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와 통하는 평화통일 이야기 정주진 作
본지 제18회 평화·통일 독서감상문 공모전 - 일반부 최우수상

"남과 북이 하나 되는 그런 날이 정말 온다면 보고 싶은 북녘친구 만나 뛰놀고 싶네. 우릴 가로막는 녹슨 철조망을 하나 둘씩 걷어버리고 비무장지대를 마음껏 달리며 축구 한판 하면 좋겠네…."

학교에 다녀온 10살 난 둘째아이가 화장실에서 손을 씻으며 신이 나서 흥얼거리며 부르는 이 노래를 부산스레 저녁준비를 하느라 바쁜참에도 잠시 손을 놓고 노랫말을 곱씹었다.

그러고 보니 얼마전 5학년 큰 아이가 저녁식탁에서 던진 질문. "엄마, 우리나라가 통일이 될까?"라는 물음에 "몰라, 알 수 없지." "너는 그런 걱정일랑 하지 말고, 얼른 저녁이나 먹어" 하며 말문을 막았던 순간이 떠올랐다.

나는 이 땅에서 아이를 키우는 부모자리에 섰으니 우리 아이들에게 평화롭고 안전한 세상을 만들어주어야 할 책임이 있다. 하지만 평화롭고 안전한 세상을 위해 도대체 준비하고 있는 일이란 전무하다. 아이들이 평화에 대해 고민하는 것까지 막고 있는 나 자신이 정말 부끄러웠다.

아이들과 함께 간 도서관에서 우연히 평화학 박사 정주진의 '10대와 통하는 평화통일이야기'라는 책을 접하게 됐다. 저자는 한국 사회에 평화학의 토대를 만들겠다는 사명감과 책임감으로 '평화, 당연하지 않은 이야기' '평화를 보는 눈' 등의 저서를 통해 평화의 중요성을 사람들에게 전달하고자 애쓰는 사람이었다.

저자는 이 책을 오랫동안 꽁꽁 얼어붙었던 남북관계만 보면서 살다가 처음으로 남북대화를 목격한 세대를 위한 책, 북한에 대한 적개심과 불신만 보고 살다가 대화와 관계변화를 보면서 많은 변화를 기대했다가 절망에 빠진 세대에게 생각의 전환점을 주기 위한 책이라고 소개했다.

바로 나같은 사람을 위해 쓴 책이다 싶어서 책을 내려놓지 못하고 한참을 도서관에 앉아 있었다. 최근 남북교류와 남북정상회담 등으로 누구나 남북관계에 많은 기대를 가지게 됐다.

그러나 TV·인터넷 보도속에서 군사적 긴장과 대화의 반복을 목격하고 실망감과 북한에 대한 불신감이 깊어진 것이 현실이다. 이런 상황일수록 한반도의 상황과 남북관계를 평화의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는 저자의 시각은 그동안 단절되고 편협한 태도로 남의 집 불구경하듯 안일했던 평화와 통일문제에 대한 내 생각을 뒤집는 큰 계기가 됐다. 그동안 남북관계는 정부나 정치인들이 이끌어왔고 민감한 문제라는 이유로 일반 국민이 끼어들 자리가 없었다.

북한에 대한 증오와 불신을 감화하고 군사적 대결에만 초점을 맞춰도 그대로 따를 뿐. 한반도 평화에 대한 창의적이고 다양한 생각을 드러내지도 누구 하나 남북관계의 평화로운 진전을 위한 깊은 고민과 연대를 이어가지도 못했으니 지금부터라도 남북한의 평화적 공존, 한반도의 평화, 평화적인 통일을 이루려면 반드시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평화적인 관점을 가지고 남북관계에서 중심역할을 해야 한다는 저자의 주장에 깊이 공감이 갔다.

참으로 옳은 말이다. 휴전, 전쟁을 쉬고 있다는 말이다. 눈앞에 부력충돌이 없다고 이 땅이 평화로운 상태라고 나를 비롯한 대부분의 사람들이 착각속에 살고 있다. 세계는 우리와 같은 상황을 절대 평화롭다고 생각하지 않는데 나는 평화를 노래하는 아이의 모습이 의아하고 평화를 고민하는 아이의 질문을 별 쓸데없는 생각이라 일축했던 것이다.

앞으로는 아이들과 가까운 포로수용소 유적공원을 산책하며 한국전쟁은 북한을 무찌르고 대한민국을 지킨 자랑스러운 전쟁이 아니라 수백만명의 목숨을 빼앗고 남한과 북한이 지금까지 서로 총부리를 겨누고 증오하며 미워하게 한 한반도의 비극인 것을 함께 기억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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