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정 스님 / 대한불교 법화종 옥련사
요즘은 행복하고자 해도 행복하기가 어려운 세상인 것 같다.
무엇 때문일까? 우리 주변에는 너무도 많은 사람들이 행복은 ‘많은 것을 소유(多所有)’하는 데서 비롯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인것 같다. 행복하려면 재산이나 권력을 가져야 한다든가, 사회적 지위도 높아야 하고, 몸도 건강하고 장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조금만 깊이 생각하면 이런 생각은 착각이라는 사실을 곧 깨닫게 된다. 권력가나 재산가들이 보통들보다 권력이나 재산을 많이 소유한 만큼 몇 배 더 건강하고 오래살고 행복하다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 많은 것을 소유하면 행복하다는 생각은 곧 망상이요, 착각이다.
오히려 행복은 많은 것을 소유하는 것보다 ‘만족도’여하에 달려있다. 지위가 낮고 재산이 적더라도 내 마음 속에 항상 만족을 느끼고 살면 행복한 생활이 아닌가?
부처님께서 “모든 것은 자신의 마음에 따라 만들어 진다”라고 말씀하셨듯이 마음 속의 만족도를 높일 때 행복은 찾아온다. 그런데 이 만족도는 자유로워야하며, 그 ‘자유’는 무집착이어야 한다는 조건이 있다.
우리 생활 주변에는 자유를 억압하는 부자유한 환경과 여건이 너무도 많다. 여름에는 더워서 자유롭지 못하고, 겨울에는 추워서 또 괴로워한다.
또한 한 시간만 서 있으면 앉고 싶어하고, 세 시간만 앉아 있으면 눕고 싶어하는 게 우리들이다. 그래서 이 ‘자유’는 반드시 ‘자유로워야겠다’는 집착심을 버리고 무집착의 안정을 이룰 때 부자유로부터 진정으로 해방되는 것이다.
이와 더불어 육신에 대한 애착욕이나 장수욕 같은 이승에 대한 집착심을 버리는 것도 행복을 느끼게 하는 길이다. 운명을 받아들이며 세상을 향해 눈을 크게 떠 보면 우주 존재계의 모든 개체는 생성(生)과 소멸(滅)을 계속 반복하면서 형성 유지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생성과 소멸의 우주 질서가 적용되지 않는 부분은 없다. 인간, 사회, 환경, 삼라만상 모두에 동일하게 적용된다. 이렇게 우주 존재계는 막강한 두 가지 ‘에너지’에 의해 유지되고 있다.
하나는 ‘창조성 에너지’이고 또 하나는 ‘파괴성 에너지’이다. 창조성 에너지는 구심력을 가진 형성 에너지요, 여성 에너지이며, 자비성 에너지이다. 파괴성 에너지는 원심력을 가진 환원성 에너지요, 남성 에너지며, 지혜성 에너지이다.
2000년전 옛 사람들은 이러한 에너지 개념을 잘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에 석가세존이나 예수같은 성자들은 우리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서 이 에너지 개념을 인격 명사화해서 가르쳤다.
창조성 에너지를 불교에서는 ‘관세음보살’이라고 하였고, 기독교에서는 ‘가브리엘(Gabriel) 천사’라 했다. 파괴성 에너지를 불교에서는 ‘문수보살(Manjusri)’이라고 하였고, 기독교에서는 ‘미카엘(Michael)천사’라 지칭한 것이다.
이렇게 이 세상은 두 가지 에너지에 의해 운영되는 것인데 만약 우리가 사는 이 우주에 창조성 에너지만 있고 파괴성 에너지가 없어서 만물이 파괴·소멸이 없다면 과연 어떻게 될까?
지상은 초목으로 뒤덮일 것이며, 수 많은 동물이나 인간들의 포화상태로 인해 지구는 폭발하고 말 것이다.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인생 80년 여로에 온갖 사연도 많고 우여곡절도 많지만 우리가 이승이라는 학교를 졸업하고 원래의 고향으로 돌아갈 때에는 그렇게도 애지중지 아꼈던 몸뚱이는 버리고 가야한다.
눈 부라리고 싸우며 피땀 흘려 모았던 그 많은 재물들도 모두 버리고 가야한다. 그래서 우리는 인생무상 즉 제행무상(諸行無常, 만들어 진 것은 사라져야 한다)을 논하기도 한다.
이렇게 창조와 파괴 즉, 생과 멸의 원리를 알고 순응하고 또한 어느 것에도 집착하지 말고 자유스러워질 때 진정한 행복의 길은 열릴 것이다.
자 이제 우리 다 같이 마음을 가다듬고 고요히 생각해보자. 행복이란 무엇이며 어떻게 얻어질까? 먼저 내가 남들보다 잘나고 똑똑해서 부유하게 잘 살고 있다는 교만심을 버리고 부처님의 진실한 뜻에 따라 생각해 보자.
우리가 소유한 모든 것은 잠시 잠깐 인연 따라 임시로 내가 보관중이라는 겸손한 마음을 갖도록 노력해 보자. 그리고 애써 모았던 재물이 있다면 불우한 이웃에게 베풀어 보시해 보자. 아까움도 사라질 것이며 짜릿한 행복감도 느낄 것이다.
받는 기쁨보다 주는 기쁨, 베푸는 기쁨이 훨씬 더 크다는 것을 느끼며 스스로 만족스러워 질것이고 마음도 편안해질 것이며 행복을 느끼게 될 것이다. 우리 모두 함께 생각을 바꿔 집착을 떠나 항상 만족해하며 자유롭게, 행복하게 현재를 살도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