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 오신 날' 봉축 법요식 연기]
거제불교사원연합회 회장 선암스님(계룡사 주지)께 듣는 코로나19로 돌아보는 일상

거제시 고현동 계룡사 주지 선암 스님.

거제 불교사원들은 올 2월 중순부터 종단 차원의 결정에 따라 법회 행사·단체기도를 중단해 왔다.

거제불교사원연합회 회장인 선암스님(계룡사 주지)은 사월 초하루를 맞아 법회를 열었으며, 최대한 방역수칙을 지키고 방문자 목록 등을 작성하며 코로나19 사회적거리두기를 실천하고 있다고 근황을 전했다.

또 불교종단협의회 차원에서 코로나19의 종식과 확산방지를 위해 오는 30일 예정됐던 '부처님오신 날' 봉축 법요식을 5월30일(음력 윤달 4월8일)로 연기했다. 올해는 윤달이 있어 음력 4월이 두 번이다. 그래서 윤 4월 초파일로 석가탄신일 행사를 연기한 것이다.

스님은 "코로나19가 지속되더라도 모두가 힘을 합쳐 지혜롭게 헤쳐나가자"며 "불교종단 전체가 4월 초파일~윤 4월 초파일까지 한 달 동안을 '코로나19 소멸 발원, 힘내라 대한민국' 주제로 기도 기간으로 정하고 전체 종단이 매일 열 시 반에 기도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혼자하면 꿈이지만 불자와 종단 차원에서 여럿이 함께하면 현실이 된다"고 말했다.

향후 코로나19의 향방에 대해 스님은 "우리 국민은 깨어있고 국가에 협조도 잘하고 지혜롭다. 관에서도 아주 열성적으로 코로나19에 대응하고 있으니 충분히 퇴치될 거라 기대한다"고 염원했다.

이어 코로나로 인해 불편을 겪고 있는 이때, 코로나가 주는 교훈을 생각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우주의 역사는 138억년이고 지구의 역사는 46억년이며 인류의 역사는 300만년이다. 인간에게 있어 코로나는 퇴치해야 할 존재지만, 지구에 있어서 인간은 어떤 존재인지 생각해 봐야 한다"며 "코로나가 인간을 힘들게 하는 것처럼 인간이 지구나 자연을 망치고 있는 건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고 제안했다.

스님은 "이탈리아에서 관광객 발길이 줄어들자 오염됐던 바다에 물고기가 보이고, 훼손됐던 자연이 되살아나 다시 꽃을 피우는 사례를 보게 된다"며 "인간에 의해 숨어버리고 사라졌던 것들이 인간의 발길이 주춤하자 다시 본연의 모습을 되찾기도 한다"고 말했다.

인간이 지구에 존재하는 모든 만물에 어떤 식으로 접근해야 하는지, 얼마만큼 겸손해져야 하는지 스스로 돌아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간중심주의·이기주의를 내려놓고 자연에 배려하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는 주문이다.

스님은 또한 '나'라는 이기주의가 우리 사회에 넘치고 있다고 진단했다. 가치관의 변화가 필요한데 습관적으로 나쁜 업식에 사로잡혀 벗어나지 못해 불행이 온다는 것이다. 불교가 추구하는 궁극적인 목적은 인간의 영원한 행복이며, 그것은 바로 해탈이라는 설명이다.

스님은 시민들에 대한 제안도 잊지 않았다. "이번 코로나19 사회적거리두기의 시간을 자기를 돌아보는 시간으로 가져보라"며 "그동안 마냥 자유롭게 인간관계를 엮어나가고 아무런 제약 없이 활보했던 하루하루가 얼마나 소중했던 것인가를 돌아보라"고 권유했다.

덧붙여 일상이 얼마나 가치있는 지, 돌이켜 보면 하루하루가 기적이며, 위기가 와 봐야 평범한 일상을 소중히 여기게 된다는 메시지도 줬다.

마지막으로 스님은 한 일화를 소개했다. "스승이 한 제자에게 물품을 창고에 들여놓기를 주문해도 끝내 안 듣다가 마침내 도둑질을 당한 후, 도둑을 통해 제자가 교훈을 얻더라"며 "우리도 코로나를 통해 일상의 소중함을 반추할 수 있다. 코로나가 일상의 감사함을 느끼게 해주는 스승일 수 있다"는 말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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