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귀식 칼럼위원
민귀식 칼럼위원
위기가 발생했을 때 그 위기를 극복하려고 자신의 몸을 돌아보지 않고 적극적으로 나서는 사람, 불의를 보고 분연히 일어서는 사람, 우리는 그들을 용기있는 사람이라고 부릅니다. 또한 자신이 쌓아온 입지가 무너질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그 신념에 따라 행동하는 사람, 자신의 철학과 소신을 따라 행동하는 사람, 그 역시 용기있는 사람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미국의 제35대 대통령 케네디가 쓴 '용기있는 사람들'이라는 책에서 용기있는 몇몇 사람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그중 다니엘 웹스터(1782∼1852)는 남북전쟁(1861~1865)이 발발하기 10여년 전, 매사추세츠주 상원 의원으로 노예제도 폐지 유보를 위한 의회 연설을 했습니다.

당시 미국 남부지역은 농업이 주축을 이루고 있어 노예제도가 필요했습니다. 자신은 노예제도 폐지를 적극 주장해온 의원이었지만 지금 노예제도 폐지는 시기상조라고 말하면서 양측의 주장을 절충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습니다. 그 결과 20년 동안 다져놓은 정치적 발판이 흔들리고 배반자·변절자 등의 소리를 들어야 했습니다. 그런 비난속에서 그는 일언반구 반박도 하지 않았습니다. 답변을 내놓아야 하지 않느냐고 하는 동료 의원들을 보고 "나는 눈이 내리고 있는 동안에는 마당을 쓸지 않는다"라는 말을 남기기도 했습니다. 의원 다니엘 웹스터는 진정 용기 있는 사람 아닙니까?

미국의 여성작가 하퍼 리가 1960년에 출간한 '앵무새 죽이기'라는 소설이 있습니다. 1930년대 중반 미국의 남부지역 도시에서 있었던 인종(흑인)차별 문제를 다룬 책입니다.

흑인들이 차별 받고 무시당하는 것이 당연한 시대에 '애티커스 핀치'는 강간 용의자인 톰 로빈슨의 국선 변호사로 나서게 됩니다. 법원은 아무도 변호하려고 하지 않는 이 사건을 경험 많은 50대의 애티커스에게 변호를 담당하게 했습니다. 애티커스가 변호를 맡게 되자 초등학생인 어린 자녀들까지 친구들한테 놀림을 받게 되고 자신도 백인 과격주의자들한테 몰매를 맞을 뻔한 위기도 겪었으며 아들이 죽임을 당할 뻔한 사건도 일어났습니다.

그러나 그는 배심원 전부가 백인으로 구성돼 패할 것이 뻔한 재판임에도 불구하고 톰 로빈슨의 무죄를 입증하게 됩니다. 그래도 지게 되지만. 대다수 백인들이 등을 돌리고 가족들이 위협을 받아도 무고한 한 흑인을 지키려는 애티커스야말로 진정 용기 있는 사람 아닙니까?

구약성경 사무엘하 11장에 보면 절대적인 군주 다윗이 자국의 충신 우리아의 아내 밧세바를 강간한 사건이 기록돼 있으며 그 결과 밧세바가 불행의 씨앗을 잉태하게 됩니다. 이같은 사실을 은폐하기 위해 전쟁터에서 싸움을 하고 있는 우리아를 불러와 밧세바와 합방할 것을 유도하지만 실패하게 되자 밧세바의 남편 우리아를 맹렬한 전투현장으로 보내 전사케 함으로 완전범죄를 꾀하는 다윗의 잔악한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이때 보냄을 받게 되는 사람이 선지자 나단입니다. 하나님께서 다윗의 죄악, 다윗의 잘못을 책망케 했습니다. 나단에게 그 어떤 증거자료를 준 것이 아니었습니다. 다만 말로 왕의 범법한사실을 전해준 것입니다. 왕에게 말을 잘못했다가는 자신의 목이 날아갈 수도 있는 상황입니다. 이 같은 상황 속에서 절대 군주 다윗의 잘못을 책망한 나단의 행동이야말로 진정 용기 있는 모습 아닙니까?

2020년을 살아가고 있는 지금, 촛불정국으로 정권을 쟁취하게 된 문재인 정부야말로 과거 그 어떤 정부보다도 정의롭고 공정한 사회, 선진 대한민국을 만들어 가야하는 책임이 있는 정부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기회는 평등할 것, 과정은 공정할 것,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라고 약속한 바 있습니다. 또 '2017년 5월10일, 이날은 진정한 국민통합이 시작되는 날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라고 했습니다.
지난해 7월 윤석열 검찰총장을 임명하면서 '누구나 법 앞에 평등한 사회를 만드는 것이 검찰의 시대적 사명'이라면서 '권력에 휘둘리지 말고 살아있는 권력에 대해서도 똑같은 자세'를 강조한바 있습니다.

그러나 지금 우리 사회는 어떻습니까? 진정한 국민통합이 이뤄졌습니까? 진정 지금 이때야말로 옳고 그름에 대해 용기있는 그 한 사람이 돼야 하지 않을까요? 문 대통령 주변 청와대 참모들과 여권 인사들이 진영논리에 빠져있을 것이 아니라 진정한 용기를 보여줄 때 문재인 정부의 성공 또한 담보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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