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석원 거붕백병원 이비인후과 과장
전석원 거붕백병원 이비인후과 과장

갑작스런 어지럼증은 누구에게나 불안과 공포를 느끼게 한다. 어지럼 증상을 표현할 때 '머리가 어지럽다'는 표현을 쓴다.

어지럼증의 원인은 다양하지만, 궁극적인 증상은 머리에서 인지되는 '현기증'이기 때문일 것이다. 막연하게 '머리에 이상이 있나?' 하는 생각에 덜컥 겁부터 난다.

요즘은 대중매체나 인터넷으로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듯이, 사실 대부분의 어지럼증은 말초성 질환 즉 귀의 질환에 의한 것이다. 더 자세히는 귀 안쪽의 반고리관으로 잘 알려진 전정기관이라는 부위의 문제로 인한 것이다.

그렇다면 귀의 질환에 의한 어지럼증은 어떤 특징을 가질까? 가장 특징적인 것은 놀이기구를 탄 것처럼 '빙글빙글 도는 듯한 느낌'이다. 이를 임상적으로 회전성 현훈이라 표현하며, 회전의 강도에 따라서 그야말로 빙빙 돌아가는 느낌부터 어질어질 하면서 몸이 붕뜬 느낌까지 정도의 차이가 있다.

이 증상이 머리를 움직이거나 누웠다 일어나는 등 자세 변화에 따라 발생하거나, 이명·갑작스러운 청력의 저하를 동반한다면 더욱 강력히 귀의 질환을 의심할 수 있다. 귀에 의한 어지럼증은 차멀미와 비슷한 기전으로 발생하기 때문에 메스꺼움·구토·체한 느낌 등 소화기 증상을 동반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대표적인 질환으로 이석증·전정신경염·돌발성 난청·메니에르씨 병 등 네 가지를 꼽을 수 있다. 이석증은 귀 안쪽의 반고리관 부위에 발생하는 '이석'이라는 미세한 물질의 이탈에 의한 것으로 간단한 물리치료와 약물치료로 호전될 수 있다.

전정신경염은 같은 부위의 이상이지만 반고리관과 뇌를 이어주는 신경에 이상이 생긴 경우로 이석증보다 더욱 심하고 지속적인 어지럼증을 유발하기 때문에 대부분의 경우에 입원 치료를 요한다.

또 돌발성 난청의 경우는 조금 더 주의가 필요하다.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한다면 영구적인 난청이 남을 수 있기 때문이다. 반드시 어지럼증이 동반되지는 않으며, 어지럼증보다는 난청에 치료의 포커스가 맞춰지게 된다. 이비인후과적 응급질환으로 취급되므로 갑자기 소리가 안들린다면 반드시 빠른 시간내에 가까운 이비인후과를 찾도록 하자.

메니에르씨 병은 만성질환의 특징을 가져 위의 질환들과는 다소 차이가 있다. 반고리관은 빨대와 같은 구조로 내부를 림프액이 순환하고 있는데, 림프액이 정상보다 많아질 경우에 발생하는 질환이다. 림프액 과다로 인한 압박감을 줄이는 것이 관건이며 저염식·이뇨제 등의 치료가 지속적으로 유지할 필요가 있다. 적절히 치료하지 않으면 난청과 발작적인 어지럼증이 점차적으로 진행된다.

말초성 어지럼증과 대비해 뇌의 질환에 의한 어지럼증을 중추성 어지럼증이라고 하는데, 우리가 익히 들어온 뇌경색·뇌출혈 등의 질환과 드물게는 청신경 종양 등의 종양성 병변도 여기에 속한다. 중추성 어지럼증이라고 해서 반드시 사지마비나 의식저하 등 심각한 증상을 동반하는 것은 아니며 때때로 말초성 어지럼증과 혼동되는 증상을 보이기도 한다. 따라서 연령·기저질환의 유무·증상의 양상을 따져 주치의의 판단 하에 필요하다면 뇌 CT·MRI 등의 영상검사를 고려해야 할 것이다.

말초성 어지럼증은 목숨을 위협하는 질환이 아니므로 적절한 진단과 치료로 회복될 수 있다. 세상이 빙빙 돈다면 막연히 두려워하지 말고 이비인후과를 찾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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