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부가 자국 조선사 재정 지원
보조금 협정 위반" 태클 "합병 무산 대비
대우조선이 가야할 길 등 방향설정 논의할 때" 여론

일본이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합병 과정에 문제를 제기하고 있어 합병이 무산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합병에 대한 불승인은 아니지만 기업결합심사를 앞둔 시점에서 나온 일련의 과정이 심사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의미로 분석했다. 

일본은 지난달 31일 WTO(세계무역기구)에 두 회사 합병에 대한 산업은행과 정부의 지원 등을 거론하며 'WTO 협정 위배'라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이 자국 조선(造船)산업 보호를 위해 딴지를 거는 측면과 함께 전략물자 수출 제한,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 종료 문제 등으로 갈등을 겪고 있는 한국에 견제구를 날렸다는 분석도 나온다.

일본은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합병 과정에서 한국 정부가 WTO의 규범을 위반했다며 분쟁해결 절차로 양자협의를 요청했다.

WTO가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한 한일 조선업 분쟁 양자협의서를 보면 일본은 WTO에 한국 정부의 조선업 구조조정 대책을 제소하면서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합병 과정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한국 정부의 조선산업 구조조정 관련 조치 등을 두고 WTO 분쟁해결 절차상의 공식 제소 첫 단계인 양자협의를 요청한 것은 지난달 31일이다.

일본 정부는 양자협의 요청 이유로 "한국 정부가 직접적인 금융 제공을 포함해 자국의 조선사를 재정적으로 지원하는 일련의 조치를 했다"며 "이는 WTO의 보조금 협정에 위배되는 조치"라고 주장했다.

구체적으로는 지난해 초 산업은행 대우조선해양 지분 약 5970만주를 현대중공업에 현물출자하는 대신 현대중공업그룹 조선해양 부문 지주사인 한국조선해양으로부터 전환주 912만주와 보통주 610만주를 받기로 하면서, 자금이 부족할 경우 산은이 추가로 1조원 재정 지원을 보장하기로 한 것을 지적했다.

또 한국 정부가 선수금반환보증(RG) 발급과 신규 선박 건조 지원 방안을 내놓은 것도 양자협의 요청의 사유로 적시했다.

글로벌 1위 조선사 등장
일본 조선업계에 위협적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두 회사가 합병하면 세계시장 점유율 21%에 이르는 글로벌 1위 조선사가 등장하게 돼 일본 조선업계에 위협적이라고 보는 것이다.

이에 대해 산업부는 "일본의 주장은 근거 없으며 우리의 조치는 국제규범에 합치한다는 점을 충실히 소명하겠다"며 "WTO 분쟁해결 절차에 따라 일본이 제기한 문제에 대해 적극 대응해 나갈 계획"이라고 전했다.

또 현대중공업그룹은 일본이 한국 정부의 조선산업 구조조정 대책을 WTO에 제소한 것으로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기업 결합 심사와는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이어 "일본 공정취인위원회는 독립된 행정위원회로서 근거법인 독점금지법에 따라 공정하게 본건 기업결합건을 심사하고 있다"며 "기업결합 심사는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고 선을 그었다. 

일본의 WTO 제소 외에도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합병이 완료되기 위해서는 각국 공정 당국의 승인이라는 또 다른 난관이 기다리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현재 우리 정부를 비롯해 사업을 펼치고 있는 일본·중국·EU(유럽연합)·싱가포르 등 총 5곳의 당국에서 합병 심사를 받고 있다.

합병이 해당 국가 소비자 및 관련 산업에 독과점에 따른 피해를 줄지에 대한 심사를 통과해야 합병 승인을 받게 된다. 이중 한 곳이라도 반대하면 그 시장은 포기해야 하기 때문에 합병이 어렵게 된다. 일본에서도 공정취인위원회(공정거래위원회에 해당) 심사가 진행 중이다.

현대중공업은 이날 "WTO에 문제를 제기한 곳은 일본 국토교통성으로 기업결합 심사와는 무관하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일본 정부가 공개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밝혔기 때문에 공정취인위원회에서도 제동을 걸 가능성이 있다고 관측했다. 우리 조선업의 주요 수출시장인 EU(유럽연합)의 공정 당국 심사도 넘어야 할 큰 산이다.

한편 대우조선해양 동종사 매각 반대 지역경제살리기 거제범시민대책위원회는 지난해 1월말 정부의 매각 방침 발표 이후 현재까지 대우조선해양 정문앞에서 천막농성을 벌이고 있으며, 대우조선노동조합은 오는 19일 오후 2시에는 세종정부청사 공정위 앞에서 인수합병 반대 투쟁을 벌일 계획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 일각에서는 기업결합이 무산될 경우를 대비해 주인 없는 대우조선해양이 앞으로 가야할 길에 대한 방향설정 등에 대한 논의가 뒤따라야 할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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