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가락 절단 보고 누락한 채 개인 차량으로 병원 이송

대우조선해양 사내 하청업체가 산업재해 은폐를 시도했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14일 대우조선 노동조합에 따르면 지난 12일 사내 하청노동자가 손가락이 절단되는 심각한 재해를 입었는데도 불구하고 업체 관리자는 원청인 대우조선해양에 사고를 보고하지 않고 재해자를 개인차량으로 병원에 이송했다.

사내협력사 직원인 A(40)씨는 지난 12일 오전 11시께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에서 용접 중 떨어진 파이프에 오른손을 맞아 손가락 하나가 절단되고 다른 손가락 하나는 골절상을 입었다.

산업안전보건법상 부상자가 생긴 산재사고는 발생 1개월 안에 지방노동청에 보고하면 되지만, 대우조선해양 산업재해 보고 매뉴얼은 사고가 발생하면 즉시 원청에 보고하고 사내 119를 통해 환자를 이송하도록 돼 있다.

그러나 이 업체 관리자는 보고를 하지 않은 채 개인차량으로 환자를 병원에 이송했고, 뒤늦게 사고를 확인한 노조는 해당 업체가 산재사고를 은폐하려한 의도가 있었는지 조사에 들어갔다.

대우조선 노조 관계자는 "협력사가 산업안전보건법을 위반하지는 않았지만, 사내 매뉴얼을 어긴 것을 확인했다"며 "일하다 다치면 치료받을 권리는 반드시 보장받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해당 협력사는 "당황해서 제때 보고하지 못했다"는 취지로 해명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대우조선 노조는 재계약 때 산재 사고 여부가 반영되고 작업 중지 조치가 내려지는 등 벌칙을 피하려고 협력사가 직원의 산재 사고 은폐를 하려 한 것으로 분석했다. 또 불이익을 우려한 사업주 측이 상습적으로 사고를 은폐하려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대우조선 노조는 이날 고용노동부 통영지청을 항의 방문해 산재 은폐에 대한 특별점검과 강력한 행정조치를 촉구했다.

노조는 보도자료를 통해 이런 유사한 산재 은폐 시도가 이미 오랜 시간 조직적으로 자행돼 온 폐단이라고 주장했다.

노동부가 발표한 원·하청 통합 산업재해 현황에 따르면 최근 2년 사이 대우조선 사업장에서 산업재해를 당한 노동자는 2018년 400명, 2019년 516명 등 총 916명이다. 이중 원청 노동자가 635명, 하청 노동자는 281명이다.

하지만 이 통계가 고의적·계획적 산재 은폐의 방증이라고 노조는 주장한다. 더 많은 하청 노동자가 더 위험한 현장에 내몰리는 조선소 현실을 고려할 때, 하청 노동자 산재 통계가 원청 노동자보다 적다는 것부터가 엉터리라는 것이다.

실제로 같은 기간 대우조선해양 노동자 수는 2만 9000명 남짓으로 원청 노동자는 9500여명에 불과하다. 원청의 2배가 넘는 나머지 인원은 모두 하청 노동자다.

또 대우조선 단체협약에는 업무상 재해는 근로복지공단에 요양 신청을 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일부 업체는 재해 노동자에게 산재가 아닌 공상처리를 강요하며 실제 요양 기간보다 빨리 현장에 복귀할 것을 지시하거나 아예 요양 기간 없이 재해자를 출근시키는 파렴치한 행위도 있다는 게 노조측 주장이다.

공상처리는 산업재해를 당한 노동자에 대한 치료비 등의 보상을 산재보험이 아닌 회사가 처리해주는 방식이다. 산재보험으로 처리할 경우 사업주에게 산업안전보건법상 처벌이나 작업환경개선 명령, 보험료 상승 등의 벌칙이 부과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산재로 처리해야 재발 시에 재요양을 받을 수 있고 장해가 남으면 장해보상도 쉽게 받을 수 있다. 또 회사가 부도나거나 폐업을 하더라도 산재 보상을 계속해서 받을 수 있다. 반면 공상처리를 하면 재요양이 어렵고 직업병의 경우 재발하면 기존 질병이라는 이유로 업무상재해로 인정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노조는 "공상처리 요구는 명백한 단체협약 위반이지만 이를 감시·감독해야 할 노동부는 사측의 입장만을 대변한 채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면서 "더는 산재은폐의 폐단을 방관하고 있지 않겠다. 사고 은폐에 대한 원청의 책임을 강력히 묻고, 계속해서 노동부의 직무유기를 규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노조는 △산재 은폐 근절을 위한 대책 마련 및  이행 △작업 중지로 발생한 노동자의 휴업수당 체불 강력 처벌 △산안법·단체협약 위반 등 특별 점검하고 사업주 엄중 처벌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재정 및 위험의 외주화 금지 등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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