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들어 김치가 많이 들어와 더이상 보관할 곳이 없는데 이번 주에 또 많이 왔어요. 원장님, 이를 어쩌죠"

"우리 시설은 화장지나 생필품이 더 많이 필요한데 김치만 이리 자꾸 들어오니 돌려준다면 성의를 무시한다고 할 것이고, 다른 곳에 주면 소문이 나서 다시는 김치가 안 올 수도 있으니 어쨌든지 보관하세요"

A복지시설의 조리원 B씨와 원장의 대화내용이다. 작년에도 똑같은 일이 벌어져서 못 먹고 버린 김치가 많았는데, 이번에도 김치만 몰려 난감하기 이를데가 없다. 음식 버리는 게 꼭 죄 받을 것 같아 기분도 찜찜하다.

어떤 때는 쌀만 계속 들어와서 남는 쌀로 떡국을 만들어 여기저기 판매를 하고 판매 수익금으로 원생들 생필품을 사기도 했다.

시내와 가까운 C시설에는 빵 기부만 이어져 버리기도 했다. 남에게 줬다간 기부가 끊어질까봐 주지도 못하고 결국 음식물쓰레기로 버린 것.

시골 한적한 곳에 있는 D시설은 장애인의 날·명절 말고는 도움의 손길이 전혀 없어 원생끼리 밭을 갈고 직접 김치를 담거나 힘들게 만든 수공예품을 팔아 근근히 생활을 이어간다. 경로당도 마찬가지로 비슷한 사정이다.

물론 기부는 기부자가 원하는 곳에 원하는 물품을 전달하는 게 맞다. 유치원생부터 어르신까지 두 팔 걷고 따뜻한 온정을 나누는 것은 환영한다. 탈북민까지 나서 사랑의 김치를 직접 담가 시설 등에 전달하는 등 김치 걱정을 들어줘 고맙기도 하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사랑의 열매 상징인 '사랑의 온도탑'을 해마다 12월부터 1월말까지 운영한다. 이것은 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모든 기부를 컨트롤하는 컨트롤타워가 된다.

거제시도 연말연시나 평소 각종 기부물품을 통합 관리하는 컨트롤타워가 필요한 시점이다.

예를 들어 단체들이 김치를 담가 기부했으면 기부물품을 컨트롤하는 주무단체가 컨트롤해 각종 시설 등에 필요한 적당량의 김치를 골고루 배분하는 것이다. 애써 열심히 만든 기부김치는 적재적소에 필요한 만큼 전달돼야 한다.

기부물품이 쌓이는 곳은 계속 쌓이고, 없는 곳은 파리만 날리는 것은 아픈 현실이다. 남아돌아 처치곤란이지만 버리는 한이 있더라도 어쩔 수 없이 받게 되고 결국 음식물쓰레기통으로 가서야 되겠는가?

모든 기부물품은 기부물품 컨트롤타워를 통해서 여러 곳으로 배분되고 철저하게 기록·관리해 기부자와 받는 자 모두가 만족하는 운영의 묘를 발휘해야 한다. 더이상 남거나 모자라지 않고 시설관계자들이 눈치싸움·고민에 빠지지 않도록 해야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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