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진은 1970년 가을 경희대학교 원병오 조류학자와 동부면 학동 동백숲에 서식하고 있는 팔색조 자료조사차 갔을 때 촬영한 사진이다.

이곳은 동부면 학동마을에서 해금강으로 가는 길 아래 해안에 있는 마을이다. 내촐마을이라 한다.

노자산 아래 해금강으로 가는 도로 주변에 동백숲이 있고, 집 뒤로는 전답이 있다. 이곳은 농경문화 시대부터 사람이 살고 있었다. 마을 뒤 산록이 따뜻한 곳으로 1960년 중반에 밀감을 재배하다가 유자를 재배했다. 학동 바닷가 언덕배기에 살면서 어업보다 농업을 주업으로 살았다.

산에 땔감이 풍족하고, 물·공기가 좋아서 사람살기에 좋은 곳이다. 교통이 불편해서 이웃나들이도 어렵고, 동부지역이나 남부지역으로 다닐 때는 높은 산 고개를 넘어서 다녔다.

해안가에 살지만 지형이 가파른 바닷가로 파도가 거칠어 배가 정박할 만한 곳이 없다. 그래서 산과 바다의 고요함을 마음의 안식으로 삼아 심신 수양을 하면서 살았다. 이 마을은 많이 살 때는 다섯가구가 살았고 이 당시에는 세가구가 살았다.

이 마을에 사는 박정오씨가 팔색조를 발견해 그 소식을 거제군청에 알려와 문화재관리국에 이 소식을 알렸다. 경희대학교 원병오 새박사가 내려와서 팔색조 서식지를 조사, 1971년 9월13일 천연기념물 233호로 지정했다.

박정오씨는 이 마을에서 학동으로 이사한 이후에도 팔색조를 관리했다. 내촐 냇가 언덕배기에 녹이 쓴 낡은 함석지붕과 초가집이 숲속에 가려져 있고, 논가에는 볏짚을 쌓아놓은 짚 무더기가 있다. 한적한 곳에 무너진 돌담장과 빨갛게 익은 감이 달려 있고, 마당가에는 빨래한 옷들이 널려 있다. 고요한 시골풍경이 한 폭의 그림처럼 안온하게 보인다.

이 사진을 보면서 옛날의 고향을 생각하게 된다. 낡은 집에서 어렵게 살아가지만 속세를 떠나서 자연의 아름다움과 아늑한 정감을 느끼면서 살아가는 자연인의 즐거운 삶이 따뜻한 양지쪽의 포근한 정처럼 솟아나는 즐거움이 있는 곳이다. 이곳에 살던 사람들은 80년 초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가고 지금은 집터의 흔적도 없이 한적한 곳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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