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일광 칼럼위원

소비자는 어떤 상품을 좋아하는가?

만약 A회사에서 새로운 세탁기를 만들었다고 하자. 사람들의 관심은 새로운 세탁기에 대한 성능을 먼저 따진다. 이전의 세탁기에 비해 세제를 적게 넣고도 잘 빨아지는가, 세탁시간을 얼마나 줄였는가 따위의 품질에 대한 비교이다. 마케팅은 당연히 소비자의 머리(mind)에 호소해 제품의 차별화를 시도한다. 마케팅 1세대 때의 광고전략이었다. 그런데 어느 시기가 지나면 소비자들은 A제품이나 B제품이나 별 차이가 없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때가 되면 광고는 새로운 전략으로 맞선다.

제품을 선전하는 것이 아니라 탤런트 김태희가 세탁기를 사용하고 있는 광고를 내 보낸다. 김태희와의 아이덴티티(identity·동일시)를 자극한다. 성능에 별 차이가 없다면 이왕이면 김태희가 쓰는 세탁기를 쓰고 싶다는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저 세탁기를 쓰면 나도 김태희처럼 우아한 여자가 된다는 심리를 은연중에 이용하는 것이다. 감성에 호소하는 마케팅 2세대 전략이다.

마케팅 3세대에 이르면 광고는 영혼(spirit)에 호소한다. 세탁기를 만드는 회사가 벌인 돈으로 사회와 환경을 위해 통 큰 기부라도 하면 '아, 저 회사라면 제품은 보지 않더라도 믿을만 하다'고 소비자는 생각한다. 그래서 아프리카에 가서 우물을 파주고, 학교나 병원을 지어주는 모습을 광고로 활용한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사랑받는 간식중 하나가 치킨이다. 최근 20년간 1위 자리를 내준 적이 없고, 2017년에는 국민 1인당 14마리의 닭을 먹었다. 1㎞에 하나씩 치킨집이 있으니 치킨공화국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해 12월, 대한민국 대표치킨인 '교촌치킨'이 소비자 만족도 조사에서 꼴찌를 차지했다. 교촌의 이 초라한 성적표는, 소비자에게 배달비를 떠넘긴 첫 회사라는 비호감과 함께 교촌치킨 회장일가가 직원에게 가한 갑질사건으로 아무리 맛이 좋다해도 소비자들은 좋게 봐주지 않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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