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리(사진 왼쪽)·박나래 두 학생은 오량초등학교 6학년 같은 반 친구다. 어느날 영양선생님이 소개해준 요리대회에 같이 나가자고 의기투합하면서 더 가까워졌다. 맞벌이 부모님들로 인해 두 소녀는 평소 부엌과 친하다. 유리는 오빠들을 위해, 나래는 동생들을 위해 끼니때가 되면 곧잘 요리를 해왔다. 볶음밥·토스트를 자주 해먹고, 재료가 있으면 김밥도 싼다는 두 소녀는 참 어른스럽다.

평상시 갈고닦은 요리실력 덕분일까. 두 소녀는 지난해 12월 경남교육박람회 '어린이요리 경연대회'에서 거제유자청을 이용한 '핫케이크'로 대회 본선에 진출해 동상을 수상했다. 그들을 만나기 위해 사등면 오량초등학교를 찾았을 때 학생들은 대회에서 썼던 머리수건과 앞치마를 준비해 기다리고 있었다.

'유자 핫케이크' 아이템은 둘이 같이 고안했다. 새콤하고 향기로운 거제유자가 들어가면 더 맛있을 것이라 아이디어를 모았다. 핫케이크 3개를 구워 층층이 포개고 그 사이에 유자청·딸기잼 순으로 바르고 생크림으로 전체를 덮었다. 보랏빛의 블루베리를 주위로 두르고 키위·코코아 파우더로 모양을 냈다.

"나래는 핫케이크 꾸미기를 잘하고 침착해요." "유리는 핫케이크 굽기를 잘하고 친절해요."

대회를 준비하면서 서로 어땠냐는 질문에 둘이 눈을 맞추며 칭찬하기 바쁘다.

두 소녀가 다니는 오량초등학교는 1학년부터 6학년까지 전체 학년이 1학급이다. 학급당 인원이 10명 내외인 소규모 학교로 교사 1인당 담당 학생수가 8명 남짓이다.

대회에서 요리를 잘하는 것도 중요했지만 대회의 취지는 지역특산물을 이용해 다문화 학생과 나눠 먹고 싶은 음식을 만들어 보자는 것이었다.

유리·나래 학생의 반에도 다문화 친구가 3명이 있다. 전체 학급인원이 8명인데 다문화 친구가 3명이면 비중이 제법 크다. 그 친구들과 잘 어울리냐고 물으니 망설임 없이 동의한다. 오히려 그 질문의 이유를 모르겠는지 눈을 굴린다.

대회에서 상도 받았는데 학급 친구에게도 핫케이크 맛을 보여줬냐니 머리를 절레절레 흔들며 "시간이 없어요" 한다. 유리는 학교를 마치고 수학학원과 점핑수업을 가야하고, 요일에 따라 방과후 토탈공예와 영어 수업도 듣는다. 나래는 피아노학원도 가지만 방과후 바이올린·컴퓨터·창의수학 등의 수업을 듣는다. 면 지역 소규모학교 방과후 수업비 100% 지원으로 혜택을 본다.

학교에 대해 얘기해 달라니 신나서 줄줄 나온다. "운동장이 천연잔디라 뛰어놀기 정말 좋아요. 얼마 전에 체육실을 크게 지었고요, 창의융합과학실도 있어요, 책이 실려있는 '북버스'가 학기마다 오고 함께 오신 선생님께서 책도 읽어주세요." 옆에 있던 선생님이 거든다. "올해 졸업생들은 전원 장학금을 탔어요. 학교 선배들의 후배 사랑이 대단합니다."

전교생 58명 병설유치원 원아 15명과 함께 여름에는 단체 물놀이를 가고, 겨울에는 아이스링크장에 놀러간다. 한번 같은 반이 되면 졸업할 때까지 6년 동안 같이 공부한다.

이런 환경에 대해 유리는 "친한 친구와 헤어지지 않아서 그 점이 제일 좋다"고 하고, 나래는 "장점과 단점이 반반이다. 친구를 폭넓게 사겨보고 싶은데 여학생 5명 남학생 3명뿐이라 그런 점은 좀 아쉽다"고 했다.

지난 학기 반장선거 때는 학급 전체 인원이 9명인데 7명이 후보로 나왔다. 후보에 안나온 두 명 중 한 명은, 전학 온 학생이었고 한 명은 전교 부회장에 나가서 안 나왔다. 두 소녀는 1학년부터 같이 공부하고 있어 서로를 너무 잘 안다. 성격이며, 좋아하는 것, 미래의 꿈까지도.

다시 요리이야기로 돌아가 준비했던 대로 요리를 잘한 것 같은지 물었다. "연습할 때가 더 잘됐어요, 평소 실력의 80% 밖에 못했어요."

무슨 일이든지 잘하고 싶은 욕심이 생기면 평소보다 더 힘이 들어가 화근이 된다. 두 소녀가 그런 이치를 깨닫기까지 걸어갈 많은 시간들이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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