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홍 거제바른이치과 원장.
이수홍 거제바른이치과 원장.

치과용 아말감은 치아 우식증 등으로 손상된 치아를 치료하는데 있어 사용되는 재료 중 가장 오래된 재료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아말감은 은·주석·동을 주성분으로 하는 아말감 합금을 강한 힘으로 분쇄시키면서 수은을 첨가해 혼합시킨 것을 의미합니다.

충치를 제거한 자리에 굳기 전 상태의 말랑말랑한 아말감을 전용도구를 이용해 강한 힘으로 다져 넣는데, 일정시간이 지나면 이 아말감은 딱딱하게 굳어집니다.

아말감의 위해성에 대해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고 나오는 이야기가 아말감에서 발생하는 수은에 의한 위험성입니다. 일본 미나마타 지방에서 발생한 각종 신경계통에 장애를 일으키는 원인불명의 질환이 조사 결과 인근 공장에서 무단으로 방류한 메틸 수은에 의한 것이었음이 밝혀지면서 미나마타병이라는 이름이 붙게 됐습니다. 이것이 환경문제를 다루는 교과 과정에 소개되면서 수은의 위험성에 대해 일반인들에게도 잘 알려져 수은이 함유된 금속이 입안에 있다는 것이 많은 분들에게 찜찜함을 불러 일으키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럼 아말감에 포함된 수은이 과연 질환을 야기할 만큼의 독성을 지니고 있을까요?

잠시 이야기를 돌리면 '구리'라는 금속은 모두 알고 계실 것입니다. 그 구리가 녹슬면 산화구리가 되는데 이 산화구리는 사극에서 나오는 사약 또는 과거에 많이 쓰였던 쥐약의 성분 중 하나입니다. 치과에서 만드는 부분 틀니의 금속 부분에는 구리가 들어가 있고 전해질이 많은 구강의 환경상 당연히 구리는 산화될 것입니다. 하지만 무허가 시술자가 한 것을 포함한다 해도, 부분 틀니에 포함돼 있는 산화구리 때문에 사람이 죽었다는 보고는 없으며 아무도 그러한 부분을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이것이 가능한 이유는 독성이 있는 금속이라도 합금이라는 화합물을 만들면 물질은 원래의 성질을 잃기 때문입니다. 아말감에 포함된 수은 역시 다른 금속들과 화합물을 만들면 처음 가지고 있던 독성을 잃게 됩니다. 결국 문제가 되는 것은 합금을 만들지 못하고 남아있는 극소량의 잔여 수은인데 현재는 기술의 발달로 인해 수은과 다른 금속의 비율을 기계를 이용해서 정확하게 맞추기 때문에 잔존 수은의 양은 이전보다 획기적으로 줄어 들었습니다.

1980년대 이후 아말감의 독성에 대한 연구는 꾸준히 이뤄지고 있지만 아직 어떤 질환도 치과용 아말감과 연관됐다는 구체적인 증거는 없습니다. 1993년 미국 공중보건과학(US Public Health Science) 역시 치과용 아말감의 사용을 규제할 이유가 없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2003년 WHO는 아말감의 와동면이 30개(대부분의 치아를 아말감으로 수복한 극히 드문 상황)인 사람의 하루 수은 흡수량이 12㎍(마이크로그램) 정도라고 했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어패류 섭취 가이드에 따른 하루 수은 섭취 허용량은 50㎏ 성인 기준으로 23㎍입니다.

미국·유럽에서도 아말감의 사용률은 줄어드는 추세입니다. 다만 그 이유가 아말감 수복 시 사용되는 수은을 취급해야 하는 의료인과 보조인력의 건강 문제, 만약의 대량 유출사고 시 발생할 수 있는 환경문제 때문입니다.

한국의 경우도 아말감을 대체할 수 있는 재료인 컴포지트레진의 치료 수가가 저렴해지고 레진 또한 발전을 거듭해 물성이 많이 개선되어 아말감 치료의 비율이 줄어들고 있습니다.그렇다고 아말감이 결코 나쁜 치과용 재료는 아닙니다. 심미성이 떨어지는 등의 문제가 있기는 하지만 우수한 물리적 성질과 저렴한 치료비용이 단점을 상쇄합니다.

아말감은 경우에 따라서는 수십년 이상 바르게 기능할 수 있는 우수한 재료입니다. 증상도 없고 2차 우식의 징후가 없는, 이미 치료된 아말감을 '수은'이라는 이유로 다른 재료로 대체하는 것은 불합리한 선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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