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승태 편집국장
백승태 편집국장

 정치권에서는 '친구는 가까이 두고, 적은 더 가까이 둔다'는 말이 정석처럼 회자된다. 오바마는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최대 라이벌이던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을 과감하게 국무장관에 기용했다.

삼국지에서 천하를 다투던 조조는 유비의 잠재력을 간파하기 위해 그를 가까이 두고 시험하고 감시했다. 천하를 다툴 수 있을지 모르는 잠룡의 날개를 묶어두기 위해서다. 그러나 유비는 천둥소리에 놀라는 등 거짓 몸짓과 언변으로 자신이 소인배임을 조조 머리에 심어놓고 곁을 떠나 후일을 도모했다.

오바마와 조조의 사례에서 보듯 자신에게 창을 겨눌 수 있는 라이벌은 멀리 있어 보이지 않는 것보다 가까이 두고 살피는 게 현명하다는 전략이고 이치다. 그러나 현재 우리는 코로나19라는 보이지 않는 적에 둘러싸여 공포와 불안에 떨고 있다. 눈에 보이지도 않는 미세한 바이러스 하나가 사회 전반에 제동을 걸면서 정치와 경제·사회·문화·교육 등 모든 이슈를 빨아들이고 있다. 

생명체도 아닌 미세한 바이러스지만 보이지 않고 생소한 적이기에 전 세계가 우왕좌왕하며 움츠러들고 있는 것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적과 싸워야 하기 때문에 보이는 상대와 싸울 때보다 훨씬 더 힘겹다. 또 이 바이러스가 감염성이 강하다하니 더욱 공포스럽다. 

정부는 물론 거제시와 시민들도 보이지 않는 공포를 극복하기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지만 갑자기 출몰한 그 '보이지 않는 적' 때문에 가뜩이나 어려운 지역경제의 기반이 여지없이 흔들리고 있다.

시내 주요 거리는 물론 각 동네 음식점들은 저녁 골든타임에도 손님을 찾기 어려울 만큼 극심한 불황을 겪고 있다. 직장인들의 회식이 사라진지는 이미 오래고, 가족단위 손님들도 아예 발길이 뚝 끊겼다. 기대를 모으며 야심차게 개관했던 거제식물원도 문을 닫고 각종 공공시설과 복지시설도 임시 휴장 상태다.

전통시장인 거제면 5일장도 휴장에 들어갔고 심지어 경찰서 지구대가 일시 폐쇄되기도 했다. 여행사들은 고객의 환불요청 전화를 받으면서 힘든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고, 단체 모임이나 행사는 대부분 연기 또는 취소되고 있다. 관광지도 썰렁한 분위기를 비켜가지 못한다.

한창 시끄러워야 할 선거판도 각 후보들의 대면 선거운동 자제로 잠잠하다.

특히 삼성·대우 양대조선소에 바이러스가 감염된다면 거제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심각성이 대두됨에 따라 자체방역을 강화하고 사내 별도 진료소를 운영하는 등 다양한 대응체계를 갖추고 있다.

유치원과 각급 학교들도 개학을 연기하고, 당장 아이를 맡길 곳이 없는 맞벌이가정·한부모가정 등을 위해 돌봄교실 운영 등을 대책으로 내놓고 있지만 감염을 우려하는 학부모들은 이를 꺼려하는 실정이다. 이들 가정을 위한 정부 차원의 지원과 재택근무 등 사회적 배려가 필요한 부분이다.

가장 큰 타격은 아마 영세한 자영업자들이 받고 있을 것이다. 아예 가게 문을 닫는 점포들도 하나 둘씩 늘고 있지만 언제까지 이 보이지 않는 적과 싸워야 할지 예측할 수도 없다.

다행히 이 바이러스 치료제와 백신이 조만간 나올 수 있다는 소식이 들리니 희망은 보인다. 정부와 거제시도 다양한 대책을 마련하고 시행하느라 부산하다하니 보이지 않는 적이지만 버티고 싸워볼만 하다.

시민들의 자발적인 방역과 이웃돕기 운동이 서서히 번져가는 것도 고무적이다. 코로나19 여파로 고통받는 상인들의 시름을 덜어주기 위해 상가 임대료를 할인해주는 '착한 임대료 운동'도 확산되고 있어 잔잔한 감동이다. 어려움 속에서 빛을 발하는 착한 임대료 운동이 신선한 바람으로 보이지 않는 적을 퇴치하는 거제의 동남풍이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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