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2564년 부처님 오신 날】내 마음 정화수가 될 절을 찾아…연초면 한내리 '해인정사'

거제시 연초면 해인정사의 주지 자원스님
거제시 연초면 해인정사의 주지 자원스님

경남 거제시 연초면 한내마을 해안도로를 따라가다 앵산 자락을 10여분 오르다보면 만나는 아담한 사찰이 나온다. 1997년 1월12일 터를 잡은 육화당(요사채)·삼성각·대웅전을 차례로 만날 수 있는 해인정사(주지 자원스님)다.

절 바로 아래 주차를 하고 오르다보니 육화당이 나온다. 땀을 식힐 겸 뒤돌아보니 크고 작은 배들이 떠있는 바다가 시원하다. 바다 건너 조선소에서 아련히 들려오는 쇠소리와 모감주숲 지빠귀소리가 어우러져 나름대로의 조화를 이룬다.

경내에 들어서자 스님이 직접 심고 가꾼 분홍장구채·양귀비·정향풀·등심붓꽃·왕찔레꽃 등 야생화가 지천이다.

해인정사의 주지 자원스님과 오는 30일 부처님오신날 맞이 연등들.
해인정사의 주지 자원스님과 오는 30일 부처님오신날 맞이 연등들.

이곳 해인정사는 조계종 해인사의 말사(일정한 교구(敎區)의 본사(本寺)에 소속된 작은 절)로 알려져 있다. 주지 자원스님은 96년 해인정사 절터를 찾던 당시 '한내리(汗內라里)라는 한자에 주목했다. 한내는 옛부터 물이 귀했던 곳인데, 한내리의 한(汗)자가 '질펀하다'는 뜻을 갖고 있어 물이 어딘가에 있을 것이라 확신했다. 절을 지으면서 땅을 깊게 파자 깨끗한 물이 흘러나왔다. 이 물로 밥도 짓고 생활용수로 사용해서인지 스님의 얼굴이 말갛다.

부모의 반대를 무릅쓰고 19살에 출가한 자원스님은 10여년전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홀로 남은 어머니를 공양주 보살로 다시 모셔와 인연을 이었다. 경기도 여주에서 온 노보살은 공양간 식구·신도들과 큰 인연을 맺으면서 톳장아찌·해초비빔밥·고리매 된장 덖음을 만들어내 맛을 빗어냈다.

'한국인의 밥상'에 소개된 해인정사의 '해초톳비빔밥'
'한국인의 밥상'에 소개된 해인정사의 '해초톳비빔밥'

지난달 30일 KBS1TV 한국인의 밥상 458회 '공양, 밥으로 복을 짓다'에 이곳 해인정사의 '해초비빔밥'이 소개됐다.

70여개의 까만 항아리마다 음식이 맛있게 익어간다고 오늘도 87세 공양주 보살은 정성스레 항아리를 갈무리했다. 톳장아찌는 톳을 끓는 물에 데치고 설탕대신 배즙을 달여 담근다. 고리매 된장 덖음은 봄에만 나는 고리매(해조류)를 채취해 된장과 같이 덖어 볶아낸다.

또 톳을 3일동안 바짝 말렸다가 물에 불려 쌀 위에 얹고 밥을 지어 양념장에 비벼먹거나 미역귀 튀김과 다른 해초류를 얹어 비벼 먹는 맛이 바다를 한숟갈 떠먹는 딱 그맛이라고 공양주보살은 맛을 빗는 방법을 일러줬다.

해인정사 자원스님이 보살들과 해초비빔밥을 위해 재료를 다듬고 있다.
해인정사 자원스님이 보살들과 해초비빔밥을 위해 재료를 다듬고 있다.

주지 자원스님은 "95년 거제에 처음 왔을 땐 이러저러한 사정으로 '울보스님'이란 별명을 달았다. 코로나가 발생해 외국인 노동자들이 토요일마다 놀러와 2개월 동안 법당문을 닫았는데 신도들이 뭐 먹고 살려냐고 묻길래 '참새 3마리 굶어 죽어도 중은 안 굶어 죽는다'는 옛말이 있다며 신도들과 나눠먹고 살았다"며 "거제는 푸른바다가 있어 복된땅이라 코로나에 끄떡 없었다. 나 혼자 잘나고 잘사는 것이 아니라 더불어 살아야 된다는 것을 코로나로 인해 배웠지 않냐. 부처님오신날, 해초공양밥 드시고 복된 삶을 이웃과 함께 하기를 바란다"고 시민들에게 설법했다.

한편 해인정사는 작년 논산훈련소 연무대에서 입맛을 잃거나 변비에 시달리는 3000여명 병사들에게 법회·아이돌 공연·공양을 했고, 거제경찰서·진주교도소·통영구치소 등에 법회·공양 등을 펼쳐 법무부장관 표창을 받기도 했다.

자원스님은 인근에 환경유해시설 건립 등으로 한동안 속앓이를 하긴 했지만 절 식구 아무도 모르는 본인 생일날에는 해마다 섬을 찾아 군인·어린이·노인들에게 간식·식사 등을 대접하는 선행을 베풀며 생일을 자축하는 재미가 있다고 했다.

해인정사는 오는 30일 오전 10시30분에 부처님오신날 법요식을 가진다.

해인정사의 장독대와 노보살.
해인정사의 장독대와 노보살.
해인정사의 '해초밥상'
해인정사의 '해초밥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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