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5월 말 충북 진천을 여행하게 됐다. 때마침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되고 긴 돌다리라는 '농다리축제'가 열리고 있었다. 돌다리가 마치 대나무 마디 모양이라서 '농(籠)다리' 또는 지네다리를 닮았다 해서 '지네다리'라고 부른다. 돌과 돌 사이를 단단하게 잡아주는 석회를 바르지 않고 돌로만 쌓았는데도 장마가 와도 끄떡없이 천여년의 세월을 버티어 온 돌다리다.

행사장에는 '생거진천쌀'을 홍보하고 있어 한 포대 사면서 '생거진천'이 무슨 말이냐고 물었더니 모른단다. 지나가는 고등학생에게 물어도 모르긴 마찬가지다. 왜 거제가 '세계로 가는 평화의 도시냐?'고 물으면 제대로 설명해줄 주민이 얼마나 있을지를 생각하게 하는 대목이다. 생거진천의 전설은 '농다리 둘레길' 안내판에 소개돼 있었다.

옛날 진천 땅에 추천석이라는 사람이 살았다. 하루는 잠이 들었다가 깨어보니 자기 몸은 이미 죽어 있고, 혼은 저승사자를 따라가고 있었다. 명부전 염라대왕이 물었다. "어디서 온 누구냐?" "진천 사는 추천석입니다." 그러자 염라대왕이 저승사자에게 "이놈아! 용인에 사는 추천석이를 데리고 오라고 했지 않느냐. 이 자를 즉각 풀어주고 용인 땅 추천석이를 데리고 오너라" 하고 고함을 쳤다. 일이 꼬일러니 진천 추천석과 용인 추천석은 이름도 생일도 똑 같았다.

집으로 돌아오니 몸은 이미 땅에 묻힌 뒤였다. 그럼 용인 추천석의 몸을 빌려야겠다고 생각하고 용인으로 가 추천석이 몸에 들어가 다시 살아났다.

이 희한한 사건의 전모를 들은 고을원님이 명쾌한 판결을 내렸다. "그럼 살아서는 진천(생거진천:生居鎭川) 죽어서는 용인에 묻혀라.(사거용인:死去龍仁)."

온 세계가 야단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의 발원지인 중국 우한(武漢)시에서 귀국한 유학생 등 167명을 끌어안으면서 '생거진천'이 새삼 주목받고 있다. '산 좋고 물 좋은 생거진천에서 편히 계시다 가십시오'라는 플랜카드가 참 따뜻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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