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 초반까지도 먹고 살기 어려울 때다. 이때 보릿고개란 말이 있었다. 보리가 익을 때까지 먹을 식량이 없어서 굶어 죽는 사람이 많았다. 그 어려운 때에 죽도 먹지 못하고 굶주리면서 살아야 했다. 아무리 험하고 높은 고개라 해도 이때만큼 지내기 어려운 때는 없었다.

밀과 보리는 겨울에 심어서 이듬해 봄에 수확을 한다. 가을에 수확한 쌀이 부족해 보리가 익을 때 까지 지내기가 가장 어려웠다. 그때를 지내기가 어려워 힘든 보릿고개란 말이 생겼다.

보리와 밀은 월동작물로, 겨울을 잘 지내야 수확이 좋다. 월동상태는 한해나 습해로 크게 영향을 받는다. 겨울을 지나고 이른 봄에 마을 부녀자들이 한복을 입고 머리는 흰수건을 쓰고 보리밭에서 겨울에 얼어서 갈라져 있는 밭두렁을 고르면서 잡초를 뜯고 있다. 여자들 뒤에는 남자 두 명이 밭두렁을 고르고 있다. 그 뒤 산록에는 나지막한 농촌마을 집이 보인다. 옛 시골의 농촌 풍경이다.

소를 앞세워 쟁기로 논밭을 갈아 보리를 심어 오다가 넓은 밭두렁을 만드는 광파재배의 새로운 농사로 전환하면서, 이 농사를 광파재배라 했다. 광파재배는 다른 방법보다 많은 수확을 올리는 새로운 농사다. 보리밭 정리는 부녀자들이 하고 솟아오른 보리밭은 남자들이 나와서 밭두렁을 밟아서 물을 준다.

그 당시 잘사는 부잣집은 쌀밥으로 배를 채우는데 못사는 사람들은 보리죽도 먹기 어려울 때다. 지금은 곡식을 수입해 와서 먹을 양식이 남아돌고 갖가지 영양식을 어디서나 많이 볼 수 있지만 이때는 우리 손으로 논밭에서 직접 제배한 식량으로 살았다. 이럴 때 농사는 천하지대본이라 해서 가장 귀하고 중요한 일이라 했다. 비가 많이 와서 홍수가 지거나 날이 가물어 땅이 탈 정도면, 온 마을 사람들이 모두 나와 피해를 막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굶어 죽는 사람의 소원이 쌀밥을 배가 터지도록 먹어봤으면 한다는 말까지 나왔다. 지금은 너무 많이 먹으면 오히려 병이 된다고 한다. 옛날과 지금을 비교해보면 지난날의 삶은 너무나 어렵고 살기 고달팠다. 요즘 농사는 모두 기계로 하고 쌀밥 보다 잡곡밥을 건강식품으로 더 많이 먹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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