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등 해외 기업결합심사 잇따른 연기에 '하세월'
현물출자 계약 만료일도 오는 9월로 연기

대우조선 전경.
대우조선 전경.

현대중공업그룹이 추진중인 대우조선해양 인수 절차가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올 상반기 중으로 마무리될 것으로 보였던 인수합병 작업은 해외당국의 기업결합심사가 지지부진해지면서 하반기에도 장담하기 어렵게 됐다.

지난 1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최근 현대중공업그룹의 조선부문 중간 지주사인 한국조선해양은 산업은행과 맺은 대우조선해양 현물출자 계약 만료일을 오는 9월30일로 연기하는 수정계약을 체결했다.

한국조선해양은 9월30일 안에 국내외 경쟁당국의 기업결함심사 결과가 나오지 않더라도 가까운 시일안에 긍정적 결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예상될 때 산업은행과 별도의 논의를 통해 계약을 연장할 수 있다는 조항도 수정계약서에 포함했다.

한국조선해양의 이 같은 조치는 해외 경쟁당국의 기업결합 심사가 예상보다 길어지고 있는 영향으로 풀이된다. 한국조선해양은 지난해 3월8일 산업은행과 대우조선해양 인수 본계약을 체결하면서 계약 만료일을 본계약 체결일로부터 12개월 이내로 설정했다.

그러나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이달 5일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해양 인수에 대한 기업결합심사의 최종 시한을 7월9일로 연기했다고 홈페이지에 공지했다.

EU 집행위는 앞서 지난해 12월 반독점 여부에 대해 본심사를 시작해 올해 5월7일까지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자료 요청 등으로 심사가 지연되며 두 달 가량 시한을 늦췄다.

심사가 늦어지고 있는 곳은 EU뿐만이 아니다. 일본의 본심사도 최근에서야 시작됐다. 일본 공정거래위원회는 한국조선해양이 제출한 기업결합 신고서를 지난달 25일 수리하고 1차 본심사에 돌입했다. 지난해 9월 사전심사에 들어간 지 6개월여 만이다.

싱가포르 또한 2차 심사를 진행 중이다. 싱가포르는 지난해 11월29일 2차 정밀심사에 돌입해 3개월이 넘도록 심사를 이어가고 있다.

현재 한국조선해양의 합병을 승인한 국가는 카자흐스탄 단 한 곳뿐 이다. 한국조선해양은 지난해 7월 국내 공정거래위원회를 시작으로 총 6개국에서 기업결합심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는 당초 현대중공업그룹이 공언한 1년의 인수 기간을 훌쩍 넘긴 시한이다.

업계에서는 해외 경쟁당국의 기업결합심사 결과는 하반기쯤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한국조선해양이 9월30일 이후에도 계약 연장이 가능하다는 조항을 넣은 만큼 인수 날짜가 더욱 늦춰질 수도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우선 일본의 경우 세계무역기구(WTO)에 한국 정부가 자국 조선사를 지원하고, 한국조선해양·대우조선해양 합병 과정에서 WTO 규범을 위반했다며 제소한 상황이다. 두 사안을 판단하는 일본 정부 당국이 달라 기업결합심사에 영향을 미치진 않을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지만, 최근 코로나19 확산으로 한국과 일본의 관계가 다시 급랭하면서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또한, 코로나19 사태로 마비된 중국도 기업결합심사가 올스톱 돼 다소 지연될 전망이다. 경쟁법이 까다로운 EU의 상황도 긍정하기 어려운 것은 마찬가지다.

여기에 국내 공정거래위원회도 합병 승인을 빨라야 오는 6월·7월에 내는 것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진다.

양사의 합병이 일본의 WTO 제소 등 국제분쟁으로 확대된 데다 정치권과 노동계를 중심으로 인수합병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정치적 부담감이 줄어드는 총선 이후 합병을 내릴 것이란 관측이다.

다만 한국조선해양은 대우조선해양과의 인수합병 작업을 최대한 빠른 시일 내 완수하고자 총력을 기울인다는 방침이다.

업계 관계자는 "조선업 구조조정이 글로벌 흐름인 상황에서 예측 불가능성을 길게 끌고 가는 게 도움이 될 것 같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해외 기업결합만 신경 쓰는 듯한데 우리나라 공정위도 불법 하도급 문제와 연관지어 기업결합을 보겠다는 입장인걸로 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대중공업이나 대우조선해양이나 그쪽으론 별로 신경쓰지 않아 당장 우리나라에서도 언제 결과가 나올지 예상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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