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1일 하교시간에 맞춰 유치원 버스에서 아이를 받았던 임수정(35·고현동)씨. 

시청 앞에서 마이크를 잡고 쌍욕을 섞어 시위를 하는 장면을 아이와 함께 봤다. 현수막에는 '변광용 거제시장을 사퇴하라', '조선경기 안좋아진 게 변광용 탓'이라는 등 욕을 곁들인 비방 일색이었다. 

마이크로는 하도 험악한 말들을 외치길래 지나가는 행인에게 무슨 일이냐고 물었다. 거제시장이 총선을 앞두고 선거에 개입해서 물러가라는 시위를 한다고 했다.

창원에서 특별히 왔다면서 마이크를 잡은 사람이 말마다 욕을 쏟아내기에 아이 귀를 막고 얼른 자리를 뜨고 말았다. 쌍욕이 난무하는 저런 시위에 아이들은 얼마나 상처받을지 걱정이 앞섰다. 무조건 남탓만 하면서 욕을 하는 모습이 혐오스럽기까지 했다.

지난해 8월 '넥센 김××아 느그 아부지한테 김 선생 돈 갚으라고 전해라'는 현수막을 오토바이에 게시한 50대 남성에게 명예훼손으로 벌금 100만원이 부과됐다.

2015년 10월 방사성폐기물 처분장 유치를 위한 주민투표(11월2일)를 며칠 앞두고 전북 군산 시내에는 '배 터진 경상도 지금도 배 고프냐? 방폐장 양보해라', '정부+경상도 잘 살아라, 굶어죽는 군산시민', '6987억 퍼주고 군산은 기형아 사진 퍼주나' 등 지역감정을 부추기는 현수막이 내걸렸다. 이것으로 지역감정을 뛰어넘기 위해 자매결연까지 맺은 두 자치단체가 오히려 지역감정에 발목 잡혀 그동안 쌓아온 우의와 신뢰 관계를 물거품으로 만들기도 했다.

시청 관계자에 따르면 '옥외광고물 등의 관리와 옥외광고산업 진흥에 관한 법률'에 의거 집회신고가 된 시위현장에 내걸린 남을 비방하는 현수막은 30일 이내는 과태료 부과가 안된다고 한다.  

길이나 차량에 부착된 남을 비방한 현수막은 면적에 따라 과태료가 다르다. 차량에 부착된 일반 현수막도 유동광고물로 분류돼 크기에 따라 과태료가 부과된다.

자진철거 계고에도 계속 부착시에만 이행강제금으로 과태료를 부과하지만 아직 거제시에는 한 건도 부과된 적이 없다. 

거제경찰서에 따르면 현수막에 명확하게 상대방을 알 수 있도록 적시한다면 현장을 보고 처벌수위를 조절한다. 비방을 당한 상대방이 명예훼손으로 고발을 하기도 한다.

내게 닥친 억울한 사연을 알리고 해결책을 찾으려는 한 방편으로 현수막을 많이 내건다. 하지만 내 걸린 순간 아이·주부·노인 할 것 없이 시민 모두의 눈이 쏠리게 된다. 자라나는 아이들을 생각해서라도 현수막 예절을 지켰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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