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를 세 번 이상 읽지 않은 사람과는 인생을 논하지 말라'는 말이 있을 만큼 삼국지는 대표적인 고전명작이다. 영웅호걸들이 펼치는 그들의 성공과 실패는 우리 삶에 좋은 교훈을 제공해주기 때문이다.

우리가 읽는 삼국지는 서진의 진수가 쓴 정사 '삼국지'가 아니고 명대 초기에 나관중이 쓴 소설 '삼국지연의'다. 내용중 적벽대전은 손권과 유비의 연합군이 조조의 대군을 양쯔강변의 적벽에서 크게 무찌른 전투다. 규모의 웅장함과 숨막히는 긴장감으로 독자를 압도한다. 그러나 정작 정사 삼국지에서는 겨우 세 줄로 서술됐을 뿐인데 나관중이 소설적 상상력으로 스펙터클하게 묘사해 놓았다.

수전에 약한 조조군을 속여 배와 배를 쇠사슬로 잇는 연환계(連環計), 상대를 속이기 위한 고육지책(苦肉之策), 첩자를 역이용하는 반간계(反間計), 제갈공명의 동남풍 등 재미에 푹 빠지게 만든다. 판소리 다섯마당에도 나온다.

화공전법으로 크게 패한 조조는 대부분의 군사를 잃고 몇몇 수하 장수와 함께 북쪽으로 겨우 탈출해 계곡을 지나면서 "제갈량도 별것 아니다. 나 같으면 여기에 군사를 매복시켰을 것이다"라는 말이 끝나기 무섭게 조자룡의 군사가 나타난다. 놀란 조조는 다시 도망치다가 한숨 돌리며 "여기가 복병을 숨기기에 딱 좋은데 강아지새끼 한 마리 안보이네"하고 말하는 순간 험악한 형상의 장비가 장팔사모를 휘두르며 나타나 "조조야, 장비가 여기 있다"하며 소리쳤다.

코로나19가 '머지않아 종식될 것'이라고 말하자 신천지 사태가 터져 걷잡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고, '코로나 방역은 모범사례로 평가받을 것'이라고 말하기 무섭게 구로콜센터 감염이 복병처럼 나타나 국민들을 불안하게 만들었다. 조조의 말이 생각나는 대목이다. 자랑은 좀 있다가 해도 늦지 않다. 인류 역사상 가장 처음 제시된 권리라고 평가받는 '조금 있다가 알아도 될 권리'라는 말이 이럴 때 쓰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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