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한해도 달랑 하루가 남았다. 엊그제가 기해년 '노란 돼지 해'의 시작이었던가 싶은데 이리저리 굴러다니다 보니 연말이 찾아왔고, 송년모임에 쫓겨다니다 보니 한 해가 또 저문다.

한 해를 매듭짓고 새해를 설계하는 일은 중대한 관심사이기에 올해를 갈무리하고 새해를 맞으면서 지역 단체장 몇몇에게 신년사를 부탁했다.

어떤 기관·단체는 미리 알아서 신년사를 만들어 배포하기도 한다. 그러나 일부는 무슨 선심이나 쓰듯이 신년사를 보내오기도 한다.

대부분의 신년사가 늘 그렇듯 내용이 별반 다를 게 없다. 식상하고 재미없는 걸 뻔히 알면서도 신문에 올리겠다고 신년사를 부탁하니 무의미하고 한심한 생각마저 든다. 거들떠도 안보는 이들도 많겠지만 독자들이 이런 재미없는 신년사를 또 봐야 한다는 생각에 미안한 점도 없지 않다. 대개의 신년사에는 지난해를 평가하고, 새해는 무슨 일을 어떻게 할지 방향을 담는다. 또 자신의 공적을 적당히 포장하고 시민의 관심과 협조를 구한다. 마지막에는 여러분들의 가정에 건강과 행복이 깃들길 기원하고 감사의 인사를 전하는 한결같은 형태다. 또 이런 형태는 매년 되풀이된다.

새해를 앞둔 연말에 이미 신년사를 뿌리는 기관·단체가 있는가 하면 부탁을 해도 갖은 이유와 핑계를 만들어 마다하는 기관·단체도 있다. 바쁘다는 핑계에서부터 인사발령 때문에, 담당자가 연가중이어서 등 거절하는 이유도 가지각색이다.

신문에 신년사를 굳이 실어야 하는 것도 아니고, 그들도 굳이 신년사를 써 보내야 하는 의무가 있는 것도 아닌데 궁색한 변명들이 휴대폰을 통해 전해져 온다.

궁색한 변명 중 '담당자가 연가를 가서'가 압권이다. 기관·단체의 장에게 신년사를 부탁했는데 담당직원을 왜 들먹이는가.

물론 신년사를 손수 쓰는 기관·단체장은 드물다. 공직사회는 신년사와 각종 기념사 등을 쓰는 공무원이 따로 있기도 하고, 매뉴얼을 만들어 공유하기도 하고 지난해 신년사를 참고삼아 올해 신년사를 쓰기도 한다. 그러니 크게 재미도 없고 신선함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태생적 이유다. 바쁜 기관·단체장이 신년사를 쓰는데 많은 시간을 허비할 수 없다는 주장도 일리가 있다. 그러나 틀에 박힌 문체와 형식으로 시민들의 공감을 구하고, 새해 안녕과 행복을 기원하는 건 예의가 아닐 수도 있다. 그것이 선출직 공직자라면 더욱 그럴 수 있다. 물론 언론사 등에 전달되는 신년사는 해당 조직의 수장 결재가 난 뒤 배포되지만 말이다.

4개월 후면 국회의원 선거가 실시된다. 예비후보들이 거리를 누비며 표심에 읍소하고 있고, 벌써부터 논평과 성명을 쏟아내며 자신을 내세우면서 상대 진영을 나무라고 있다. 당선이 최고의 목표인 선거전에서는 당연하고 필수불가결한 일이기도 하다. 그러기에 선거전이 치열해질수록 이 같은 현상은 더욱 심해질 것이 뻔하다.

글을 통해 시민의 마음을 얻는다는 관점에서 보면 신년사도 정치의 일부이고, 논평과 성명서 발표도 정치활동의 한 방법이다.

설날이 한 달도 채 남지 않았다. 신년사와 마찬가지로 새해 인사를 전하는 기관·단체·정치인들의 글도 쏟아질 것이다.

시민의 표심을 얻어야하는 정치인이라면, 시민께 마음을 전하는 글이라면 힘들더라도 직접 써보면 어떨까. 명필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고 문장가를 원하는 것도 아니다. 지역과 시민의 대표자로서 진솔함과 진정성을 보고 싶은 바람뿐이다. 덤으로 담당 직원의 수고도 덜 수 있고.

용기를 내 마음을 담아 직접 쓴 글이라면 글쓴이의 정책과 철학이 고스란히 전해져 시민들은 더 큰 박수를 보낼 것이다.

내년에 신년사를 부탁하는 일이 없길 바라며, 거제시민 및 독자 여러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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