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박현호(70㎝×35㎝·2015년)

우리는 누구인가? 나는 어디서 왔으며 어디로 가고 있는가.

이런 의문과 철학적 사유는 삶의 방향을 잃거나 정체성을 찾기 위한 이유 있는 고민에서만 비롯되는 것은 아니다. 그저 어느 아름다운 봄날에 화려하게 피어나는 꽃을 보다가, 혹은 부드러운 봄바람이 어깨를 살짝 건드려 뭔지 모를 아스라함이 피어나는 그 순간, 습기처럼 스미는 서러움 같은 인간적인 감정에서 비롯되기도 한다.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나는 무엇을 위해 매일을 살아내고 있는가. 그저 태어났기에 사는 것인지 아니면 '나 자신 우주를 구성하는 중요한 존재는 아닌가' 하는 부질없는 생각에 빠져드는 요즘, 문득 몇년 전 기획작품전에 출품했던 박현호 화백의 '봄날은 간다'라는 부제가 적힌 작품이 생각났다.

디스플레이를 하기 위해 그림을 쭉 펼쳐놓고 보는데 갑자기 눈가에 눈물이 맺혔다. 좋아하는 여배우가 주연했던 동명의 영화가 생각났기 때문인지, 아니면 아련하고 몽상적인 목소리의 가수 김윤아가 불렀던 주제곡 때문인지 뜻하지 않게 나의 감성을 불러왔던 그림이다.

떠나는 배 위에 꽃을 피운 한 그루의 나무는 어떻게 보면 떠도는 인생이며 눈앞에 섬은 현실의 세계이니, 윤회하는 인간의 운명을 서술하는 듯하게 그린 작품이다.

5월, 완연한 봄이 펼쳐지는 계절이다. 봄에는 들판의 말뚝도 녹색으로 변한다는 말처럼 움츠렸던 것들이 되살아나는 생명의 계절이지만 짧아서 그 아쉬움은 깊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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