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실사단 12일 방문, 전통 조업방식 등 역사성 높이 평가
어업유산 지정 시 거제·통영 수산업계 최초 선정 쾌거

'왕의 미역 또는 전하도 미역'이라고도 불리는 견내량 자연산 미역이 지난 11일부터 이달 말까지 채취되고 있다. 거제시와 통영시는 전통방식의 견내량 미역채취어업을 국가중요어업유산 지정을 추진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 12일 거제시 사등면 광리마을 김평순(64)씨가 견내량해협에서 채취한 자연산 돌미역을 말리고 있는 모습과 긴 장대 '트잇대'를 이용해 반세기 이상 이어온 전통방식으로 미역을 채취하는 모습.
'왕의 미역 또는 전하도 미역'이라고도 불리는 견내량 자연산 미역이 지난 11일부터 이달 말까지 채취되고 있다. 거제시와 통영시는 전통방식의 견내량 미역채취어업을 국가중요어업유산 지정을 추진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 12일 거제시 사등면 광리마을 김평순(64)씨가 견내량해협에서 채취한 자연산 돌미역을 말리고 있는 모습과 긴 장대 '트잇대'를 이용해 반세기 이상 이어온 전통방식으로 미역을 채취하는 모습.

'왕의 미역'이라 불리는 견내량 자연산 돌미역이 국가중요어업유산으로 등록될 전망이다. 거제시와 통영시는 사라져가는 어촌의 고유문화를 발굴해 체계적으로 관리함으로써 어촌방문객 증가에 따른 어업인 소득증대와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견내량 돌미역 채취어업'을 국가중요어업유산 지정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해양수산부 유산평가위원회는 지난 12일 견내량 현장을 방문해 현장 실사를 마치고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해수부는 현장실사를 거쳐 내달 지정 여부는 최종 결정할 계획이다.

거제시는 지난 2018년 6월부터 통영시와 함께 트릿대(8~11m의 긴장대)를 이용한 전통 미역채취어업을 국가중요어업유산 지정을 추진해왔다. 이어 거제시와 통영시는 수차례에 걸쳐 업무협의를 갖고, 어업인 간담회와 전문가 자문회의 등을 거쳐 올해 2월28일 '견내량 트릿대 돌미역 채취어업'을 국가중요어업유산으로 지정해 줄 것을 해수부에 신청했다.

국가중요어업유산 지정은 2015년부터 해양수산부가 추진하는 제도로 '농업인 삶의 질 향상 및 농어촌지역 개발촉진에 관한 특별법' 신설과 함께 시작됐다.

이 제도는 전승할 만한 가치가 있는 전통적인 어업과 이를 통해 발생한 유·무형의 모든 자산을 의미하는 것으로 어촌의 고유한 문화를 발굴해 어촌 방문객 증대 및 지역 경제 활성화를 도모하기 위해 마련됐다.

반세기가 넘도록 전통방식인 '트잇대'를 이용해 채취하고 있는 견내량 자연산 돌미역 채취 모습.
반세기가 넘도록 전통방식인 '트릿대'를 이용해 채취하고 있는 견내량 자연산 돌미역 채취 모습.

해수부, 오는 6월 최종결과 발표…브랜드 가치·어민소득 향상 기대

국가중요어업유산으로 지정될 경우 총 7억원(국비70%·지방30%)의 사업비가 지원된다. 국가중요어업유산으로 지정되기 위해서는 식량 및 생계보장, 어업 생물 다양성, 지역전통 지식 시스템, 문화, 가치체계 및 사회조직, 바다경관 등의 선정기준에 부합해야 한다.

평가방법은 공모신청 결과를 바탕으로 3단계 엄격한 평가를 거친다. 1단계 서류평가는 접수된 신청서를 바탕으로 유산으로서 가치가 있는지를 평가한다. 2단계 현장평가는 서류평가 수정·보완사항을 점검하고 현장을 실사한다. 최종단계인 3단계는 현장평가의 수정·보완사항을 점검한 후 종합해 유산 지정 여부를 결정한다.

