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고진미(116.6㎝×91㎝·2020년)

 

 '어릴 때부터 큰 재능은 없다고 스스로 느끼면서도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하고 그로 인한 즐거움에 늘 빠져 들었습니다. 친구 따라 미술학원을 가면서 그림을 본격적으로 배웠지만 취업 등의 이유로 디자인을 전공했기에 늘 순수회화에 대한 목마름으로 적지않은 방황을 했습니다. 오랜 시간이 지난 어느 날, 책상서랍 속의 낡고 오래된 상자안에서 추억 가득한 그림 도구들을 발견하고는 내심장이 더욱 크게 뛴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중략> 그렇게 다시 잡은 붓으로 나는 그저 그리고 싶은 것을 솔직하게 마음가는대로 작업하자는 나름의 방향을 설정했습니다. 이렇게 시작한 작업은 오로지 내 자신에게 집중하는 행복감을 주었습니다.

나는 넘치는 행복감을 캔버스뿐만 아니라 천위에 색을 입힌 후 자수를 놓는 등 다양한 작업의 형태로 풀어냈습니다. 내 손끝에서 피어난 꽃 한송이와 초록의 잎 하나하나는 소중한 마음의 조각이며 내가 만끽하는 즐겁고 아름다운 세상입니다.  - 작가 노트 中에서

그림은 그것을 그린 사람이 만들어 놓은 또 다른 세계이며 인간의 자연스럽고 가장 지적인 활동이고 시대와 공간을 뛰어넘는 초월적 행위입니다. 거제도 토박이 고진미 작가의 그림그리기 역시 보편적으로 인간들이 겪는 그리는 행위에 대한 오랜 집착에서 비롯됐습니다.

주부로서 살아가던 그녀에게는 일상의 느낌을 화폭에 담는데 주저함이 없고 바느질하듯 예술은 생활화되고 일상화 된 느낌을 줍니다. 그래서 그녀의 작업은 소탈하면서 편안하고 아름답습니다. 오묘한 사상이나 조형적 세계를 추구하기 보다는 그저 하루하루를 기록하듯이 담담하게 이어지는 그녀의 작업세계는 그녀만이 오롯이 느끼는 주부의 감성에서 비롯 됐습니다. 그 어느 때 보다 일상으로의 회귀가 그리운 시기에 편안한 일상, 그저 평범한 하루가 예술임을 일깨워주는 고진미의 그림이 새삼 돋보이는 요즘입니다.  

글 : 권용복 서양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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