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신문 제18회 평화·통일 독서감상문 공모전-고등부 장려상]류명성 통일빵집 - 박경희 作

이유정(옥포고 3년)
이유정(옥포고 3년)

내가 즐겨보는 TV는 '이제 만나러 갑니다' 인데 북한말을 따라 하는 것이 재미있어 초등학교 때부터 보곤 했다.

어느날 야자를 하고 집에 왔는데 아빠가 그 프로그램을 보고 울먹이고 계셨다. 그런 모습을 본게 낯설어 무슨 내용인지 봤더니 어떤 젊은 남자가 북한에서 남한으로 오기 위해 중국에서 브로커를 만난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탈북을 눈치챈 북한 군인이 그를 미행해 그것을 따돌리기 위해 부모님이 일부러 숲속으로 들어가 군인을 유인했고 그틈에 그 청년은 중국으로 갈 수 있었다. 부모님이 군인에게 잡혀가는 것을 보고도 어쩔 수 없이 중국으로 가는 차를 타게 됐다는 것이었다.

그 청년은 부모님이 고문을 당하거나 살해됐을 것 같다며 펑펑 울었고 나도 아빠도 같이 울었다. 무엇이 그들을 애타게 만들었으며 21세기를 살고 있는 이 지구상에서 이런 일이 생길 수 있는지 고민하게 됐다.

그러다 중학교 때 읽었던 '류명성 통일 빵집'이란 책이 떠올랐다. 그리고 철없이 북한말을 따라하며 친구들을 웃기던 모습에 반성했다.

류명성은 북한에 '옥련'이라는 여동생을 두고 남한으로 내려왔고 어렵게 제빵사 자격증을 따서 일을 하고 있는데 그 빵집에는 옥련을 닮은 '세라'라는 학생이 아르바이트를 한다. 세라는 늘 다이어트 걱정이며 이럴때마다 쓰레기통을 뒤져서 썩은 음식이라도 먹던 동생생각에 마음이 아팠다. 명성은 아직 일에 익숙치 않아 사장님께 구박을 받지만 탈북자를 채용해주는 곳이 거의 없기에 참고 근근히 생활을 유지하던 중 한통의 전화를 받는다.

"오빠, 나 죽을 것 같…. 날래 손 써 달라."

동생은 명성처럼 남한으로 내려오기 위해 두만강을 건너던중 국경 수비대에 걸려서 벌금 300만원이 필요하다는 내용이었다. 명성은 깊은 고민 끝에 사장님에게 이야기하지만 퇴자를 맞고 세라에게 부탁하지만 세라도 가출을 하여 넉넉한 형편이 아니라 도울 수가 없었다.

그리곤 세라의 어머니가 빵집에 와서 세라를 데려가 버리고 며칠째 보이지 않았다. 명성은 동생이 잡히면 죽거나 고문을 당할 것을 알기에 갖은 방법을 써 보지만 도리가 없어 시간만 보내다가 다시 전화를 받았는데 돈은 나중에 받기로 하고 옥련을 남한으로 보내주겠다는 브로커의 말이었다.

명성은 너무나 기뻤고 북한에서 동생과 만들어 먹던 '퐁퐁떡'이 생각났다. 그래서 쑥버무리를 혼합해서 남한과 북한의 특색을 살린 새로운 빵을 개발하고 있었는데 며칠째 보이지 않던 세라가 왔고 세라와 빵을 같이 만들면서 '통일빵' 이라는 이름을 붙이게 된다. 칼로리는 낮게 남과북 모두를 잇는다는 뜻이었고 이 빵이 성공하게 되면 '류명성 통일빵집'을 차리자는 제안을 한다. 창밖의 하얀 목련을 보며 옥련도 고운 모란처럼 고생은 그만하고 희고 예쁘게 지낼 일만 남기를 바라며 이야기는 끝이 난다.

며칠 전 뉴스에서 탈북한 모자가 굶어 죽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10년 전 남한으로 내려왔으며 냉장고에는 먹을 것이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고 했다. 탈북민은 1997년에 도입된 '북한이탈주민법'을 통해 취업 등 지원을 받고 있다고 하지만 실효적인 사회 안전망이 부족하여 현실과 괴리가 커서 이런 일이 발생한 것 같다고 한다.

이런 뉴스를 보며 나는 이 남매가 남한에 와서도 과연 통일빵을 만들며 행복하게 살 수 있을까하는 의문을 가져본다. 삼백만원을 빌리지 못해 쩔쩔매는 상황과 부당한 대우를 받으면서도 어쩔 수 없이 일해야 하는 상황을….

나는 아직 정치를 모르지만 이들을 위한 새로운 법이 만들어져 통일로 한발 더 다가서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 그리해 북한에 있는 친구와 통일빵을 나눠 먹으며 함께하는 추억을 만들어 볼 그날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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