평가항목은 크게 유산의 특징·역사성·지역성 등이다. 특히 60년 이상 경과 또는 이에 준하는 역사성을 보유해야 하고 미래의 존속 가능하고 그만한 가치가 인정돼야 한다. 또 어업유산 생산물의 생계수단 또는 국민 식량수단으로의 활용 정도, 생물 다양성과 생태계 기능 보존·증진, 어업유산에 대한 지역주민들의 자부심 및 자긍심, 향후 어업활동으로서 활용 가능성 등이 중요 지정 기준이다.

거제시 어업진흥과 윤영원 담당은 "트릿대를 이용한 견내량 돌미역 채취어업은 지역민들이 생계를 위해 반세기 이상 이어온 전통 미역채취방식으로 국가적 차원에서 어업유산으로 체계적인 보존·계승이 필요하다"고 지정 당위성을 강조했다.

이어 "어업유산으로 지정되면 정부의 예산 지원으로 어업유산 복원과 계승 등을 통해 지역 고유의 브랜드 가치 향상과, 어촌주민 소득 증대, 관광객 증가 등 지역경제 활성화가 기대되고 해양수산부 어촌 홍보사업에 중요한 콘텐츠로 포함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현재까지 선정된 국가중요어업유산은 총 7개로 △제주 해녀어업 △보성 뻘배어업 △남해 죽방렴어업 △신안 천일염어업 △완도 지주식 김 양식어업 △무안·신안 갯벌낙지 맨손어업 △하동·광양 섬진강재첩잡이 손틀어업 등이다.

견내량 돌미역 채취어업이 국가중요어업유산으로 지정되면 거제시는 물론 통영시 최초 국가중요어업유산이 된다. 트릿대를 이용한 견내량 돌미역 채취어업은 식량 및 생계보장 역할과 문화적인 요소, 전통적인 채취방식 등이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견내량해협을 두고 거제시 광리마을 35가구, 통영시 연기마을 25가구가 동시에 작업하는 협업사업으로, 지난해 광리마을 주민들은 1.7톤의 건미역을 생산해 거제수협 등을 통해 계통 출하하고 관광객 등을 대상으로 소매하기도 했다.

견내량 돌미역은 빠른 물살 덕분에 식감이 고들고들하고 단단해 반복된 조리에도 퍼지지 않고 깊은 맛을 내는 최고급 미역으로 소비자들의 선호도가 높다.

돌미역의 판매가격은 시중 미역보다 배 이상 거래돼 1단(30나무) 4㎏짜리 가격이 20만원 가량으로 어민들의 소득 증대에도 한 몫을 담당하고 있다.

견내량 돌미역 채취 구역
견내량 돌미역 채취 구역

견내량 돌미역 특성 및 채취방법

견내량은 수심이 얕고 조류의 흐름이 빠르며 암반으로 돼 있어 최상급 자연산 미역이 생산된다.

거제시 광리와 통영시 연기마을 어민들은 '트릿대'라 불리는 긴 장대를 직접 제작해 어선을 타고 물살이 빠른 견내량에서 수심 4~7m에 서식하는 미역을 전통방식으로 채취한다. 이 돌미역은 맛과 영양이 뛰어나고 임금에게 진상한 것으로 기록돼 있을 만큼 가치를 인정받으며 '왕의 미역' 또는 '전하도 미역'으로도 불리는 최고급 미역이다.

특히 이순신 장군의 난중일기 1594년 3월23일자에 '몸이 여전히 불했다. 방답·흥양·조방장이 보러왔다. 견내량 미역 53동을 따가지고 왔다'라고 기록돼 있어 견내량 미역채취의 역사는 최소 400년이 넘을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이 또한 문화적 가치가 부각되는 것으로 견내량은 임진왜란 당시 한산도 해전의 주요 배경지로 이후에도 조선수군의 주요 정찰·진격항로 였다는 역사적 의미가 크다.

견내량 돌미역 채취는 전통방식을 고수하고 있어 그 가치가 남다르다. 어민들이 직접 제작한 트릿대도 필수다. 트잇대는 8~11m 길이의 장대 끝에 두 개의 구멍을 뚫어 그 곳에 십자가 형태로 짧은 나무를 꽂는다.

또 반대편 끝에는 장대를 회전시킬 수 있도록 휘어진 나무를 꽂아 손잡이로 사용하게 된다. 어민들은 어선을 타고 트릿대를 바다에 집어넣어 조류 반대방향으로 둘둘 휘감아 끌어올리는 방식으로 채취한다. 이같은 채취어업은 국내서도 유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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