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타 스님/칼럼위원

盡日尋春 不見春 (진일심춘 불견춘)
芒鞋踏遍 ?頭雲 (망혜답편 롱두운)
歸來笑拈 ?花嗅 (귀례소념 매화후)
春在枝頭 二十分 (춘제지두 이십분)

종일토록 봄을 찾았건만 봄은 보이지 않고
짚신이 닿도록 둔덕(산마루)의 구름만 밟고 다녔네.
지친 몸 돌아와서 미소 짖는 매화 향기 맡으니
봄은 이미 매화가지 위에 무르익어 있는 것을.......
                                                  <남송 나대경 자 하림옥로(鶴林玉露)에서....>

봄(깨달음)을 찾아 밖으로 헤매다가 찾지 못하고 집으로 돌아오니
뜰 앞에 핀 매화를 보고 봄이 왔음을 알았다는 내용인데 깨달음은 밖에서
구하는 것이 아니고 자성청정(自性淸淨)한 본래면목을 내 안에서 찾아야
한다는 단순한 진리를 매화를 통해 알려주고 있다.

▲ 법타 합장 / 거제불교 거사림 지도법사
부처님의 전생 이야기를 전하는 본생경(자타카)에 이런 설화가 있다.
숲속에서 토끼 한 마리가 평화롭게 살고 있었다. 어느 날 토끼가 어린 야자수 나무아래에 누워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있었다.

“만약 이세상이 무너진다면 내게 어떤 일이 일어날까?”

바로 그 순간 잘 익은 벨리나무의 열매가 떨어져 커다란 소리를 내며 야자수 나뭇잎을 때렸다. 이 소리에 깜짝 놀란 토끼가 온 힘을 다하여 내달리며 소리를 질렀다.

“땅이 무너진다.”

토끼는 있는 힘을 다해 달아나기 시작했다. 다른 토끼가 “왜 그러느냐고” 물으면서 같이 달리기 시작했다. 앞서가던 토끼가 숨을 헐떡이며 “땅이 갈라지고 있다”고 대꾸했다.

두 마리 토끼는 겁에 질린 채 내달렸다. 다른 토끼들도 함께 달리기 시작했고 마침내 숲속의 토끼들은 물론 사슴 늑대 들소 코뿔소 호랑이 코끼리도 달리기 시작했다.

이때 사자가 무슨 일이 일어났음을 알고 최대한 빨리 뛰어 선두에서 달리고 있는 동물 앞에서 크게 세 번 고함을 질렀다.

무작정 내달리던 동물들이 사자의 포호(咆號)소리에 멈추어 섰다.
사자가 이유를 묻자 “땅이 무너지고 있다.”고 말하자 사자는 “땅이 무너지고 갈라지는 것을 누가 보았는가?”라고 물었다. 어떤 동물이 코끼리가 모두 알고 있다고 대답했다.

사자가 다시 코끼리에게 묻자 코끼리들은 “우리들은 내용을 잘모르고 호랑이가 알고 있다”고 대답했다.

호랑이는 나보다 앞서 달렸던 코뿔소가 알고 있다고 대답하였고 코뿔소는 들소가 들소는 물소가 물소는 사슴이 사슴은 “저는 잘 모르고 토끼가 잘 알고 있다.”고 답했다.

부처님은 무지한 우리 중생들을 깨우치려고 비유를 들어 재미있게 설하셨는데 과학문명이 발달한 현재 우리들 사는 모슴을 여실히 보는 것 같다.

과일 떨어지는 소리를 땅이 무너지는 소리로 잘못알고 내달린 무지한 토끼 때문에 일어난 숲속의 대 혼란처럼 비슷한 측면은 없는지 돌아볼 일이다.

무작정 남을 따라 행하고 있는 모습은 우리 생활 곳곳에 흠뻑 젖어 있다.
왜 그래야 하는지 이유도 모른 체 자기의 주관은 하나도 없이 남들이 하니까 그냥 따라 하는 사람들이 많다.

남들이 큰집으로 이사 가니깐 나도 따라가 볼까, 옆집아이 유학 보내니 내 자식도 보내야지, 다하는 부동산 투자 나도 해볼까, 친구가 성형수술하니 나도 해볼까 등등 숱한 일들이 많다.

“고통은 무지에서 발생한다.”

<용비어천가>에 “뿌리 깊은 나무는 바람에 흔들리지 않고 깊은 샘물은 가뭄에도 마르지 않는다고”하였다.

우리 불자들에게 있어 깊은 뿌리와 샘물은 과연 무엇일까? 잡아함 11경(十一涇.)에 첫째 바른 믿음을 갖는 것, 둘째 계율을 잘지키는 것, 셋째 선법을 자주 듣는 것, 넷째 널리 보시를 행하는것, 다섯째 바른 지혜를 갖는 것이다. 그리고 불자는 이 다섯가지 법에 의지해 여섯 가지 공덕을 잘 닦아야 한다.

첫째 “여래는 나의 스승이라고 믿고, 둘째 불법(佛法)이 가장 귀하다고 믿으며, 셋째 승단이 가장 청정한 집단이라 믿고, 넷째 가장 깨끗한 것이 계율이라고 믿으며, 다섯째 보시가 가장 훌륭한 공덕이라 믿고, 여섯째 이러한 믿음의 공덕으로 천상에 태어날 것”이라고 믿는 것이다.

부처님께서 가르쳐 주신대로 열한가지 범을 수행하여 살아간다면 강한 바람에도 흔들리지 않는 뿌리 깊은 나무나 세상의 그 어떤 소란에도 놀라지 않는 사자처럼 자신감을 갖고 살아가게 될 것이다.

음력 이월엔 부처님 출가제일과 열만제일이 있어 참회와 서원으로 불심을 더욱 가꾸고 내 삶에 지표가 되어 흔들림 없는 불자가 되시기를 기원한다.

未生之前 誰是我 (미생지전 수시아) 태어나기 이전에는 그 누가 나였으며
芽生之後 我爲誰 (아생지후 아위수) 태어난 이후에는 나는 이 누구인가
?大成人 自是俄 (자애성인 자시아) 커서 성인되니 나라고 말하지만
合안朦膿 又是수 (합안몽농 우시수) 눈감아 몽롱해지면 누가 내가 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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