용소 유적공원 내 분수광장에서 '주말엔 버스킹' 공연을 시작하면서 시민·관광객들 사이에서 아픈 역사와 평화를 기리는 공원에서 노래·춤사위를 벌이는 것에 대한 찬성과 반대 주장이 맞서고 있다. 사진은 지난 16일 첫 버스킹 공연 중 일부 모습.
거제해양관광개발공사가 거제도포로수용소 유적공원 내 분수광장에서 '주말엔 버스킹' 공연을 시작하면서 시민·관광객들 사이에서 아픈 역사와 평화를 기리는 공원에서 노래·춤사위를 벌이는 것에 대한 찬성과 반대 주장이 맞서고 있다. 사진은 지난 16일 첫 버스킹 공연 중 일부 모습.

거제도포로수용소 유적공원(포로수용소)에서 지난 16일부터 시작한 버스킹 공연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6.25전쟁과 포로 등의 아픈 역사와 평화를 기리는 엄숙한 공원에서 유희적이고 시끌벅적한 노래와 춤사위를 벌여서는 안 된다는 주장에 반해 볼거리 제공 등으로 관람객을 유치하겠다는 입장도 이해된다는 여론이 상충하는 모습이다.

거제해양관광개발공사는 포로수용소 분수광장에서 지난 16일 첫 공연을 시작으로 매주 토요일이나 일요일에 '주말엔 버스킹'이라는 제목의 공연을 준비해왔다.

포로수용소를 찾는 관람객에게 볼거리·즐길거리 제공을 위해 지난해 3월부터 토·일요일에 해왔던 음악·마술·댄스·악기연주·노래·전시회 등의 문화예술행사의 연장선상이다. 지난해는 평화파크에서 다양한 지역문화예술단체가 재능기부로 참여해 총 37회 진행했다.

하지만 올해는 거제시민들의 관람을 위해 공연장소를 포로수용소유적공원 분수광장으로 변경했다. 지역 문화예술단체 거예모·블루매직·삼정예술기획봉사단·가수 김주아 거제소리사랑 예술단 등이 공연을 준비 중이다.

이에 일부 시민들은 엄숙한 역사의 현장인 유적공원 분수광장에서 한다는 데 문제를 제기했다. 시끌벅적하게 노래하고 춤추는 행위가 옳은지, 굳이 유적공원에서 버스킹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며 반대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지난 주말 유적공원을 찾은 김모(47·연초면)씨는 "하필 한 맺힌 엄숙한 유적공원에서 시끌벅적한 버스킹을 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며 "아무리 관람객을 위한 공연이라지만 사적인 공간도 아니기 때문에 장소의 적절성을 고민해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유적공원측은 지난 2019년에도 공원 내에 어린이 놀이시설인 '거제랜드'를 개장해 포로수용소유적공원의 분위기와 취지에 맞지 않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며 "많은 관람객이 찾아야하고 입장료 수익도 올려야하는 관리자측의 입장은 일부 이해되지만, 놀이시설로 바꾸겠다는 의도가 아니라면 유적공원 본래의 의미를 훼손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의견을 덧붙였다.

논란이 일자 유적공원측은 올해부터 분수광장에서 하려던 버스킹 공연장소를 공연성격에 따라 평화파크와 분산해 치루는 대안을 마련했다. 비교적 조용한 공연인 마술·오케스트라 등은 유적공원 분수광장 특설무대에서, 노래·댄스 등 비교적 소음이 큰 공연은 평화파크에서 열기로 했다.

이와 관련 유적공원 관계자는 "유적공원은 세금지원 없이 100% 해양공사 자체사업인 입장료·주차료 등으로 운영되는 공공시설로 꾸준한 수익 창출 노력이 없으면 살아남기 어렵다"며 "버스킹 공연도 관람객과 입장료 증대를 위해 마련한 볼거리 제공 차원이었다"고 설명했다.

또 "지난해 공연팀 평가회 의견수렴을 거쳐 무대와 관람객 편의를 위해 자체 재원 1000만원을 들여 분수광장 특설무대를 조성했다. 평화공원에는 따로 무대가 마련돼 있지 않다"며 "공연장소 조정을 통보받은 일부 단체는 좋은 무대를 두고 맨바닥에서 공연을 해야 하냐며 볼멘소리를 내기도 했다"고 전했다.

한편 포로수용소유적공원은 지난해 총 방문객 71만명을 기록해 거제시 유료관광시설 중 관람객 1위였고, 총수입은 45억원으로 2018년 대비 8억3000만원이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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