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승태 편집국장
백승태 편집국장

일 아침에는 거제 곳곳에서 수많은 시민들이 새롭게 떠오르는 태양을 바라보며 새로운 희망과 소원을 가슴 속에 담았다.

연말 저녁부터 문자를 보내고 톡을 주고받으며 서로의 안녕을 기원하며 인사를 나누고, 일출사진을 전송하느라 바쁜 모습들이었다. 대개 가족과 지인들의 건강과 행복을 바라는 내용임에 틀림없다. 이 당연할 것만 같은 '건강과 행복'에 대한 간절한 기원은 사실 평범한 시민들에게 가장 절실한 소망이기도 하다.

필자도 해마다 새해 첫날이 되면 꼭두새벽부터 집을 나서 거제 곳곳에서 해맞이를 해왔다. 장승포 몽돌개는 물론 학동 몽돌해변, 옥포 해안도로, 일운 해안도로 등에서 새해를 맞았다. 지난해엔 계룡산에서 새해를 맞기도 했다. 해맞이 차량에 밀려 시간을 놓치기도 했고, 어쩔 수 없이 되돌아오는 경내도 허다했다. 작심삼일이 될지언정 여러 가지의 계획과 소망을 강박적으로 세웠지만 실패를 거듭해왔다.

그래서 올해는 느지막하게 일어나 집에서 아파트숲 사이로 떠오른 경자년 새해를 맞았다.

춥지도 않고 해안이나 산으로 달려가야 하는 수고로움도 없어 좋았다. 혼자서 한가하게 새해를 바라보며 소망들을 빌어보는 맛도 나쁘지 않았다.

개인적으로 가족의 건강과 행복에서부터 담배·술 줄이기 등을 빌었다. 크게는 국가와 거제와 신문사의 발전도 기원했다.

그러던 중 발전이란 단어에서 생각이 멈췄다. 마음에 들지 않았다. 무엇이 발전이고 또 왜 발전해야하는지 혼란스러웠다. 더 낫고 좋은 상태나 더 높은 단계로 나아간다는 '발전'의 사전적 의미도 가슴에 와 닿지 않았다. 괜히 물질과 경제적 풍요만 추구하는 상투적인 의미로만 다가왔다.

그래서 '발전'이란 단어를 버리고 '행복'이란 단어로 바꿨다. '국가'는 '국민'으로, '거제'는 '거제시민'으로, '신문사'는 '신문사 식구'들로 바꿨다. 그리고 국민이 행복하고, 거제시민이 행복하고, 신문사 식구들이 행복하기를 소망했다.

독일 철학자 임마누엘 칸트는 인간이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첫째, 일을 해야 하고 둘째, 누군가를 사랑해야 하고 셋째, 희망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가 그랬듯이 어쩌면 새해 우리가 꿈꾸는 행복은 지극히 소박하고 당연한 것인지도 모른다. 각자 맡은 바 일을 하고 서로를 사랑하며 미래의 희망을 꿈꾸는 건강하고 안전한 삶을 말이다. 당연한 소망일지라도 우리 아이들이 안전한 환경에서 웃으며 마음껏 뛰어 놀고, 청년들이 미래를 꿈꾸고, 사회적 약자가 피곤해하지 않는 사회, 어르신들이 편안한 노후를 보낼 수 있는 세상을….
열흘이 지나면 민족 최대의 명절인 설날이고, 석달 후면 총선을 맞는다. 후보들은 저마다 벌써부터 발전된 거제의 미래를 공약하며 거리를 누빈다. 유권자인 시민께 머리를 숙이며 봉사자로서 시민을 높이 받들겠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지난 총선에서도 그랬고, 수십년 전에도 그랬을 것이 틀림없다. 그러나 우리가 사는 현실은 위정자들이 소리 높여 외치고 약속했던 그런 세상이라고는 아직까지 여겨지지 않는다.

새해에는 발전을 공약하며 무엇을 해내겠다는 위정자보다, 여러분들의 행복을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고민하며 희망과 행복을 안겨주기 위해 노력하는 위정자들이 나오길 바란다.

소모적인 갈등과 대립보다 이해를 통한 존중과 화합 속에, 새해 아침 해를 보며 희망을 세우고 가슴 가득 소원을 기도하는 사람들에게 답을 주는 경자년이 되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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