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병원으로 거듭나게 한 소독약
진정한 병원으로 거듭나게 한 소독약
  • 고윤석 칼럼위원
  • 승인 2020.04.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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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윤석 거제시약사회장
고윤석 거제시약사회장

병원하면 생각나는 이미지는 흰색 가운·마스크·강한 알코올 향의 소독약 냄새다. 병원을 위생적으로 유지하기 위해 필수적인 아이템이다. 하지만 소독약이 필수적인 아이템이 되기까지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최근 여성의 수명이 남성보다 6년이상 길지만, 과거에는 큰 차이가 없었다. 출산을 하는데 목숨을 잃는 일이 다반사였기 때문이다. 산욕열 때문으로 현재는 분만 종료 24시간 이후 산욕(출산직후부터 산모가 회복할 때까지의 기간) 10일 이내에 2일 이상 38℃ 이상의 발열이 지속하는 경우를 말한다.

산욕열은 태반 박리·출산으로 인한 상처에 세균이 침입해 발생하는데, 고열과 가래·심한 두통이 오면 최후에는 사망하게 된다. 석가모니를 낳은 마야부인도 산욕열 합병증으로 사망한 것으로 추측되며, 로마의 장군 폼페이우스와 결혼한 로마의 율리우스 카이사르의 딸 율리아도 출산 도중에 목숨을 잃었다. 그녀가 죽고 나서 카이사르와 폼페이우스의 관계가 급속도로 나빠져서 산욕열만 아니었다면 로마사가 상당히 달라졌을 수도 있을 것이다.

예전에는 산발적으로 일어난 산욕열은 도시화로 인해 밀집해 살기 시작하면서 집단적으로 발생하게 된다. 17세기 중반에 프랑스 파리의 한 병원에서 최초로 발생했는데, 불결한 이불을 덮고 한 침대에서 몇 명이 지내며 하수도가 흘러 드는 강물을 쓰는 환경 때문에 집단적으로 발병하게 된다.

미국·유럽 도시 전역에 산욕열이 창궐했으며, 최고조에 달할 시기에는 임산부 5명 중 1명이 사망할 정도였다. 더 중요한 것은 19세기 중반까지 근본적인 치료가 되지 않았다.

오스트리아 빈 대학의 의사 제멜바이스는 동료의사가 산욕열로 숨진 임산부의 검시 중에 생긴 상처로 사망하게 된다. 이를 보고 감염성 물질이 의사의 상처에 묻었고, 다음 임산부에게 옮겨가며 병이 발생한다는 가설을 세우게 된다. 결국 의사들이 산욕열을 옮기는 운반책이라는 사실을 안 순간 경악하게 된다.

검시를 마친 후에는 비누로 씻고, 염소수에 손을 담그고 손톱도 자르고, 손톱 사이도 꼼꼼하게 문질러 닦은 후 12%였던 사망률이 3%까지 내려갔다. 속옷과 의료기구까지 철저하게 소독하자 사망률은 0.5%까지 떨어졌다.

최근에 슬기로운 의사생활이라는 드라마를 즐겨보고 있는데, 수술하기 전에 손을 씻는 장면이 매회마다 계속해서 클로즈업 된다.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하지만 아이러니 하게도 독일의학계의 주류는 나쁜 공기로 인해 생긴다고 주장했기 때문에 제멜바이스의 발견은 암초에 부딪치게 된다. 지지부진 하던 이 이론은 그 후에 나이팅게일이 통계자료를 바탕으로 의료개혁에 헌신한 덕분으로 의료현장의 위생환경이 현저히 개선되게 된다.

영국 외과의사 조지프리스터는 단순골절이 아닌 뼈가 피부를 뚫고 나온 개방골절에서는 예후가 좋지 않다는 것을 알고 상처부위에 들어가 세균이 문제라고 생각하고 하수도 부패를 막는 콜타르 성분 중 페놀이 효과가 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제멜바이스와 달리 리스터는 이후에 승승장구해서 의사 최초로 남작지위도 얻게 된다. 우리가 자주 사용하는 리스테린이라는 구강소독제가 바로 이 의사 리스터에서 유래된 것이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지구촌을 휩쓰는 현재에도 청결과 위생이라는 단어는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는 생각이 든다.

소독기술은 감염증에 대항하는 획기적인 전환점이 됐지만, 복용약으로서는 연결이 되지 못했기 때문에 세균을 정복하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이 더 필요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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