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 사람만 아는 거제의 맛 2]도다리쑥국…햇쑥·햇도다리로 끓여야 제맛

봄철 거제 수산물 대표 선수를 꼽으라면 단연 도다리다. 납작한 몸통에 못난 생김새지만 담백하고 차진 식감이 좋아 횟감으로 또는 탕용으로 인기를 끈다. 거제에서 철 따라 잡히는 어종은 다양한데 봄에는 봄 도다리를 최고로 친다.

봄 바다 최고의 선물 '거제 도다리'

우리나라 전역에서 잡히는 도다리는 거제에서도 여러 곳에서 잡히지만 포구에 따라 잡히는 도다리의 모양도 조금씩 다르다. 몸통이 좀더 납작하거나 길쭉하다.

이중 거제사람들은 특히 진해만을 끼고 있는 사등·고현·하청·장목 방면에서 잡히는 도다리를 최고로 높이 쳐준다. 이곳들은 진해만을 끼고 있어 육지와 접하는 면적이 넓다 보니 플랑크톤 등 도다리의 먹이 사슬이 많아 도다리 맛이 더 좋은 게 아닌가 하고 지역사람들은 추측한다. 물론 내만 또는 외만에서 잡히는 도다리가 최고라는 이견도 있어 제각각이다.

흔히 도다리와 광어(넙치)를 혼돈하는 경우가 많은데 '좌광우도'라 해서 눈이 왼쪽으로 쏠려 있으면 광어고 오른쪽으로 쏠려 있으면 도다리다.

또 광어는 입이 크고 이빨이 날카로운 반면 도다리는 입이 작고 이빨이 없으며 양식이 되는 광어와 달리, 도다리는 다 자라는 데 3~4년이 걸려 수익성이 떨어져 양식은 잘 하지 않는다.

거제 햇쑥

거제지역은 계룡산을 경계로 나누면 지역마다 기온이 3도나 4도씩 편차가 난다. 따듯한 남동부인 장승포·일운·남부·동부의 언덕 양지바른 곳에서는 1월만 돼도 자잘한 쑥이 돋아난다. 도다리 쑥국에 쓰는 쑥은 햇쑥일수록 부드럽고 향이 은은해 좋다. 4월 이후 커진 쑥은 향이 강하고 질겨져 속잎만 따서 쓰기도 한다.

봄에 나는 봄나물은 냉이도 있고 달래도 있지만 하필이면 왜 도다리국에 쑥을 넣게 됐는지는 아는 이가 없다. 아마 옛 어른들의 경험과 지혜에 의해 선택된 것이 아닐까 싶다. 항간에는 '쑥국을 보름 전에 세 번 먹으면 한 해에 무병한다'는 설이 있을 만큼 쑥은 칼슘이나 인·철분·비타민이 풍부하게 들어있어 우리 몸에 좋다.

도다리와 쑥의 만남 '도다리쑥국'

쑥과 봄 도다리가 만나면 환상의 궁합을 이루는 도다리쑥국이 된다. 특히 저열량 고단백인 도다리와 비타민 함량이 많은 쑥을 함께 요리하면 상호보완 효과를 내 봄철 대표적 보양식이 된다.

보통 식당가에서는 판매단가를 맞추기 위해 비교적 싼 가격의 '난도다리'를 주로 쓴다. 하지만 맛을 아는 거제도 미식가들은 알을 배지 않은 햇도다리로 끓여야 제맛이라고 평한다.

햇도다리로 국을 끓이면 기름기가 돌고 육질이 단단한데, 알을 밴 난도다리로 국을 끓이면 기름기가 없고 육질이 좀 무르다며 예민한 미각을 드러내기도 한다.

도다리쑥국이 상에 올려지면 알싸한 쑥향이 코로 번져 봄을 실감하게 된다. 한 숟갈을 떠 입에 넣으면 혀에 부드럽게 녹는 쑥의 질감을 느끼게 된다. 쫄깃한 도다리 살점과 쑥 향이 녹은 국물을 같이 떠 입에 넣으면 온몸에 봄 향이 퍼지는 듯, 봄의 생명력으로 온몸이 신선해 질 듯하다.

● 도다리세꼬시

세꼬시는 생선을 뼈째 썰은 회를 말한다. 도다리쑥국도 좋지만, 도다리는 봄 횟감으로 첫 손가락에 꼽힌다.

특히 봄이 되면 뼈가 연해진다는 도다리는 알을 배지 않고, 잔 것을 골라 뼈째 썰어 먹는데, 일명 세꼬시로 통한다. 도다리 세꼬시는 오독오독 씹으면 맛이 차지고, 씹을수록 고소한데 단맛도 비쳐 감미가 최고다. 거제사람들은 이 맛을 잊지 못해, 도다리가 나는 철이면 매년 입맛을 다시며 활어시장 도다리 코너에 줄을 잇는다.

거제도에 사는 바닷가 사람이라면, 낚싯배 위에서 갓 건져 올린 도다리를 썰어 먹는 맛을 안다. 자잘한 햇도다리를 껍질째 썰어 된장에 '쿡' 찍어 먹어본 경험이 있다. 혹자는 소년 시절 아버지 따라 나갔던 배에서 얻어먹은 세꼬시뼈에 여린 입천장이 벗겨져 화끈거리던 어린 날의 추억을 말하기도 한다.

도다리쑥국 조리법

1 물(쌀뜨물), 대파, 파 뿌리, 무를 넣어 20여 분 끓여 맑은 육수를 낸다.(도다리 본연의 맛을 즐기려면 맹물에 끓이기도 한다)
2 육수에 약간의 된장을 푼다. 색깔을 내고 도다리의 비린 맛을 잡는 용도다.
3 비늘을 치고 내장을 빼 손질한 도다리를 육수에 넣고 팔팔 끓여 나머지 간은 소금으로 한다.
4 한소끔 끓어 도다리가 익으면 준비한 쑥과 파를 넣는다. 여기서 쑥이 어리거나 잔 것이면 살짝만 끓여낸다. 굵은 쑥일 경우 좀 더 끓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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