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예-오상원 作

박소현 연초고 3학년
박소현 연초고 3학년

"삶은 싸우다 죽는 것 그것 뿐이다."

하나의 삶이 싸우기 위해 태어났고, 그러다 죽는 것은 하나의 삶의 목적이 되는 것인가? 피가 튀기고 살이 찢어지는 전쟁의 참혹함 속에서 이러한 삶의 태도를 가질 수밖에 없었던 것일까? 이 책을 읽으면서 드는 생각은 가장 근본적인 물음이었다.

전쟁은 무엇이고 전쟁은 누구를 위한 것인가? 전쟁은 무엇을 얻고자 하는 것인가? 전쟁 속에서 죽어가는 사람들은 두려움과 일말의 희망을 마음속에서 지워내야 하고, 하나의 삶을 죽이는 사람들은 누가 죽었건, 지나고 나면 그들에게는 평범한 그저 그런 일이 되고 말 것이다.

이 현실이 굉장히 슬프고 무서운 일로 다가왔다. 내가 태어나기 불과 70년 전 일이다. 100년도 채 되지 않았고, 할머니가 겪었던 일이고, 증조 할머니가 겪으셨던 일이다. 오래되지 않은 그 순간 속에서, 그 두려움의 시간 속에서 얼마나 많은 무의미한 죽음들이 있었을까?

또 그 죽음의 두려움을 애써 피하려고 되뇌이던 "아무것도 아니다" 말 한마디가 얼마나 많이 떠돌아 다녔을까. 상황이 인간을 이렇게까지 몰고 갈 수 있구나 라는 것을 전쟁을 통해. 이 소설을 통해 느낄 수 있었다. 전쟁은 인간의 마지막 권리까지 앗아가는 비극적인 상황이라 생각한다.

내가 어렸을 때는 "전쟁"이라는 것이 내 옆에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정말 북한과 전쟁을 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과 그런 상상에 자주 빠지곤 했다. 물론 그런 상상을 할 만큼 그 갈등 또한 극에 달했었던 때였다.

지금처럼 상황이 우호적으로 돌아갈 것이라고는 생각지도 못했었다. 오히려 북한에서 핵미사일을 여러 대 날리면서 우리를 위협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그럴 때마다 전쟁 속에서의 인간은 무슨 의미를 지니게 되는 것일까? 하는 생각이 나를 휘감았다.

하나의 이념을 위해 혹은 또 다른 무언가를 위해 마땅히 희생해야 하는 존재인가? 아니면 인간으로서 나의 죽음을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하는가? 전쟁은 한 사람을 무의미로 만드는 비인도적이고 비인간적인 참혹한 상황이다.

그 속에서 사람들이 사람답게 살아가지 못하는 것이 안타까운 일인 것 같다. 그저 내 상상 속에서의 전쟁에서도 사람은 전쟁을 위한 도구로 쓰이다가 죽음을 맞이한다.

같은 민족에게 총을 겨누면서도 지나면 아무것도 아닌 일이 된다. 많은 사람은 상처받고 적은 사람이 인간으로서의 삶을 느낀다. 비참하고 참혹한 전쟁 속에서 저항하다 현실을 받아들인 이 소설의 주인공 '소대장'을 통해 나는 전쟁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답을 찾았다. 한 개인의 삶을 중히 여기지 않고 한번 쓰고 버려지는 종이뭉치에 불과한 존재로 여기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그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 오히려 현실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나와 너. 또는 내가 될지도 모르는 어떠한 사람을 구하려 한 이 소설 속 주인공 '소대장'을 통해 볼 수 있듯이, 나 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을 구하기 위해 전쟁보다는 평화를 택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내가 들었던 감정은 측은지심·두려움이었다. 나와 타자인 이 '소대장'이라는 인물을 객관적으로 보게 되기도 하고, 나를 대입해서 보게 되기도 했다. 이는 나를 끝없는 공포와 두려움 속으로 끌여들였다. 정해진 죽음으로 걸어가는 그 심정은 어떠할까? 감히 내가 생각할 수도, '이럴 것이다'고 정의할 수도 없을 것이다. 모든 사람들은 흰 눈을 따라 따뜻한 남쪽으로 갈 권리를 가져야 한다. 그리고 그 따뜻한 남쪽이 영원한 평화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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