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승태 편집국장.
백승태 편집국장.

어느 시인이 말했듯이 4월은 잔인한 달이다. 시구(詩句)에 대한 해석은 제각각이지만 오는 15일 치러질 총선에서 쓴잔을 마신 후보자들에게는 4월은 더욱 잔인한 달일 게 틀림없다.

코로나 여파도 가시지 않은 잔일한 달이지만 총선은 보름 앞으로 성큼 다가왔다. 거제시 선거구에는 지난 26~27일 후보 등록을 마친 6명의 주자들이 일제히 레이스에 들어가 공식적인 총선의 막을 열었다. 선거를 앞둔 시민들도 고민이 많아졌다. 협잡의 정치판에 염증을 느끼고 꼭 찍어야 하는 정당과 후보를 찾기가 쉽지 않은데도, 최선이 아니면 차선을 찾자는 마음으로 일꾼을 뽑아야 하고 또 그 일꾼을 뽑는 투표가 유권자의 권리이기 때문이다.

이번 총선은 단지 지역 일꾼을 뽑는 차원을 넘어 소중한 한 표 행사로 우리의 미래를 새롭게 결정짓는 중요한 선택이다. 반대로 사익이나 지연·학연 등이 가미된 그릇된 선택은 미래를 망칠수도 있다는 각별한 의미도 지닌다. 대의민주주의의 꽃이 선거이고, 한 나라의 정치 수준은 그 나라의 국민수준이라는 말이 있다. 올곧은 투표와 현명한 선택은 역량 있는 올곧은 정치인을 선택해 민주주의를 꽃 피울 수 있고, 거제의 미래발전과 우리나라의 정치 수준·국민 수준을 한층 높일 수 있다.

현명한 유권자가 현명한 정치인을 얻을 수 있는 만큼 유권자 한 사람 한 사람의 혜안과 올곧은 선택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최근 한 인사가 밝힌 말대로 두 달째 계속되는 코로나19로 온 시민이 놀라고 아파한다. 수많은 영세 자영업자들이 '병 걸려 죽기 전에 굶어죽게 생겼다'고 하소연이다. 불행중 다행으로 혼란 속에서도 코로나19와 싸우는 의료진과 자원봉사자들이 있고, 마스크 나누기와 임대료 인하 운동에 참여하는 뜻있는 시민들이 있어 어려움 극복의 희망을 엿볼 수 있어 감사드린다.

이런 와중에도 정치 시계바늘은 돌아가 총선이 눈앞이다. 거제의 정치 지형과 미래를 결정짓는 하나의 중요한 역사의 날이다. 모든 게 유권자인 시민의 머리와 손가락에 달려 있다. 제발 제 손가락으로 제 눈 찌르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

잘못하면 가만히 머리로 새겨뒀다가 선거 때 표로 심판해야 한다. 그래야 유권자를 무서워하고 시민의 대변자가 된다. 후보가 하는 말이 거제의 미래에 그리고 나라 전체의 이익에 부합되는지 판단해서 찍으면 된다. 우선 먹기 곶감이 달다고 덥석 단물만 받아먹고 후회하는 일이 있어서는 큰일 난다. 잘못한다고 욕해 놓고 막상 기표소에 들어가서는 고향사람인데, 동창인데, 종친인데 하면서 찍으면 안 된다. 그 결과들이 모여서 거제를 망치고 나아가 미래를 좀먹게 한다.

선거 때면 나타나 명함 돌리는 선거꾼이나 말 잘하는 능변가, 목소리 큰 사람 뽑는 선거가 아니라 현재의 삶을 살아가는 시민의 대변자를 뽑는 것이다. 귀를 열고 두 눈을 부릅뜨고 현재의 거제와 미래세대에게 고스란히 돌아올 대가를 생각하며 제대로 된 선택을 해야 한다.

편가르기와 패싸움이 난무하는 '중앙정치'가 아닌 시민들이 피부로 체감할 수 있는 '생활밀착형' 일꾼을 바란다.

원칙과 정도로 시민만 믿고 가겠다는 그의 말을 인용하면, 이번 총선에 출마한 후보들은 거제에 대한 남다른 애정과 열정으로 가득하다. 선의의 경쟁을 통해 현명한 시민의 선택을 받길 희망한다. 유권자인 시민들도 후보자의 됨됨이, 세상을 보는 가치관, 거제에 대한 비전, 쌓아온 역량을 충분히 보고 앞으로 4년간 시민과 국민을 위해 일할 사람을 선택해 주길 바란다. 코로나19라는 초유의 사태 속에서 준연동형비례대표제라는 초유의 선거법으로 선거를 맞이해야 하는 유권자들의 심정은 착잡하다. 대면선거운동을 기피하는 깜깜이선거로 후보자의 공약조차 제대로 알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초유의 사태 속에 두 눈 부릅뜨고 현명하게 선택하는 길밖에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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