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성 본지 대표이사.
김동성 본지 대표이사.

J兄에게.

이역만리 미국에서 잘 지내고 계신지요. 1997년 IMF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2000년에 이민을 떠났으니 20년 만입니다. 지난번 선친 상사때 조카가 다녀갔습니다. 부모님을 닮아 잘생기고 똑똑해 보였습니다. 한국에서 취직도 했다고 들었습니다. 올 4월 결혼식을 서울에서 할 거라고 했는데 코로나19가 전 세계를 덮치면서 결혼식도 연기됐단 말을 들었습니다. 이국땅에서 쉽지 않은 계획이었을텐데 심려가 크겠습니다.

J兄. 이제 코로나19로 전 세계가 비상사태가 됐습니다. 지난 19일 현재 코로나19 누적 확진자가 22만명에 육박하고 사망자도 8800명을 넘었다고 합니다. 미국도 하루 사이 약 300명의 신규 확진자가 나왔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을 '전시 대통령'이라고 지칭하며 현 상황을 '중국 바이러스에 대항한 우리의 전쟁'이라고 규정했답니다.

대한민국 상황도 심각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19일 현재 확진자가 8565명, 사망자가 91명입니다. 개학도 4월로 연기됐습니다. 소상공인들의 매장이나 식당·미용실 등은 매출이 50%이상 떨어졌다고 합니다. 온라인 유통은 매출이 다소 상승하고 있다고는 하나 이도 소비심리 축소로 큰 기대는 할 수 없다는 것이 업계의 판단입니다. 소상공인들은 요즘 대출을 받아 직원 월급을 주고 있는 실정입니다. 이런 심각한 상황에도 우리를 더 슬프게 하는 마스크 사기는 도를 넘었고, 언론들의 가짜뉴스는 상처받은 시민들을 두 번 울리고 있습니다.

J兄. 고향인 거제 역시 문제는 심각합니다. 대우·삼성조선이 있어 상대적으로 자영업자인 소상공인 보다는 월급생활자가 많다보니 최저생계는 유지할 수 있겠지만 이도 조선경기 불황으로 임금 도급단가가 적다보니 예전 같지는 않습니다. 문제는 소상공인 자영업자들입니다. 또 부동산 대출투자나 부동산 가격입니다. 정부나 경남도는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긴급 자금대출'이라는 소상공인 자영업자를 위한 대책카드를 내놨습니다. 저금리로 대출하면 임시방편은 되겠지만 소득이 낮은 소상공인에게 빚만 안겨주는 꼴이 될까 염려스럽습니다.

1997년 IMF때 금융+실물+거품으로 인해 제조업을 하던 兄은 자금난의 어려움을 겪고 이민을 선택했지만 당시 거제는 조선 노동자들의 소비로 지역 소상공인 자영업이 위축되지 않아 IMF를 극복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2008년 금융위기 때도 전국적 부동산 타격을 받았지만 거제는 특수하게 지역경제가 성장하는 이변이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이번 코로나19는 상황이 조금 다릅니다. 지역상권을 얼어붙게 만들었고 소비가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20년 전 J兄이 이민을 떠나면서 했던 말이 생각납니다. "우리나라 세금징수는 선진국 수준인데 소상공인 자영업 보호정책은 한참 후진국이다. 당시 국가나 각 지방정부에서 조금만 관심을 가져줬어도 이민은 가지 않을 것"이라며 눈물을 보이던 모습이 요즘 자꾸 생각납니다.

고용을 위한 지원금을 소상공인 자영업자에게 빨리 지급해야 한다던 兄의 말이 요즘 꼭 맞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지역화폐 사용을 권장해 지역경제 활성화를 최우선으로 생각해야 할 것 같습니다. 일용직노동자·프리랜서·배달노동자 등 생활이 어려운 분들에게 때를 놓치지 말고 민생 예산은 먼저 지급해야 할 것도 같습니다.

J兄. 4월15일 제21대 국회의원 선거가 치러집니다. 코로나19 예산을 두고도 선거를 위한 선심성 예산 포플리즘을 이야기 합니다. 모두 틀렸다고 말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빚내서 버티는 소상공인 자영업의 형편을 삶의 현장에서 직접 보고 들어보면 무엇이 급한지 알게 될 것입니다. '선 지급 후 검증'하는 명분을 정치권에서 합의하면 좋을텐데 말입니다.

J兄. 결혼식이 연기돼 아쉽습니다. 결혼식 핑계로 兄이 좋아하던 볼락구이에 소주 한잔 하려고 했는데…. 코로나가 빨리 진정됐으면 좋겠습니다. 형수님이랑 건강하시고 뒤에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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