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승태 편집국장
백승태 편집국장

거제시가 농·어민에게 무료로 배포하는 농어업 관련 신문 구독료가 한 해 1억5000만원이 넘는다니 어처구니가 없다.

올해 거제시청 농어업 관련 부서에서 구독료로 대납하는 농·어업 신문은 7개 신문 2431부에 이른다. 이중 한 신문사는 거제어민 610명에게 신문을 배포하며 5124만원의 구독료를 챙겨간다.

이들은 대부분 중앙에 본사를 둔 주간신문으로 시가 대납 부수를 정해 경남도가 구독료의 20%를 보태고 나머지 80%는 거제시가 부담하는 방법으로 우편으로 배달하는 형식이다.

지역 농·수협을 통해 중앙회에서 조합원들에게 일괄 배포하는 신문까지 합하면 더 많은 공짜 신문이 농·어민들에게 무분별 배달되는 현실이다. 농·어업인들에게 구독료를 지원하는 것을 지적하자는 게 아니다. 막대한 예산을 들여 신문을 보내주고 있지만 이들 신문 상당수가 제대로 읽혀지지 않고 쓰레기통에 버려지는 등 실효성 없이 외면당하고 있는 것이 문제다.

봉투를 뜯지도 않은 채 버려지기가 비일비재 하다. 유사 농·어민에게 배달되는가 하면 각종 농업단체에 가입한 아버지, 여성농업인인 어머니, 후계농인 아들 등 수취인 이름만 다를뿐 한집에 서너부씩 들어가는 경우도 허다하다. 게다가 이들 신문이 대개 농·어업 분야를 중점적으로 다루다 보니 기사 내용면에서도 대동소이한 게 사실이다. 예산 낭비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 이유다.

또한 이들 신문사가 농민회·농촌지도자회, 어민단체 등과 관계를 맺으면서 사실상 구독료 나눠 먹기 형태로 운영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재정비가 요구되는 이유다.

특히 이들 신문이 기관의 지원을 받다 보니 정작 농어민에게 절실한 정책이나 정보는 등한시하면서 정부정책을 옹호하거나 신문사 운영기관을 대변하는 논조로 흐르기 십상이라는 지적이다. 정권이 유리한 여론을 조성하기 위해 이·통·반장에게 배포되면서 관언유착 사례로 비판받아 온 '계도지'의 폐해가 아직까지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셈이다.

계도지란 60·70년대 군사정권이 통·반장이나 관변단체에 정부시책을 홍보할 목적으로 전국 시·군·구에 획일적으로 예산을 편성토록 해 구입·배부토록 한 신문이다.

신문사로서는 당장 살림에 보탬이 되니 나쁠 것이 없었으니, 삼엄한 통제 속에 군사정부가 베푼 '누이 좋고 매부 좋은' 당근정책이었던 것이다. 현재는 계도지가 구시대의 낡은 유물로 치부되면서 대부분 폐지되고 있지만, 유독 농어업 관련 신문만은 끊임없는 생명력을 과시하며 홍보용 신문으로 명칭을 바꿔 명맥을 유지해 간다.

물론 이들 홍보용 신문이 농어업인들에게 관련 소식과 유익한 정책 등을 전달하는 정보제공의 순기능도 있지만 막대한 혈세를 들여 꼭 필요하지도 않은 특정 신문을 구독해 주는 모양새는 석연치 않다.

우리나라는 세계 최고의 인터넷 강국이라고 자부한다. 종이신문의 매력은 있지만 필요한 정보나 기사가 있으면 해당 신문을 구독하지 않아도 인터넷을 통해 볼 수 있다. 실제 관련 연구자료를 보면 농어민 대부분은 TV나 인터넷을 통해 관련 정보를 얻고 있다.

가뜩이나 가용예산이 적은 거제시가 구시대 유물로 치부되는 홍보용 신문을, 또 잘 읽혀지지도 않는 신문을, 특히 중앙에 본사를 둔 특정 신문을 혈세를 들여가며 배포해야 하는지 되새겨 볼 일이다. 또 내용이 엇비슷한 신문을 특별한 기준없이 농·어민들에게 2중 3중으로 배달하는 낭비보다, 굳이 필요하다면 꼭 필요한 사람만 받아보도록 부수와 배포방법 등을 개선하는 지혜도 필요하다.

잘못된 관행과 실효성 없는 시책은 과감히 개선하고 버리는 것이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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